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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잇이즈 구독자 여러분! 5월의 긴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은 사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달이기도 하죠. 에디터 역시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도 전하고, 어린이날을 맞아 나의 어린 시절의 사진들도 꺼내보며 달려온 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는데요. 마침, 저의 마음을 울리는 한 브랜드의 광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2026년 4월,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가 공개한 브랜드 캠페인 '나의 잔존가치'인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잔존가치'란?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살펴보기에 앞서, 캠페인 제목에 들어간 '잔존가치'라는 단어부터 먼저 알아보도록 할게요.
잔존가치(Residual Value)는 중고차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업계 용어인데요. 자동차가 일정 기간 사용된 후에도 남아있는 시장 가치를 의미합니다.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감가상각이 적용되는데, 그 이후에도 얼마만큼의 가치가 남아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에요. 중고차를 사고팔 때 기준이 되는 핵심 지표라고 할 수 있죠.
이 맥락에서 '잔존가치가 높은 차'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잘 유지되는 차를 의미해요. 실제로 중고차 시장에서는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할 때 잔존가치가 높게 남는 모델을 찾아보는 경우도 많고, 그게 구매 결정에 꽤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죠.
엔카는 구매 타깃에게 친숙할, 그리고 업계의 고유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잔존가치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틀었어요.
🎬 차가 한 대도 안 나오는 중고차 플랫폼 광고


➡️ 2026 엔카 프로젝트 [나의 잔존가치] 보러가기
영상은 특이한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화면에는 빈티지한 필름들 속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이름 옆에 이런 표기가 붙습니다. '경지원 51년식', '이태숙 59년식'. 자동차 연식을 표기하는 방식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한 거예요.
51년식이라 표기된 한 남성이 마이크를 쥐고 무대에 섰던 젊은 날의 홈비디오와, 59년식의 한 여성이 결혼식 드레스를 입고 웃는 오래된 영상. 엄마의 시선으로 촬영된 아기 옆에는 '이자인 20년식'이라는 자막이 붙습니다.

1951년생부터 2020년생까지, 세대를 가로지르는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홈비디오가 차례로 흐릅니다. 처음엔 이게 중고차 광고인지도 모를 만큼, 화면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연식', '주행거리' 같은 자동차 언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으로 자연스레 연결하죠.
그 위로 이도현의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인생은 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나아가고 있다."
자동차는 연식이 쌓일수록 감가되지만, 사람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는 반전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어요.
이어서 나레이션은 우리에게 직접 말을 겁니다.

"연식 하나씩 늘어난 2026년의 봄, 당신의 가치는 어떻게 쌓여가고 있나요?"


"연봉이나 학력, 외모 같은 거 말고"
"진짜, 나의 가치"
흘러간 시간의 흔적을 자동차의 '연식'에 빗대 풀어내며, 우리가 나이 들어가는 것을 마치 차량의 연식이 쌓이는 것처럼 표현하는데요. 학점, 연봉, 스펙처럼 숫자로 나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진짜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죠.

여기서 본 캠페인의 핵심 키워드인 '잔존가치'라는 단어의 대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감가'의 개념이 적용되지만, 사람은 다르죠. 이를 통해 차량 역시도 연식이 그저 감가의 개념만을 아닐 것임을 암시하기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쌓이며, 오히려 고유한 깊이와 가치가 더해진다는 것. 엔카는 이 반전에서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를 건져냈습니다.

광고의 BGM으로 쓰인 인디 밴드 실리카겔의 Ryudejakeiru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이 곡의 제목은 일본어로 "용의 껍질이 있다"는 뜻으로, 용이 되기 위해 여의주를 물고 기다리는 이무기의 고난의 시간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백만 가지 재앙 속에서도 성실하게 지킬뿐이라고"라는 가사처럼, 꿈을 이루기 위한 아픔과 희망을 비유적으로 담은 곡이죠. 정량적인 스펙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담은 광고의 정서와, 이 곡이 지닌 분위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 이 광고가 말 거는 사람들

이번 캠페인의 핵심 타깃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자신의 가치에 답답함을 느끼는 20대부터 40대 직장인입니다. "연봉이나 학력, 외모 같은 거 말고"라는 카피 한 줄이 이 층의 피로감을 정확히 건드리거든요. 성과 지표와 스펙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현대사회를 살아하고 있는 타깃들에게, 살아온 시간과 경험 자체가 가치라는 메시지로 마음을 움직였어요.
동시에 이 타깃은 중고차 구매를 고민하는 층과도 많이 겹쳐요. 직장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처음으로 내 차를 바꾸거나 중고차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니까요. 브랜드에 대한 인상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좋은 시점에 감성적인 공감을 심어두는 전략입니다.
📱 테스트로 이어지는 나의 잔존가치 캠페인

엔카의 캠페인은 “지금 엔카에서 나의 진짜 가치를 평가해보세요”라는 말로, 영상에서 느낀 감정이 그대로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어요.

엔카는 웹 기반 '나의 잔존가치 테스트'를 엔카 앱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운영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향과 경험을 기반으로 잔존가치 유형과 핵심 특성 분석, 나아가 나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차량 추천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재미있는 건 테스트 문항의 방식이었어요. 형식은 자동차 관련 카테고리(차체 복원, 운전 성향 등)를 틀로 삼고 있지만, 실제 질문 내용은 일상 속 공감 포인트를 꽉 잡아내고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차체 복원' 카테고리에서 질문은 자동차 수리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회복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그 예시는 구강 염증에 알보칠을 쓰는지 자연 치유시키는지를 질문하는 형식이죠,
직관적인 선택지의 형태가 아니라, 일상의 작고 사소한 태도들을 유머 있게 묘사해서 제시하고 있는데요. 정량적인 스펙 나열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질문들입니다. '당신이 어떤 인재입니까'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묻죠. 거창한 자기소개 대신 가볍게 고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들여다보게 됩니다.


테스트 이후 결과지에는 나의 잔존가치와 어울리는 차량을 추천하며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있어요.
이때 역시도 단순히 특정 차량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요란한 과시 없이도 체급 그 자체로 신뢰를 주는 든든한 SUV" 처럼, 차의 성격도 사람의 가치를 설명하는 언어로 풀어냅니다. 내 잔존가치 유형을 차량으로 다시 한번 설명해주면서, 해당 차량에 대한 연결감까지 만들어줍니다.
결국 이 테스트는, 광고에서 받은 울림을 앱 유입과 차량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정교한 퍼널입니다. 광고를 보고 자신의 가치를 떠올린 사람이, 테스트를 통해 나에게 어울리는 차를 발견하고, 엔카 앱까지 들어오게 되는 흐름이죠.
🏢 '구매 1위' 플랫폼이 선택한 방법
이번 캠페인을 더 입체적으로 보려면, 엔카라는 브랜드와 경쟁사들의 접근 방식을 함께 봐야 합니다.

엔카는 2000년 SK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26년 역사를 쌓아온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입니다. 중고차 구매 시장 점유율 53%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하루 평균 방문자 수 80만 명, 1분에 1대씩 거래가 이루어지는 규모예요.
같은 시장에 있는 경쟁사들은 최근 어떤 방식을 택했을까요?

케이카는 2026년 3월, 에스파 카리나를 모델로 발탁하고 '차가 먼저인 사람들'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차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전문적인 직원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직영 플랫폼의 전문성을 강조했는데요. 카리나가 등장해도 차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위트 있게 연출해 화제가 됐죠.

KB차차차는 2024년 11월, '계획 있는 삶, 여유 있는 삶' 을 콘셉트로 '할 일 없는 편'과 '안 봐도 되는 편' 광고 영상을 공개했어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누워 앱으로 중고차를 고르거나, 캠핑 해먹에서 느긋하게 예산에 맞는 차를 찾는 장면을 통해 KB차차차에서 중고차를 사면 매매 걱정 없이 편하다는 점을 강조했죠. KB금융의 데이터와 금융 연계를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계획적인 구매 경험을 소구하는 방식이에요.

헤이딜러는 오랫동안 '광고 맛집'이라 불릴 만큼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으로 주목받아왔죠. 김혜수·한소희 조합의 레트로 감성 광고로 단기간에 처분 시장 1위에 오른 브랜드인데요. 수지를 모델로 한 광고에 이어 2025년 7월에는 방향을 바꿔 은퇴를 앞둔 시니어 차주를 주인공으로 ‘운전 졸업식’ 캠페인을 선보이며, 차와의 이별을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세 브랜드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잘 만든 광고들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비스의 강점을 설명하거나 특정 타깃층에 집중하는 방식이에요.

엔카가 이번에 택한 방향은 조금 달랐습니다. 서비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소비자의 감정을 건드렸어요. 구매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기능을 증명해야 하는 도전자 브랜드였다면 쉽지 않았을 방식이죠. 26년의 헤리티지 위에서, 처음으로 차 대신 사람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 Editor's Point
우리도 나이가 들수록 낡아가는 게 아니라 나아가고 있다면, 시간을 품은 중고차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연봉이나 학력 같은 정량적 스펙으로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에서, 엔카의 이번 캠페인은 우리의 진짜 가치를 재해석하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이 광고에서 울컥했던 이유는, 그 메시지가 지금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일 겁니다.
기능 소구로 가득한 업계에서 감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열고, 그 위에 자연스럽게 자사 플랫폼을 얹은 엔카의 전략. "얼마나 달렸냐가 아니라, 어떻게 달려왔는가" 이 한 문장이 중고차를 바라보는 시선을 잠깐이나마 바꿔놓은 것 같아, 오래 기억에 남는 광고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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