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는 ENFP 빙고를 몇 개나 맞힐까

2023.01.19 | 조회 3.7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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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이전에 MBTI 과몰입에서 벗어나겠다는 글을 썼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찾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장 흥미로운 담화 주제죠.

참고로 오늘 글은 매우 길 예정입니다. 바쁘시다면 다음에 만나요🥺

저는 ENFP인데요, 요즘 T 지수가 상당히 높아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좀 친해지고 나면 엔프피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요. 요즘 엔팁 같다는 말도 많이 듣기에 엔프피 빙고를 해봤습니다. 25개 문항 중 대부분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문항 하나하나가 조잘조잘 주제로 충분할 것 같긴 한데 오늘은 이 빙고를 하나하나 따져보려고 합니다.

첫줄부터 제가 조잘조잘에도 자주 묘사했던 제 모습이더라고요. 불과 엊그제 글에서도 남들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읽는다고 했고요..🙃 격리동안에는 심심해서 방을 뒤엎었고, 쉽게 질려한다는 것도 자주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오래 애정을 가져온 것들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쉽게 질리는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흔치 않으니까요.

사실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모먼트는 꼭 MBTI 성향때문이 아니라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아 세모입니다.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가끔 비이성적이거나 납득 안 되는 행동을 할 때가 종종 있죠.

두 번째 줄은 전반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기는 합니다. 다들 밈과 사랑에 빠지고 뜬금없이 흥분할 때도 있고 이랬다 저랬다 하기도 하고, 남들이 이해못하는 유머코드 하나쯤은 다들 있지 않나요? 항상 이런 MBTI 관련 문서를 볼 때마다 결국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닌가 싶긴 합니다.

여기서는 좀 다른 게 등장합니다. 정의는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깊이 사랑한 가치입니다. 10대 초반부터 정의롭게 살겠다는 신념을 갖고 목표와 꿈을 설계했습니다.

어느샌가 정의 타령은 정의롭지 못한 이들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 됐고, 정의를 부르짖는 이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우둔한 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토록 바라온 정의보다는 당장 눈 앞의 취업, 편안한 몸, 마음의 안정 등을 핑계로 거시적인 목표가 아니라 오직 개인에 국한된 미시적인 것들만 고려하고 있고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종종 싫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얼마전, 제가 한 결정을 내리는 때가 있었는데요. 고민 끝에 한 결정이었고 그 결정이 사실 잘한 건지, 아닌지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이 결정에 대해서도 구독자님께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그 얘기를 듣고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너처럼 정의롭지 못해서 그렇게 못했을 것 같지만, 잘 한 것"이라고요. 그 말에 내가 10대 때, 정의 타령한 것이 아직도 남들의 기억엔 그렇게 남아있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한편 그때 그런 꿈을 꿔온 어린 나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정의에 고픈 것은 맞지만 실천은 미미하기때문에 세모로 쳤습니다.

자기능력 이상으로 퍼주는 것은 확실하게 '아니오'입니다. 제 능력껏 퍼주는 일도 드문 것 같은 걸요... 나머지 두 가지는 확실한 O입니다.

단체보단 개인을 더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좌제를 굉장히 싫어하는데요. 어릴 때에도 소수의 잘못으로 단체로 기합받는 걸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6살 때는 선생님께서 떠들면 다 집에 못간다고 하시자, 떠드는 애들 한명한명 찾아가서 너때문에 다 집에 못간다고 조용하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3 때, 몇몇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단체로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계속 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 제가 이걸 왜 단체로 혼나야 하고, 정작 피해를 입힌 애들은 미안한 기색도 없는데 왜 다른 애들이 피해봐야 하는지 화가 난 기억이 있네요. 사실 전 혼자만 화냈다고 생각했는데 중학생 때 친구가 '너 그런거 싫어하잖아'하면서 이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 이후의 상황까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단체 생활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기도 하지만 뭔가 항상 '왜' 그래야 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저런 기합을 받는 것을 싫어했네요. 지금도 다같이 하고 다같이 책임을 지는 것보다 잘 안 되더라도 혼자 해서 혼자 책임을 지는 게 더 편합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제 잘못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그런 이유로 피해를 받는 것도 싫어서요. 너무 MZ스럽나요? 물론 세상은 제가 싫어한다고 모든 걸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마음으로만 싫어합니다.

'이럴 거 같은데'를 종종하지만 항상 말하기 전에 이건 내 추측일 뿐이라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말하고 시작합니다. 제 나름의 근거는 있기 때문에 세모로 쳤습니다.

감정적 공감은... 저는 고수라고 생각하지만 영혼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때마다 늘 진심이라고 답하긴 하지만요. 나머지 두 항목은 모두 확신의 O입니다.

긴 이야기가 드디어 끝이 보입니다! 마지막 줄은 모두 O인데요. 열정도 감정도 충만합니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미술도 했고 글쓰기도 하고 있습니다. 미술은 요즘 질려서 안 합니다. 글쓰기는 20년을 해도 안 질리네요. 친구가 많은 편인 것도 같습니다. 아마 친구가 되는 것에 대한 장벽이 남들보다 낮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지인이라고 하는 관계까지 전 그냥 친구라고 하거든요. 굳이 관계를 딱딱하게 나눌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쓰면서 느꼈는데 만약 구독자님이 저 대신 이 빙고를 해주셨어도 결과값이 비슷하게 나왔을 것 같네요. 결론은 아직은 엔프피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완전 반대 성향인 istj 빙고를 통해 과연 mbti 빙고는 얼마나 범용적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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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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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most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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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 오예스

    0
    almost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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