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나도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나도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인터뷰하는 법’이라는 직관적인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 그대로 인터뷰하는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모든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책의 초반부에 이런 문장이 나온 것만은 똑똑히 기억난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내심 뜨끔했다. 돌이켜보니,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용기 내서 실행했다가도 마음먹은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세 관심이 식어버리고, 안 될 것 같으면 먼저 포기해 버리고, 괜히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조차 접었던 시간을 몇 번이나 겪었으니까.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기회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시간이든 돈이든 내게서 무언가를 받는 대가로 다른 무언가를 완벽하게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말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그중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자리를 잡아 내 삶의 일부가 되어준 건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런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나에게 두 번의 기회는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에게도 기꺼이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을 만큼 다정해진다면 타인에게 먼저 벽을 세우는 일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그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고 그저 눈앞의 상대와 기꺼이 친절한 말을 주고받을 용기도 내고 말이다.

‘왜 사람에겐 기회를 주지 않는 걸까’라는 문장이 책을 덮어도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결국 작년에는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 연초에 한 번, 그리고 연말에 한 번. 문장을 읽을 때마다 최근의 나는 내게 몇 번의 기회를 주었는지 돌이켜보았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내가 과연 이걸 해도 될까?’라는 의심을 품고 망설였던 순간, 도전에 대한 설렘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던 순간이 훨씬 더 많이 떠올랐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좀 더 기회를 주어야 하겠지. 고작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이유로 인생이 완전히 바뀔 리는 없으니,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인생에서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그저 사람에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문장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삶은 점점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해주고 말이다.

비록 작년에는 자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에는 속이 좁은 사람처럼 지냈지만, 올해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내게도 너그럽게 기회를 주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한 걸음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것, 내면이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분히 채워질 때까지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내 삶에 진정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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