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2월 말, 일본은 따뜻해지는 날씨와 벚꽃 소식이 들려오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찾아오는 게 일본에 오래 사신 분이라면 모두가 겪는 花粉症 (카훈쇼,꽃가루 알러지)인데요, 저도 일본에서 산지 13~14년쯤 되던 해에 카훈쇼에 걸려서 이 시기만 되면 눈 가려움과 콧물 증세에 두통까지 참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는 합니다.
개개인이 카훈쇼와 열렬히 맞서 싸우는 이 계절, 경제계에서는 노조가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기업과 맞서 싸우는(?) 春闘(슌토)가 한창인데요, 오늘은 일본 특유의 슌토(= 춘기투쟁(春季闘争)의 줄임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사실 한국 스타트업이 슌토의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는 없겠지만, 일본의 임금 상승 트렌드와 노동시장의 큰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슌토에서 다뤄지는 주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春闘 (슌토) 란 무엇인가?
슌토는 춘기투쟁(春季闘争)의 줄임말로, 전후 일본의 노동 운동 흐름 속에서 서서히 발전해 온 노조와 기업간의 협의 활동입니다.
주로 임금 인상(베이스 업, ベア)이나 노동 조건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데요,
최근에는 과로사와 근무 시간이 사회문제가 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과 근무 환경 개선을 다루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슌토는 큰 흐름이 있는데요,
먼저 대기업에서 협상이 시작되고 그 후 중소기업으로 확산됩니다.
각 기업별로 진행하기는 하지만,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산업 연합, 경제 연합 전체와 협업하며 진행하고, 대기업의 협상 결과가 중소기업에 영향을 주면서 전체적인 협상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슌토는 12월에 연합이 기본 방침을 결정한 후, 1월에 각 산업이 상세한 방침을 책정하고, 2월부터 교섭이 시작됩니다. 협상의 최고조에 다다르는 것은 3월 중순으로 대기업의 답변이 모여 3월 말까지는 모든 슌토가 종결됩니다.
슌토의 결과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거나 근무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두들 주시하고 있지요.
2020년 이후 슌토 트렌드와 두드러진 토픽
2020년 이후 슌토는 크게 “실질적인 임금 인상”과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토픽으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슌토
2020년 코로나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실적 저조한 상황임을 감안하여 노동조합은 소극적인 요구를 하는 경향이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따라서는 「임금 동결」이나 「상여 지급 보류」등의 엄격한 대응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또,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한 리모트 워크의 확산 등 근무 환경 개혁을 시도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돋보였고, 기업은 이를 받아들여 리모트 워크나 탄력 근무제 등 유연한 근로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도드라졌습니다. 이 움직임은 특히 젊은 층이나 여성, 육아·간병을 하는 사람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다이나믹한 임금 인상 변화
2020년 이후 슌토에 있어서 임금 인상 동향은 굉장히 다이나믹 합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 때문에 임금 인상의 폭은 매우 작았지만,2021년~2022년에 걸쳐서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됨에 따라 노조측은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안정적인 실적을 되찾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폭이 확대되었습니다.
2022년~2023년까지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임금 저하가 문제가 되었는데요, 우스갯소리로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하고는 했는데, 실제로 그랬던 거지요.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의 반등으로 물가가 급상승하고 임금 상승률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니 노동조합은 '실질임금 회복'을 중요한 목표로 내걸었고, 기업 측도 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임금 인상 외의 안건으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처우차이 개선과 노인 고용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4년 슌토에서는 노동조합이 전년(평균 9,000엔)을 웃도는 평균 12,000엔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이는 33년만에 최고의 인상률로 큰 이슈가 되었고, 이에 따라 높은 임금 인상을 실현하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아래 표는 1990년 이후 임금 상승률 추이인데요, 2024년의 임금인상률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케 합니다.
2024년 슌토의 결과와 주목할 만한 토픽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4년 슌토에서는 노조측이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아 실질 임금의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기업 측은 경제 상황과 실적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는데요, 특히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은 무려 28,440엔의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기업측은 요구에 응답하며 큰 이슈가 되었고 이러한 기업 측의 응답은 다른 업계와 기업에도 파급되어 임금 인상을 실현한 기업이 증가했습니다.
도요타자동차 외에도 산토리 홀딩스, 기린, 스미토모생명,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7%에 달하는 베이스업 요구에 응하고 이를 공표하면서 인재 채용 및 정착을 위한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인재 확보가 어려운 일본의 노동시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예시인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임금인상 폭이 대기업보다 작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복리후생을 통한 실질적인 임금 인상에 힘쓰는 움직임도 보였는데요, 식비 보조, 주택 지원, 가사노동 대행 서비스 지원, 육아 서비스 지원, 간병 지원 등을 복리후생으로 제공하면서 종업원의 만족도도 높이고 실질적인 생활비 절약을 돕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는 기업들도 늘었습니다.
또 2024년에는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특히 고령층 고용과 시니어층 임금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기업측도 사내HR의 큰 토픽중 하나로 고령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향후 일본 노동 시장에 큰 트렌드로 자리 잡을 거라 예상됩니다.
2025년 슌토의 내용과 전망 및 채용에 미치는 영향
2025년 슌토에서도 계속 임금 인상이 중요한 테마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근로자는 실질임금 개선을 요구하기 때문에 올 해도 많은 기업들이 2024년에 버금가는 베이스업을 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실제로 산토리 홀딩스는 2024년에도 7%의 임금 인상을 했지만, 2025년에도 7%의 임금 인상을 할 거라 발표 했습니다.
또한, 2025년은 「근로방식 개혁」이 더욱 더 진전 될 거라 기대가 모아지면서 리모트 워크나 플렉스 타임 제도 등, 유연한 근로방식의 도입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금 인상과 같은 레벨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근무 환경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비교적 유연한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트렌드 일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2025년의 슌토.
각 지역별, 산업별 슌토 토픽이 매일과 같이 뉴스에 나오고는 하는데요, 3월 말 어떤 결과를 쟁취해 낼지 기대가 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