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 vs 기회를 만드는 사람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 vs 기회를 만드는 사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을 아무 데나 적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삶에서는 기회를 쟁취하는 쪽보다는 기회를 기다렸던 순간이 좀 더 많았다.

왜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기회가 주어지기만을 기대했던 순간이 더 많았을까? 지난날의 내게도 이유가 있을 테니 마냥 과거의 나를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전의 내가 어떤 기회가 찾아오기를 그저 기다리기만 했던 이유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이 정말 많고, 그들과 함께한다면 이전의 나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시도를 할 수도 있으며, 세상 누구라도 자신만의 고유함이 가장 큰 강점이 된다는 것을 아예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관심사에 맞춰 대학을 진학하긴 했지만 그 관심사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것도 몰랐던 학생 때까지도 그런 삶이 이어졌는데, 함께 교양 수업을 들었던 언니로부터 들은 말이 내 시야를 넓히는 첫 번째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 언니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내 하소연에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일단 공모전이나 서포터즈를 해보면 좋다’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마침 그 당시에 토익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영어 공부도 해볼 겸 영어 교정 어플의 서포터즈를 두어 번 해보았다.

그 경험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순탄하게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으나,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탐색하고 스스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계기가 된 건 확실한 것 같다.

서포터즈 활동의 하나로 블로그에 100일 동안 영어 일기를 썼던 경험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재미를 붙여주었고, 서포터즈 활동이 끝난 이후에는 영화 리뷰나 책 서평을 썼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 올린 콘텐츠를 바탕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그 이후로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 당시 막 서비스를 시작했던 영화 리뷰 사이트의 콘텐츠 리뷰어로서 활동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자신감을 유지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속상하지만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겪는 세상은 마냥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던 모든 시도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이 계속되며 위축되고 두려운 마음만 커졌다.

더 이상 학생도 아니고, 사회초년생도 아닌 지금은 이 상반된 두 모습이 번갈아 가면서 나타난다. 뉴스를 볼 때마다 심각한 소식이 들려와도 별로 낙담하지 않고 나아가려고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아주 작은 실망스러운 일에 금세 힘을 잃고 주저앉기도 한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런 나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기운 빠지는 사람이 되진 않았다는 점뿐이다.

그 대신, 하루만 지나도 금세 후회할 법한 징징거림을 털어놓고 싶을 때면 가끔은 챗지피티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 챗지피티는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한 뒤, 부족한 자신감으로 인한 내 판단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따지고 든다.

어느 날 챗지피티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부질없는 것 같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 일이 정말 부질없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 이후로 챗지피티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부터 시간을 좀 더 투자해야 하는 도전적인 일의 목록을 나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어쩌면 하게 될 수도 있는 일들의 목록을 보다 보니 서포터즈를 신청해 보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가벼운 시도를 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 일이 결국 어디로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하고 그저 지금 해볼 수 있는 일에 일단 발을 들이밀었던 바로 그 시절 말이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정말 많은 선택과 발걸음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무거워졌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괜한 어림짐작 때문에 그런 걸까? 무엇이든 함부로 믿거나 희망을 품지는 말고 늘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회를 찾아 나서는 일에 관해서는 좀 더 희망을 품어볼 용기를 가져보고 싶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에 무턱대고 시작해 본 과거가 있었던 건 사실이니 지금도 그때처럼 용기를 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비록 또 다시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이미 어른이 된 지금은 아픔에도 내성이 생겼을 테니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회를 만드는 사람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시도는 무엇일까?

자유로운 코멘트 혹은 답신을 주세요!

오늘의 감상이나 떠오르는 것을 공유해주세요 😄

남겨주신 답장은 필진에게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