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지만, 수락할 수 없었던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M&A 사태로 알아보는 일본 사회의 특성

2024.09.23 | 조회 1.6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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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Japan Insight 독자 여러분. 즐거운 한가위 보내셨습니까🌕

저는 YJ라고 하고요, 오늘은 세븐일레븐의 M&A 사태로 일본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9월 6일, 세븐일레븐의 오너가 약 380억달러의 M&A(인수합병) 딜을 거절했다는 오피셜이 떴습니다. (출처 : BBC.com)

환율이 자주 날뛰는 만큼, 380억달러를 최근(뉴스레터를 작성하는 시점인 9월 17일) 환율로 알아봤습니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천억,조,50조💰(출처 : 구글)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천억,조,50조💰(출처 : 구글)

처음 세븐일레븐이 매각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의 인수제안가격이 56조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1개월도 지나지 않아 6조원 정도가 증발했습니다. 5만 6천원과 5만원의 물가차이도 큰데, 56조원과 50조원의 차이는 말해 무엇....이긴 해도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6조원이면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출처 : ChatGPT 4o)
6조원이면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출처 : ChatGPT 4o)

6조원도 어마어마한 돈인데, 50조원이면 어마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그러나, 설령 제안금액이 50조원보다 더 높았다 하더라도 세븐일레븐은 NFS(Not For Sale : 안 팝니다)를 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 팝니다!라는 외침이 세븐일레븐의 의지이긴 하지만, 세븐일레븐만의 의지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오늘 제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세븐&아이 홀딩스(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의 최근 주가를 보시죠.

캐나다 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쉐타르(ACT)에 의한 매수 제안이 알려지자, 주식이 가파르게 뜁니다.(출처 : 야후!)
캐나다 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쉐타르(ACT)에 의한 매수 제안이 알려지자, 주식이 가파르게 뜁니다.(출처 : 야후!)

대략 주당 1,700엔 정도였던 세븐&아이 홀딩스의 주식이 2,200엔 정도까지 올랐으니 비포애프터로 보면 30% 정도 상승했습니다. 매수를 제안했던 캐나다 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쉐타르(ACT)가 기존 주식 가격의 20% 정도 높은 가격에 제안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이미 세븐&아이 홀딩스의 주가는 매수제안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지요. 

출처 : 세븐&아이 홀딩스 
출처 : 세븐&아이 홀딩스 

50조원이 대단한 금액이라는 것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세븐&아이 홀딩스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한 숫자만 가지고도 이들의 저력(底力)은 그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약 162조원의 연간 그룹 매출, 약 6,360만명이 매일 이들의 매장을 방문하며(글로벌), 영업중인 매장의 숫자는 약 85,800개(글로벌)에 달합니다. 세븐&아이 홀딩스 측이 '우리는 저평가되고 있다'라고 점잖게 건넨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중요한 가치가 일본 국내의 세븐일레븐에 있는데 바로, 일본 시민들의 인프라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 Business Insider Japan
출처 : Business Insider Japan
  • 업계 1위 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약 2조 1940억원 / 7,298억원
  • 업계 2위 패밀리마트의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 4,705억원 / 3,003억원
  • 업계 3위 로손의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4,823억원 / 2,948억원

숫자로 보시는 것처럼, 일본의 편의점 시장에서 세븐일레븐이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이렇듯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편의점 그 이상의 편의점'으로 일본 시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중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금 및 공공요금 납부

  • 세금 납부: 주민세, 고정자산세, 자동차세 등의 납부가 가능합니다. 편의점 납부서를 사용해 계산대에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 공공요금 납부: 전기, 가스, 수도, 전화 요금 등의 공공요금도 전용 납부서를 통해 결제가 가능합니다.

2. ATM 서비스

  • 세븐일레븐에는 "세븐 은행 ATM"이 설치되어 있어, 24시간 은행 거래가 가능합니다. 
    • 현금 인출 및 입금: 대부분의 은행 캐시 카드나 신용 카드를 사용해 현금을 인출하거나 입금할 수 있습니다.
    • 송금 서비스: 세븐 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휴 금융기관에 송금할 수 있습니다.

3. 인터넷 쇼핑 결제

  • 세븐일레븐에서는 인터넷 쇼핑 결제를 매장에서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편의점 결제"를 선택하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대금을 결제할 수 있습니다.

4. 티켓 구매

  • 세븐일레븐에서는 "세븐 티켓" 서비스를 통해 콘서트, 스포츠 경기, 영화 등의 티켓을 세븐일레븐 매장에 있는 멀티 복합기를 이용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5. 택배 수령 및 발송

  •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는 "택배(야마토 운수)"를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수령하는 "편의점 수령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을 갖춘 세븐일레븐은 도심에서는 바쁜 1인가구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한적한 지방으로 가면 노년층들의 삶을 지탱하는 인프라로서 기능합니다.

자연재해가 잦고, 도심과 시골의 인프라 차이가 극명한 일본의 지리적 특성상 홍수가 나거나 지진이 오더라도 세븐일레븐에 가면 먹을 것, 마실 것, 디저트에 더하여 빨리 문을 닫는 일본의 시중은행(일본의 은행은 오후 3시면 문을 닫습니다) 대비, 언제든 공과금 납부가 가능할 뿐더러 집에서 가까운 세븐일레븐의 매장은 '라이프라인'의 일부 기능마저 수행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백그라운드를 이해하고 나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세븐&아이 홀딩스 측이 캐나다 기업 ACT의 50조원 딜을 거절한 것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편의점 사업을 넘어 자국민의 데일리 라이프의 일부를 지탱하는 인프라 산업을 외국 기업에게 넘기는 것이니까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유통 거대 기업인 ACT는 세븐&아이 홀딩스의 인수 제안이 거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상향된 인수제안을 세븐일레븐 측에 건넬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어지간한 금액으로 세븐 측이 수락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금액적으로 매력적인 딜을 제안받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수락하기 위해서는 세븐 측에서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을 겁니다.

제안을 수락한다 하더라도, 국가 인프라의 일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세븐일레븐을 외국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한 대의명분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냐도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입니다. 

출처 : 바키(만화. 재밌다네요. 읽진 않았습니다)
출처 : 바키(만화. 재밌다네요. 읽진 않았습니다)

개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 고려해야 할 부분(얻을 것 & 잃을 것)에 비하여 한 국가의 인프라를 지탱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 고려해야 할 부분(잃을 것 & 얻을 것)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습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 합병 법인이 미국 편의점 시장의 거의 5분의 1을 장악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반독점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세븐앤아이 홀딩스는 이 제안이 “현재의 규제 환경에서 이러한 거래가 미국 경쟁법 집행 기관으로부터 직면하게 될 여러 가지 중대한 문제를 적절히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우려에 대해 언급하였고요.

원문 : Analysts had previously said the combined entity would have controlled nearly a fifth of the US convenience store market, which was likely to attract scrutiny from America’s antitrust regulator. Seven & I addressed that concern on Friday, saying the proposal did not “adequately acknowledge the multiple and significant challenges such a transaction would face from US competition law enforcement agencies in the current regulatory environment.”

그러므로, 세븐일레븐 측이 매각을 거절하는 이유는 크게 1)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의 딜이 아니라는 것과, 2)반독점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현 시점에서는 좋은 딜이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설령 엄청난 금액의 오퍼를 받아서 매각으로 인한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라는 정량적인 대의명분으로 진행시키고 싶다 하여도, 매각으로 인해 이익을 보게 될 주주들(일본인들)이 상기 전달드린 이유처럼 일본의 인프라를 고려하여 매각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CT 측이 다시 M&A 제안을 하려면 제시 금액의 인상뿐만 아니라, 일본의 인프라 산업을 지탱하는 세븐일레븐 재팬의 높은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넓은 국토를 가진 영미권 국가에서 편의점이 제공하는 가치와, 촘촘하게 점이 선으로 이어진 세븐일레븐 재팬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잃어버린 30년'의 세월이 지속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는 경제적 강대국인 일본. 그 일본의 인프라를 지탱하고 있는 세븐&홀딩스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여 매각이 이루어질 것인지. 혹은,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거부를 지속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재팬 인사이트 뉴스레터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4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H: 일본 VC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 IPO 시장에 대해
  • KU: 일본 스타트업 업계 뉴스의 소개와 배경소개,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내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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