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볼까?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볼까?

최근에 SNS를 둘러보다 흥미로운 게시글을 보았다.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이었던 공부 방법, 시간 관리 방법, 기분 전환 방법, 동기부여 방법 등 다양한 노하우를 항목별로 정리해 두고 있다는 어떤 사람의 게시글이었다.

그 사람이 만든 문서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거쳐 자신이 직접 몸으로 체득한 가장 최적의 노하우가 기록되었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단 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나 사용 설명서’나 다름없었다.

아래쪽에는 그 글에 영감을 받은 다른 사람들의 인증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집중 안 될 때’, ‘고민이 많을 때’, ‘배운 내용을 효율적으로 복습하고 싶을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 알맞은 답을 스스로 탐구하고 적어둔 기록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것을 보면 일단 어떻게든 따라 해보고 싶은 성격 때문에 그 글을 읽자마자 나도 한번 구글 문서에 목차를 정리해 두었는데, 일단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쓴 ‘나 사용 설명서’의 목차를 참고하지 않고서야 나만의 목차를 만드는 것조차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만든 ‘나 사용 설명서’ 인증 사진을 모두 살펴본 뒤, 그중에서 나에게도 필요한 목차만 골라보았다. 어떤 목차는 읽기만 하도 그 안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어야 할지 곧바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건강 관리, 수면 관리, 식습관 관리처럼 살면서 별로 신경 쓴 적이 없는 목차들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좀처럼 나에게 알맞은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는 어쩌면 내 인생의 열정이 너무 한곳으로 치우쳤다는 의미가 아닐까? 건강한 신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인생 전반에 걸쳐 열정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인데, 나는 그동안 열정을 되살리기 위한 단기적인 방법에만 너무 몰입했나 보다.

해야 할 일을 끝마치기 위해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고 밤을 지새우며 열정을 불태우거나, 일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의자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앉아있는 게 여태까지 나의 생활 습관이었으니까. 지금보다 나이를 먹고 신체 능력이 저하 돼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고 있을 턱이 없다.

그래서 일단은 지금 당장 세부 내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항목부터 시작해 조금씩 ‘나 사용 설명서’를 적어보기로 했다. 기분 전환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을 분류해서 기록하기는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나의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던 활동을 적다 보니 문득 나보다 나를 확실하게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가족들은 나를 사랑하고 여태까지 나를 잘 보살펴주셨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언제나 나의 곁을 맴돌면서 내가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하도록, 패스트푸드와 한식 중 몸에 더 좋은 음식을 선택하도록, 신나는 음악이 필요할 때 헤드폰을 귀에 꽂을 수 있도록 돕지는 않는다. 이 정도 수준의 사랑과 돌봄은 내가 나를 위해 언제든지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사용 설명서’를 기록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자신만의 설명서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이기 때문이었지만, 조금씩 나만의 기록을 작성할수록 나는 언제 어느 상황에 처하든 나를 진심으로 돌볼 수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는 확신이 샘솟는다.

이러한 애정은 곧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열정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나에 대한 애정은 나의 열정을 얼마만큼 키울 수 있을지, 그리고 나의 열정은 나의 삶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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