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2 심사역이 항상 듣는 말 (2) - 투자 어떻게 받아요?

투자 유치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정해져 있을지도...?

2024.05.13 | 조회 886 |
0
|

벤처투자와 트렌드 끄적끄적

주니어 VC가 바라보는 트렌드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기록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느새 또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살면서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요새는 너무 금방 가버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저는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이하 팁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예년 대비 팁스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몸소 느끼면서 여전히 스타트업의 겨울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팁스로 고생하는 곳은 최소 1억원 이상 투자받은 기업이고, 팁스 운영사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99% 이상의 스타트업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아직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은 너무나 많고, VC-스타트업 간 정보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은 창업자, 혹은 예비창업자가 '투자받는 법'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러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서비스 또한 굉장히 많습니다. 우선,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투자유치전략'이 있구요. 주로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재무(파운더스), 주식 관리(ZUZU), 투자자 매칭(넥스트유니콘) 서비스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그 외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컨설턴트, 브로커, 멘토들이 투자 유치를 중개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컨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 방법' 검색하면 다양한 아티클이 나온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 방법' 검색하면 다양한 아티클이 나온다.
🧐 투자 유치를 위한 방법 자체는 아주아주 많다. 하지만 실전과 다소 멀어보이는데...

이렇게나 많이 투자 유치 방법론을 다룬 콘텐츠가 나온 이유는 명확합니다. 투자를 받는 방법은 굉장히 비정형적이기 때문입니다. 팀, 산업, 비즈니스, 펀드 상황, 네트워크 등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기업 A의 투자 유치 스토리가 B, C, D에서 재현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투자 유치 과정에 있어 항상 반복되는 오답은 있습니다.

마치 되게 권위있는 일타강사의 광고 카피같아서 부끄럽지만, 정말로 반복되는 오답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투자 유치를 B2B 세일즈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지식이 부족하여 다루지 못한 내용은 그냥 B2B 세일즈 관련 자료를 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직접 접한 사례를 살펴보시고 이것만 피하더라도 전환율, 즉 투자자 미팅 성사율이 올라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1. 창업자가 직접 연락하지 않는 경우 (이사, 실장, 외부 컨설턴트 등)

정말 많이 봤고, 궁극적으로 옳고 그름의 영역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선호할 이유는 없다'에 가까운 사례입니다. 물론 이 경우는 시리즈B, C 등 중후기 투자에는 해당하지 않고 초기 투자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대신 전략이사나 실장, 심하면 그냥 경영지원 매니저가 IR덱과 함께 콜드메일을 발송하는 경우를 왕왕 접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창업자들이 주니어 심사역과 만나기 싫어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VC들도 창업자가 아닌 사람과 투자 유치에 대한 소통을 원하지 않습니다. 

혹은 외부 컨설턴트, 혹은 멘토가 '제가 정말 좋은 팀을 OO파트너스에만 소개해드립니다. 관심있으시면 010-...'과 같은 식의 메일/카톡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차피 투자가 성사되면 성공보수를 받는 자문 비즈니스는 전통 금융의 한 축이고,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고객사로 하는 Avendus와 같은 곳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시드 단계에서 이러한 플레이를 하는 분들 중 VDR을 준비한다든가, 미팅을 빠르게 주선한다든가, 하우스별 관심사/타겟 라운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핀포인트 매칭을 해주는 분들은 거의 못 봤습니다 😥 누군가 소개를 통해 warm intro를 해준다면 창업자가 바로 후속 연락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2. 모든 VC에 참조 걸고 보내기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별로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보통 팁스 홈페이지나 thevc 등 특정 분류 내 VC 연락처를 통으로 긁어다 콜드메일을 보내주시는데, 그렇다고 하면 숨은참조/개별발송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적어도 각 홈페이지나 혁신의숲 등의 서비스를 통해 핏이 맞을 만한 투자사를 한 번 추려서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정부지원사업 신청서를 그대로 hwp로 보내기

두 가지 실수를 한 번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예비창업패키지 등 정부지원사업에 낸 신청서는 투자 유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직관적으로 '자금 확보'라는 목적을 가진 서류라는 공통점은 있긴 한데...장학금 신청서와 전세대출 신청서가 다르듯 투자자용 IR자료는 따로 만드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hwp로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생각보다 이 일이 context switching이 잦은 일입니다. 일상 업무야 윈도우 PC로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동 중이거나 외근 중에 휴대폰, 태블릿 등으로 열람해야 할 때 hwp가 첨부되어 있으면 참 곤란합니다. pdf나 ppt 등 어느 기기에서도 열람 가능한 양식으로 보냈을 때 당연하게도 오픈율이 올라갑니다.

 

 4. 명확하지 않은 정보 공유(과장)

이 부분은 다소 민감할 수도 있지만,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아 다루기로 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밀 유출에 대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반면, VC들은 딱히 비밀유지각서를 체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사업에 대한 모든 정보를 오픈하지 않는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영역입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내용은 창업 구성원의 이력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가끔 '국내 명문대 공학계열 졸업, 국내 시리즈B 스타트업 핵심 멤버, 매각 경험 5회' 등 서술에 있어 명확함이 떨어지는 경우을 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팀은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높은 확률로 실제보다 부풀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고, 또 내용에 있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단한 이력을 가진 사람만이 창업에 성공하지는 않고, 투자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으니 되도록 명확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아무 정보 없이 미팅을 강제하는 방식

종종 메일 중 '사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15분만 달라'는 식의 내용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사업에 대해 자신감이 있고 또 절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한 사업을 하려고 한다. 당신이 미팅 요청하면 그 자리에서 IR자료 보여주겠다' 라는 메일을 받는데요. 사실 2-3줄 문구만 보고 미팅을 할 이유도, 시간도 없기 때문에 실제 미팅으로 이어진 적은 없습니다. IR자료에 민감한 내용이 너무 많다면, docsend와 같은 솔루션을 사용하여 내 자료의 행방을 추적할 수도 있습니다. 세일즈 미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가 가진 패가 무엇인지는 간략하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6. 국내 최초, 세계 최고

아마도 대부분 창업자의 아이디어나, 비즈니스는 국내 최초가 아닐 겁니다.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는 아닐거구요. 그래도 세계 최초라는 워딩은 너무 공격적이라고 느끼시는지 잘 보지 못했는데요. 국내 최초 또한 그에 못지 않게 공격적입니다.

왜냐구요? 너무 진부하지만 인터넷 보급과 글로벌 미디어의 성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GPT가 어쨌다는 기사를 전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볼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슷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창업자들을 항상 목격합니다. 결국,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인 것과 같이 유사 서비스를 인지하고 반 발짝 먼저 실행하여 성과를 만들어 낸 사람이 유리한 싸움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내 최초라는 단어를 보면 '지피지기에 실패한 창업자'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부분 또한 크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대부분 하드웨어 또는 딥테크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일텐데, 세계 최고 수준을 상용화된 제품 기준으로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LLM을 만들겠다는 창업자가 '우리 기업의 모델 성능은 GPT-4보다 훨씬 좋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라고 말한다면 2가지 이유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물론, 실제로 있다면 연락주세요...ㅎㅎ)

1) 실험실 모드에 있는 제품끼리의 비교가 아니어서: GPT-4보다 좋은 모델이 외부에 공개될 때 쯤 이미 GPT-6, 7이 나와있다면 GPT-4를 넘어선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2) 내가 알지 못하는 물밑의 글로벌 창업자들을 간과해서: 세상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같은 조건이라면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의 국가/도시가 많습니다.


상기 6개의 사례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충분히 큰 꿈을 가진 좋은 창업자와 비즈니스라면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고, 혹은 투자없이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유치는 결국 '우리 회사의 주식을 세일즈하는 행위'라는 전제를 잊지 않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레터는 제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어떠한 과정으로 투자를 했는지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벤처투자와 트렌드 끄적끄적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벤처투자와 트렌드 끄적끄적

주니어 VC가 바라보는 트렌드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기록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