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것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것

각자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최근 한강 작가님의 작품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 들려주는 518 광주의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준 문이었다. 뉴스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 역사 교과서에서 읽었던 내용을 넘어서서 소설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비로소 광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518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내집단이라고 여겨지는 집단에게 쉽게 공감하고 관대한 마음을 가진다. 내가 속하지 않은 외집단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들과 나의 차이점을 찾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쉽게 가지지 못한다. 책을 읽기 전 나에게 광주는 외집단이었다. 비록 같은 하늘 아래 태어난 대한민국 사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광주의 이야기를 오롯이 들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광주의 이야기는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광주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 지역에 쌓인 깊은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공감대가 없을 때 사람은 단절된다. 그렇게 나는 광주와 단절된 채 살았다. 

<소년이 온다>는 6명의 인물을 세심하게 묘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인물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어떨 때는 2인칭으로, 어떨 때는 1인칭으로 또 어떨 때는 3인칭으로 인물을 묘사한다. 한강 작가님의 표현 방식은 너무나도 섬세해서 그저 쓰여진 글을 따라 읽다보면 독자들이 나도 모르게 각각의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그 인물을 이해하게 만듦으로서 나를 소설 속 인물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던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중간 다리에 '공감'이라는 앎의 단계가 필요한 것 같다. 타인을 이해할 때, 두 사람 사이에 비로소 연결될 수 있는 다리가 세워지는 것이다. 비록 다리가 일방통행 일지언정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진정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쌍방통행이 되어야겠지.

216쪽의 얇은 책 한 권으로 누군가 평생 몰랐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아마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각색했겠지만, 그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자료를 찾아 인물들을 존중하면서 그 이야기를 이렇게 깊게 풀어낼 수 있는건 오롯이 작가의 역량에 달려있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아직도 그 여운에 빠져있는 나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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