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죽음을 상상하면

죽음을 상상하면

왠지 조금 어그로인 것 같은 제목이지만 오늘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한국어 말하기 수업의 교안을 준비하면서 중급수준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주제들을 쭉 정리해봤다. 그 중 흥미로웠던 주제가 바로 '삶과 죽음'이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죽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언제 올 지 모르는 죽음은 쉽게 잊혀진다. 마치 평생을 살아갈 것 처럼 생각하지만 실상 우리의 삶은 언제 꺼질 지 모르는 풍전등화와 같다. 당장 내일 죽을지 30년 뒤에 죽을 지, 50년 뒤에 죽을 지 모르지만 마치 절대 죽지 않는 존재처럼 하루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과연 내가 죽음을 상상한다면 지금 무엇이 중요할까? 

사실 나는 요즘에도 중요한 일을 미루고 있다.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조금만 있다가 나중에 하겠다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한다. 하지만 만약 내일 죽는다면? 미루고 있는 이 일들은 과연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일까? 진짜 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다를 때도, 그 것들이 같을 때도 반복되는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며 살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시간은 유한한데, 왜 나는 그 소중한 시간을 계획없이 살고 있는걸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 인생에 있어서 계획도 중요하지만 내가 믿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 보다도 그 일을 '왜' 해야하는지 스스로가 알고 있어야 매일 매일을 가치있게 쓸 수 있다. 죽음을 상상하는 일은 오히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마주한 상상 속에서야 비로소 ‘지금’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보인다. 무언가를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도 좋다. 실패해도 괜찮고, 길을 잃어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걸 자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먼 이야기 같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다. 매일 뉴스를 통해 스치듯 접하는 타인의 죽음 속에서, 내가 놓쳐버린 연락 한 통 속에서, 혹은 문득 울컥하는 기억 속에서. 그래서 오히려 죽음을 잊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이 삶을 제대로 붙잡을 수 있으니까. 죽음을 기억하는 하루는 삶을 소중히 여기는 하루가 된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하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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