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백수의 멘탈관리

백수의 멘탈관리 

백수가 되고 나서 인간 관계의 연결이 이렇게 중요한지 처음 알았다. 직장이라는 틀이 사라지자 하루를 채울 이유도, 누군가와 자연스레 대화할 기회도 사라졌다. 처음엔 자유로운 시간이 반갑기만 했다. 늦잠을 자도 문제 될 일이 없었고 가끔은 아무것도 안하고 쉴 수 있었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이후로 그 일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자유의 대가는 죄책감이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나 스스로가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가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였다. 쉬어도 되고 늦잠을 자도 된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혼자 집에서 작업을 해도 되지만 가끔 나만의 To do list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자책이 커져 우울함이 나를 덮쳤다. 

다행히 비슷한 시기에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 둘은 서로에게 규칙적인 패턴이 필요했다. 정해진 시간에 만나 작업하고 공부하며 서로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가지 않게 꽉 붙들어 매 준 연결고리가 되었다. 가끔은 혼자서는 이 정도의 의지를 갖지 못하는 내가 아쉬웠다. "굳이 이 시간이 꼭 필요한 걸까? 꼭 밖에 나가야 해? 차라리 혼자 집중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혼자 집에서 일할 때 걱정이라는 놈들은 너무나도 쉽게 내 영역을 침범했다. 

만나서 각자 할 일을 할 뿐이지만 사람과의 연결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 내 마음이 강인한 날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가끔 마음이 약해지는 날은 밑도 끝도 없이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생산성은 커녕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막연한 무력감이 나를 방해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라는 인간은 생각보다 인간 관계에서의 연결이 중요한 사람이구나. 인간들이 모여서 사는 이유가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삶을 묶어주는 안전장치이기 때문이구나. 

우리는 서로를 통해 각자의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일상에서 주변 지인들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나 접촉들이 알게 모르게 내 멘탈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사람과 접촉하고 연결하는 것이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심지어 온라인을 통한 대화도 내 멘탈에 도움이 되었다. 

살다보면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럴 때 혼자 방구석에 누워있기 보다는 누구든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소통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다. 백수 기간에 이 중요한 인생의 팁을 깨달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인간관계에 쏟을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에너지 총량의 어느 정도는 인간관계에 할애해야 내 정신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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