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귤레터] 24. 복학생(9)

오랜만입니다! 저도, 복학생도! 🌞

2023.01.04 | 조회 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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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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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와 사귄 지 일 주일이 되었을 때 A는 이벤트를 고민했다. B는 그런 A에게 일 주일 사귀고 이벤트냐며 "유난이다, 그러다 매번 바라게 된다, 버릇 잘못 든다"고 난리를 쳤지만 부러워하는 기색을 숨길 수는 없었다. B는 여전히 솔로였다. A는 B의 말을 대충 흘려 들으며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다 어제 올린 글의 댓글을 떠올렸다.

 

"일 주일인데 아직도 손만 잡는다고? ㅉㅉ 너 문제있냐?"

 

자존심이 상했지만 겨우 첫 연애를 시작한 A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손 잡는 것도 떨린데, 그 이상을 어떻게 하라고? 그래서 A는 이벤트를 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었다. 분위기가 잡히면 뽀뽀까진... 가능하지 않을까? 연주와의 뽀뽀를 상상하던 A가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짓자 B가 우웩 소리를 내며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 아, 무슨 상상 하는데!?

- 넌 몰라도 돼~

- 키스하는 상상 했지?

- 야! 뭔 소리야!

- 근데 형, 키스는 할 줄 알아?

 

비웃는 어조로 하는 말에도 호기심이 자존심을 앞섰다. A는 B에게 키스하는 법을 강의받기 시작했다. 또, A는 어설픈 이벤트 대신 밤 산책을 하다가 분위기를 잘 잡아보기로 했다. 이벤트를 준비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금액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주는 그런 것을 밝히거나 바라는 애가 아니지만.

 

 

  Photo by Justus Menke on Unsplash
  Photo by Justus Menke on Unsplash

그날 오후 A는 연주와 공원을 걸었다. 평소에는 집에 누워만 있었어서 연주와 함께 하며 생긴 변화가 나쁘지 않았다. 역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더니. A는 오늘 연주에게 맛있는 것을 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용돈이 부족해서 분식만 먹었는데... 오늘은 순대국밥을 먹으러 가야지. 가끔은 연주가 계산할 때도 있는데, 이 정도면 그럭저럭 개념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대국밥을 먹고 카페에 갔다. 밥은 얻어먹었으니 커피는 연주가 사준다고 했다. A는 내심 메뉴판을 훑어보며 가격 차이에 서운하지만 곧 케이크도 두 개 시키자는 말에 서운함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역시, 우리 연주는 요즘 여자들이랑 달라! 커피까지 마시니 밤이 됐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A는 듬직하게 연주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연주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유난히 반짝이는 입술만 보인다. 연주가 A의 다름을 눈치 채고 아프냐 묻는데, 박력 있게 입술을 포개고만 싶다. 저도 모르게 연주에게 다가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 관둔다. 버스 안이라는 걸 망각했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벌써 연주네 집 앞이다. 언제쯤 연주네 집 안까지 들어가볼 수 있을까... A는 그 날을 한 달 안에 잡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B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연주는 성 경험이 있을까? 아직 순수하니까 없겠지? A는 연주를 말없이 내려다본다. 연주가 자신을 맑게 보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뭔가 꼭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A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잘 자라고 인사하던 연주를 확 끌어당겨 안는다. 갑자기 안긴 연주가 호흡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 숨 막히게 갑자기 왜 이래!

- 연주야.

- 왜?

 

대답 없이 그윽하게 내려다보자 연주가 딴청을 부린다. 부끄러운 게 틀림없다. 이 때다! A는 얼른 연주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연주가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 이르게 눈을 감는 것이 보인다. 부끄러우면 미간을 찌푸리나 보구나! A는 그런 모습조차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윽고, 마침내, 두 사람의 입술이 닿는다.

 

영원같은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의 얼굴이 도로 멀어진다. 연주가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려다 옷으로 문지르는 것이 보인다. B가 혀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라고 했는데, 연주의 표정이 시큰둥해서 처음인 것을 들켰나 싶다. A는 창피하다는 느낌과 분노가 함께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연주는 키스 정도는 많이 해 본건가? 내가 못한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입술을 벅벅 문지르는 건가? 쟤도 그런 여자들 중 한 명인가? 혼자 주먹을 꽉 쥔 A에게 연주가 살며시 웃으며 안겨온다. A는 도로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 오빠, 나 들어갈게.

- 응, 잘 자.

- 안녕~

 

귀엽게 손인사를 하며 사라지는 연주를 보다가 A는 흐뭇하게 뒤로 돈다. 첫키스는 아무래도 성공적인 것 같다.

 

 

 

 

 

 

 

-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저는 그럭저럭 괜찮은 마무리를 하고,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1월이 되어 돌아왔는데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행복이 충만하시길, 건강하고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심심한 수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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