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에서도 인구구조 변화 속도에 자치구나 행정동 간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20년간 서울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가 확인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동 단위' 인구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인구이동 변화에 대한 선제적 분석과 대응 체계 마련도 요구된다.
서울연구원의 작은 연구 지원 사업에 따라 진행된 ‘응팔 덕선이는 왜 쌍문동을 떠났을까?: 서울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 모색’ 연구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 424개 행정동에서도 인구구조 변화 속도에 지역 간 큰 격차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2001년과 2011년에는 80% 이상의 행정동이 유사한 인구구조를 보였으나, 2021년에는 인구구조 유형이 4개로 늘어나고 각 유형의 비중도 기본형 45%, 팽이형 23%, 램프형 24%, 표주박형 8%로 다양해졌다.
연구진은 "이는 서울 내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지역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치구나 행정동 수준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인구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층 비중이 높은 대학가나 학령인구 비중이 높은 학원가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인구이동, 대부분 '인접지역' 간 이뤄져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인구이동 역시 대부분 인접 자치구나 행정동 간에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서울 내 자치구 간 인구이동의 경우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분석 연도에서 동일 자치구 내 이동 비율이 가장 높았다. 강동구, 은평구, 강서구 등 서울 외곽 자치구일수록 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행정동 수준에서 보면, 봉천동, 신림동, 역삼동 등 일부 행정동은 장기간 유입과 유출이 모두 많은 '인구이동 허브'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구이동은 인접한 행정동 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아현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된 지역에서는 인접하지 않은 강남구, 서초구 등지로부터의 전입이 증가하는 등 개발 사업이 인구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발 사업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서울시 평균연령 5년 새 4.9세↑
"고령자 정책 서둘러야"
서울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서울시 인구구조의 고령화도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38.7세였던 서울시 평균연령은 2021년 43.6세로 4.9세 늘어났다. 특히 '팽이형'으로 분류된 행정동은 인구 고령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진은 우선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고령 인구 생산성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50~6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단순히 복지 수혜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관점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고령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돌봄 등 고령자 친화적 정책을 확대하고, 인접 자치구가 협력해 고령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광역 정책 추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는 '동 단위 정책' 시급
연구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치구나 행정동 단위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인구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인구정책이 그간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인구구조와 인구이동 특성이 다른 지역별로 세분화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행정동별 인구 분포와 특징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수요에 맞는 출산·보육 지원, 청년 주거 지원, 고령자 일자리 창출 등 '동 단위' 인구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대규모 개발 사업 시행 전 예상되는 인구구조 변화와 인구이동을 면밀히 분석하는 정책 체계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현재 일부 자치구에서 시범 실시 중인 인구영향 평가를 전 자치구로 확대하고, 인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 수립 과정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민구 / 저널서울 에디터 (journalseoul@gmail.com)
※참고 자료
- '응팔' 덕선이는 왜 쌍문동을 떠났을까?: 서울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 모색. (2023,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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