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연의 벨소리는 경쾌한 아이돌 음악이었는데, A는 처음 듣는 음악이 그저 시끄러웠다. 차라리 아는 노래였다면 마음 편히 감상이라도 했을 텐데, 지나치게 빠른 비트에 덩달아 A의 신경도 팽팽하게 당겨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기계음이 들리자 A는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신호가 두어 번 가다가 ‘통화 중’이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자신에게 전화하는구나, 싶었던 A가 냉큼 전화를 끊고 자취방 앞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초조하고 긴장이 됐다.
담배 끝에 붙은 빨간 불이 필터 가까이 달려들고 바닥에 버려질 때까지도 A의 핸드폰은 잠잠했다. A는 시꺼먼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았다. 무려 이중 할부를 무릅쓰고 장만한 신상이라 사자마자 애지중지하며 하루종일 들여다보던 며칠 전과는 사뭇 다른 눈빛이었다. 핸드폰에 문제가 있나 싶어 살펴보아도 전부 이상 무. A는 고개를 갸웃하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아들! 무슨 일이야? 역시나 전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A는 문득 짜증이 일어 어머니에게 아, 실수로 걸었어! 하며 일갈하고 전화를 끊었다. A는 카카오톡을 켜고 소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소연아, 뭐해? 간절한 메시지 옆에 동그마니 찍힌 1이 사라지길 바라며 A는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냈다. 잠시 하늘을 보다가 다시 초조함이 밀려와 소연의 카톡을 열자 1이 사라져 있었고, 소연의 프로필 사진도 바뀐 채였다. 귀여운 셀카였는데 기본 사진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본 A는 재차 소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프사 바꿨네? 셀카 귀여웠는데.
나름의 용기를 꾹꾹 눌러 보낸 메시지에는 답이 없었다. 1도 사라지지 않았다. A는 불현 듯 화가 났다. 나를 무시해? A는 하, 하며 크게 한숨을 내뱉고 핸드폰을 고쳐 쥐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소연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야 너 좀 이쁘다고 버릇없이 구네? 오빠한테? 선배 무서운 맛 좀 볼래? 내가 진짜 성질 죽이고 얌전히 살랬더니ㅋ 야 이소연, 너 존나 별로거든? 하나도 안이쁘거든? 그냥 좀 귀여운 정도? 너 정도면 밥버거 먹을때도 덮집회의 해야돼ㅋ 진짜 개어이없네 마구잡이로 써내려간 카톡을 보내고도 A는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대며 핸드폰을 던지려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나오자마자 바꾼 거라 100만원 넘게 주고 산 건데, 부수면 안 되지.

A는 다시 소연의 카톡을 열었고, 1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아차 싶은 마음에 재빠르게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니 소연아 그게 아니고 오빠가 너무 흥분했었나 보다 소연이가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답장을 안 해주니까 순간 욱해서 그랬어 남자는 다 애라고 그러자나 이쁜 소연이가 이해해줄 수 있지? 오빠 무서운 사람 아니야ㅋ 혹시 겁먹은 건 아니지? 오빠 스윗한 스타일이야
이번에는 메시지 옆의 1이 바로 사라졌다. A는 뚫어져라 카톡방을 주시했다. 2분이나 흐른 뒤, 소연에게 짤막한 답장이 도착했다. 연락하지 마세요. 끝에 찍힌 마침표조차 단호한 대답. A는 곧장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채 울리기도 전에 소연이 전화를 받자, A는 소리를 질렀다.
- 이소연!
(아, 씨)
- 뭐? 아, 씨? 너 지금 욕하려고 했냐? 무슨 여자애가 욕을... 됐다, 너 좋아한다고 한 거 취소야
(어쩌라고요?)
- 뭐야? 너 누구야?
(소연이 친군데요? 애 좀 그만 괴롭히세요. 연락하지 말라고요. 지 때문에 커뮤니티에 이름 신상도 다 털리게 생겼구만...)
- 지? 너 지라고 했어?! 너 아까 걔지?!
(끊습니다~ 또 연락하면 경찰서 간다, 미친 새끼야)
전화가 끊기고, A는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황망한 기분이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 A는 분명 잘 될 거라고, 잘 되고 있다고 믿었는데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에게 들이닥친 불행들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A는 분노도 잠시, 거절을 당했다는 창피함과 서러움에 와앙 울음이 터졌다. 끅끅대며 울다가, 지나가는 여자들이 자신을 보고 수군대자 그들이 소연과 친구로 보여 버럭 화를 낸 다음, 자신을 보며 낄낄대는 남자 무리를 보고 뒤로 돌아 눈물을 닦았다. 그때 B에게서 전화가 왔다. A의 과잠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으며, 돌려주겠다는 연락이었고 A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B와 술약속을 잡았다.
A는 터덜터덜 대학가를 향해 걸었다. 그래, 잊자. 잊는 거야. 세상에 여자는 많잖아. 사나이 A! 올해는 연애할 수 있다! A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얼른 B와 만나 불행을 토로하기 위해 씩씩하게 걸었다. 그러다 골목에서 새어 나오는 담배 연기에 쿨럭거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 연기의 끝에는 저번에 과방에서 본, 겉담배녀가 있었다. 연기 탓인가? 다시 본 겉담배녀는 꽤 예뻤다.
복학생 시리즈는 잠시 쉬어갑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다른 장르로 만나요.
+) 지각이라니... 죄송합니다.
모쪼록 즐거운 명절 되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심심한 수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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