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매년 더 더워지는 여름을 보내며

매년 더 더워지는 여름을 보내며

매년 더 더워지는 여름을 보내며, 문득 자연의 변화를 느낀다. 어린 시절의 여름은 무더웠지만 지금만큼 숨 막히는 더위는 아니었다. 뜨거웠던 여름은 9월이 되어도 지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스팔트 위로 아른거리는 열기를 느끼면서 인간을 향한 자연의 경고를 직면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일상적으로 울리는 폭염주의보 알림은 이제 스팸문자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더워도 누군가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땡볕에서 일을 해야하고 에어컨을 틀면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에어컨을 끌 수 없다. 매년 반복되는 이 살인적인 더위에 어느순간 익숙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든다. 대체 이 더위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적인 뉴스였을지라도 그 내용이 반복되면 익숙해진다. 일상적으로 들려오는 기후변화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경각심은 뉴스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무뎌지는 것 같다.  이제 봄과 가을은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가고, 긴 여름과 겨울이 그 자리를 채운다. 더워지는 여름은 우리 일상의 범위를 좁히곤 한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추석이 지나갔지만 더위는 꺾일 줄을 몰랐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과 집 앞의 공원에 함께 나가 놀고 싶지만, 문 밖을 나가는 순간 마주한 열기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치고 말았다. 더 넓은 공간을 뛰어다닐 수 있는 아이들은 에어컨에 허락하는 집 안을 누릴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이정도 공간이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100년 뒤 여름에는 얼마만큼의 공간이 인간에게 허락될까? 

지구온난화는 81억 명의 조별과제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참여자의 대부분이 과제에 관심이 없지만 함께 마음을 모으지 못한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어려운 문제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평소에는 환경 문제에 무관심하지만 이런 나날이 반복되면서, 지구를 지키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묻게 된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 그리고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두 중요하다고 하지만, 매일의 현실 속에서 나 하나의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저 습관처럼 스팸메일을 지우듯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도 한쪽으로 밀어내게 된다. 하지만 매년 더워지는 여름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에어컨을 한 시간 덜 켜는 것,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 사소해 보이는 이 행동들이 모여 더위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면, 그 작은 변화는 의미를 가진다. 에어컨 없이 더운 날을 보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더위 속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옛날의 자연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최악으로 향하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나의 일상을 바꿔나가는 것도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

어릴적에는 마냥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자연에 대한 생각들이 점점 더 내 앞에 놓여진 직접적인 문제로 느껴진다. 더운 여름을 보내며 느꼈던 이 두려움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그리고 그 행동이 자연의 경고에 대한 우리의 답이 되기를 바래본다. 

자유로운 코멘트 혹은 답신을 주세요!

오늘의 감상이나 떠오르는 것을 공유해주세요 😄

남겨주신 답장은 필진에게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