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다한 관계

2023.09.07 | 조회 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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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자까이자까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불안한 당신을 위한 글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모르겠고, 그저 시시하게만 느껴지는 관계가 있다. 가치관도 너무 달라졌고, 삶의 모양이 정반대를 향해 가는 관계를 끝까지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된 관계일수록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놓지 못한다. 관계를 놓으면 꼭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다. 사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이런 현상은 자연스레 일어난다. 이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시간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꼭 괜찮은 관계라 정의할 수는 없다. 꼭 학창시절 친구라해서 평생을 가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만났다고 해서 겉으로만 친구라는 건 너무나도 편협한 생각이다. 어떤 관계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가장 첫 번 째 마음가짐이 아닐까.

이십 대때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사소하고 진지한 이야기까지 많은 친구와 공유를 했다. 카톡창은 365일 내내 가득 차 있었다. 처음에는 가득한 채팅창이 좋았지만, 날이 갈수록 답장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숨이 막힐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선택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내가 느끼는 압박감보다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0대가 되고난 후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공유한 나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실이 되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자격지심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말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하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와도 끊임없는 연락을 주고 받거나, 너무 자주 만나면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끔 만나는 경우, 혹은 오랜만에 연락할 경우 그 즐거움과 재미는 배가 되었다. 

수명이 다한 관계는 어떤 노력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관계다. 적당한 거리도 둬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려 다양한 주제를 던지고, 유쾌한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끝났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그런 관계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건, 상대방과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닌 그저 미련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시절인연'이라 불리는 관계들을 언제까지고 '영원'할 것이라 착각했다. 그 시절에만 '유효'한 관계가 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가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제는 시절인연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는 길이 겹치는 날에는 언젠가 또 만나게 될테고, 그게 아니라면 각자의 가는 길을 그저 축복해주면 될 일이다. 모든 인연에 너무 집착하지 않을 것. 오는 이는 반겨주고, 가는 이에게는 행운을 빌어주는 일.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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