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UI/UX의 다크 패턴부터 시작해봅니다.
당신이 이걸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하게 만든 것입니다.
누른다는 건 정말 ‘나의 결정’일까?
수많은 앱을 실행한 당신, 그 많은 앱 을 사용하던 중 하나의 버튼이 눈에띄어요.
선명한 빨간색. 그리고 짧은 질문 하나.
“누르시겠습니까?”
순간 손이 멈칩니다.
그런데 그 멈춤조차 누군가가 예상한 반응일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버튼의 위치, 색상, 문장, 손의 위치까지도,
당신은 자유롭게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은 선택하도록 정교하게 유도된 조건 속에 놓여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일상은 ‘선택’으로 가득한 듯 보이지만
우리는 매일 수십 번, 때로는 수백 번의 결정을 내립니다.
무엇을 볼지, 누굴 만날지, 어떤 단어에 ‘좋아요’를 누를지.
하지만 그 결정이 정말 ‘내 의지’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설계한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인지 우리는 자주 의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본 것, 고른 것, 반응한 것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알고리즘은 당신이 ‘좋아할 법한 것’을 찾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은 ‘당신의 취향’을 고려했다기보다 당신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 유튜브는 한 번 클릭한 영상을 반복 추천합니다.
- 쇼핑몰은 장바구니에 두 번 담은 사람에게만 쿠폰을 줍니다.
- 앱은 ‘예’ 버튼을 선명하게, ‘아니오’는 흐릿하게 둡니다.
우리는 자율적으로 고른다고 느끼지만, 그 느낌조차도 누군가가 설계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런 설계를 우리는 행동 디자인(Behavior Design) 혹은 그보다 더 은밀하고 교묘한 전략으로서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라 부릅니다.
왜 ‘탈퇴’ 버튼은 잘 안 보일까?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왜 탈퇴 버튼은 작고, 회색이고, 몇 번의 클릭과 스크롤을 거쳐야 겨우 도달할 수 있을까요?
그건 단지 UI의 실수가 아니라, 머무르게 하기 위해 계산된 설계입니다.
“정말 떠나시겠습니까?” 이 문장은 죄책감을 유도하고, 심리적 저항을 만들어냅니다.
당신은 떠날 수도 있고, 머물 수도 있지만, 그 결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간 결과’가 되도록 설계는 조용히 개입합니다.
철학이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 스피노자는 말합니다. “돌이 스스로 날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인간도 스스로 선택한다고 착각한다.”
- 루이 알튀세르는 인간은 자유로운 주체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의해 호출된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 미셸 푸코는 말합니다. 과거의 권력은 통제와 감시를 통해 작동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순응하도록 만드는 권력이 더 강력하다고.
결국, 내가 고른 것 같았던 그 ‘선택’도 실은 욕망 자체가
사회와 기술의 구조 속에서 길들여진 결과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술은 이제 감정과 반응까지 설계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랫폼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행동을 설계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반응을 수집합니다.
Nir Eyal의 《Hooked》에서는 이런 메커니즘을 도파민 루프로 설명합니다.
트리거 → 행동 → 보상 → 투자
- 자동으로 재생되는 유튜브 영상,
- 끝없이 이어지는 틱톡 피드,
- 좋아요 알림이 주는 미세한 쾌감…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편리함은 반복을 부르고, 반복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결국 우리의 감정과 선택을 결정짓는 힘으로 변합니다.
윤리는 멈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더 이상 “자유의지가 있는가”를 묻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왜 이걸 선택했는가?”
윤리는 외부의 규범이 아닙니다.
윤리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도구도 아닙니다.
그건 아주 작고 조용한 시작입니다.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선택했다고 믿은 그 행동의 배경을 한 번만 더 들여다보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오늘, 당신에게 남기는 질문
- 내가 오늘 무심코 고른 것 중 정말 ‘나’의 선택은 얼마나 있었을까?
- 나의 욕망은 정말 나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익숙해진 반응일까?
오늘의 실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하나를 정해, 하루 동안 그 안에서 나의 선택을 유도하는 설계를 관찰해보세요.
- 버튼은 왜 이 위치에 있을까?
- 이 문장은 왜 이렇게 쓰였을까?
무의식 속에 녹아든 작은 설계들이 당신의 ‘선택의 감각’을 흔들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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