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오늘 나의 기분은 오늘의 날씨와 같아

오늘 나의 기분은 오늘의 날씨와 같아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저절로 창문에 눈이 간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집어 들곤 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무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 보고자 여름 내내 암막 커튼으로 절반쯤 가려두었던 창문을 요즘은 시원하게 개방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매일 아침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강렬한 햇살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쩅한 햇살 때문에 일어나는 일상이 조금도 싫지 않다. 오히려 철제 기둥 같은 회색빛의 암막 커튼에 가려졌던 창문 너머를 속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좋고, 더위 걱정할 필요가 사라진 맑은 가을 하늘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눈을 뜨자마자 맑고 쾌적한 날씨와 마주하면 오늘 하루도 꽤 괜찮게 흘러가겠다는 막연한 희망도 생긴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무서울 정도로 끝도 없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꼼짝없이 집 안에만 갇혀있었고, 하루 종일 내 마음도 먹구름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어둡고 무거워졌다. 햇빛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날씨는 쓸데없이 과거의 실수와 후회스러운 일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었고, 그로 인해 마음이 조금은 울적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씨에 내 기분을 완전히 맡겨두어도 과연 괜찮을까?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가 지속되는 곳이 아닌, 사계절에 따라 일 년 사이에 극단적일 정도로 날씨가 달라지는 곳에서 사는 이상 날씨와는 상관없이 내 감정을 돌보는 기술을 익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너무 덥다고 해서, 너무 춥다고 해서, 너무 맑다고 해서 내 기분도 덩달아 변덕스럽게 변하도록 둘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쾌적하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더라도, 오늘의 날씨에 내 기분을 온전히 맡기지 않고 날씨와는 상관없이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를 챙겨보듯 오늘 나의 감정도 잘 챙기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일기 예보가 오전, 오후, 밤의 날씨를 세부적으로 소개하듯 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내 기분, 나른해지는 오후의 내 기분, 지친 저녁때의 내 기분을 살펴보면 어떨까.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고, 기온이 내려가면 외투를 챙기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자연스럽게 날씨의 변화에 따른 대응 방식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내 기분도 일기 예보 챙기듯 자주 들여다보면 감정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방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에는 쉽게 일어나기 힘드니 졸음을 이길 정도로 맛있는 아침을 간단하게라도 준비하고,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오후에는 왠지 나른한 기분이 드니 식후에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신나는 노래를 두세 곡정도 준비하고, 피곤한 저녁에는 재미있는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활력을 되찾으면서 말이다. 어떤 혹독한 날씨든 그에 알맞은 대응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오늘의 날씨가 오늘의 기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순간에도 이처럼 나의 감정을 온전히 돌보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날씨는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내 감정은 내가 직접 들여다보고 조절할 수 있다. 오늘 여러분의 날씨는 어떤가? 그리고 여러분의 기분은 오늘의 날씨와 닮았는지, 아니면 날씨와 무관하게 내면의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요즘처럼 쾌적한 가을 날씨에 가장 먼저 긴급하게 해야 할 일은 아무 걱정 없이 맑은 가을 하늘에 기분을 온전히 맡기는 것이긴 하다. 맑은 하늘과 밝은 햇빛을 마음껏 즐기고, 명랑하고 희망찬 기분을 계속 마음에 품으며 오늘의 날씨에 오늘의 기분을 맡기되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감정을 직접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음을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무더운 여름과 시린 겨울을 몇 차례나 떠나보내며 살아온 우리는 그 정도의 힘과 능력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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