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8 VC 최적화 연구소 (1) 딜 소싱 - 인바운드

VC 업무를 단계별로 나누어 프로덕트 관점에서 최적화할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2024.11.05 | 조회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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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와 트렌드 끄적끄적

주니어 VC가 바라보는 트렌드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기록합니다.

어느덧 11월이 되며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투자 검토를 멈춘 것은 아닙니다만, 올해 10건의 투자를 하면서 정신없이 보냈고 지금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올 여름에 투자를 몰아치면서 생각만 하던 것을 이제는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VC 업무 최적화'입니다. 분명 초기 투자는 비정형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틀에 갇혀 '원래 이런거니까'라며 비효율을 당연시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계별로 어떻게 1) 하던 일을 더 빨리/실수없이 할 수 있을지, 2) 다양한 도구를 통해 개인 역량으로 할 수 없던 것을 가능케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1. 인바운드 퍼널의 확장/강화

대부분의 VC/AC는 인바운드 지원을 받습니다. 다만, 대부분 그동안의 인지도나 브랜딩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꽤나 후행적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또 대부분 투자사들은 '이런 거 투자할거야'라는 메시지를 담은 텍스트 or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또 가장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로부터 '투자받으니 이거 좋더라'는 식의 testimonial을 웹사이트에 걸어둡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기존 브랜딩을 유지/강화하는 정도일 것이고, 실질적인 그로스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1-1. 새로운 미디어로의 확장 (숏폼?)

페이스북, 유튜브, 링크드인 대신 스레드, 릴스, 숏츠, 틱톡 등으로의 확장을 고려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존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정보성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가끔 유머러스한 밈 등을 잘 커버하면 어떨까 싶다가도 나락 갈 여지를 남겨두는 행위를 투자사가 굳이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1-2. 챗봇 탑재 (CS 자동화)

인바운드 검토 과정에서 이탈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대부분 'IR덱이 없는데 지원해도 되나요?' 혹은 '이러한 영역에도 투자하나요?'와 같은 고민 끝에 검토 신청을 철회하거나, 혹은 공식 메일로 질문을 남기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기지수입니다. 또, 지금 내 덱이 검토 중인 건지, 아니면 제대로 지원이 된건지 궁금한데 사실 이를 알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FAQ와 함께 내부 status별 설명 정도만 챗봇으로 응대해도 훨씬 낫지 않을까요?

 


2. 레퍼럴 강화

VC라면 보통 자신이 투자한 포트폴리오사 대표, 다른 회사의 심사역, LP 등으로부터 새로운 팀을 소개받고는 합니다. 이 때, 포트폴리오사 대표는 라포와 신뢰를 바탕으로 다른 창업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프로덕트 관점에서 최적화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또, 다른 회사의 친한 심사역들이 소개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죠. 기브앤테이크보다는 대부분 호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지독히도 개인기에 의존하는 VC의 기존 모습을 탈피하기 어렵겠죠?

 

2-1. (낮은 온도의 소개) 레퍼럴 프로그램 만들기

보통 어떤 창업자를 만나고 나서 특정 투자사(M사라고 합니다)를 소개해줄 때 뜨뜻미지근한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M사에 지인이 없거나, 혹은 뭔가 에둘러 거절하면서 '제가 검토하기엔 너무 초기라, M사나 K사, B사 같은 그런데 가보세요'하는 경우인데요. 두 경우 모두 M사에게는 개인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는 퍼널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그냥 레퍼럴 코드나 링크 하나 배포한 다음에 특정 조건(미팅 성사, 투자 집행 등) 만족 시 유형의 보상을 주면 될 것 같습니다. 투자사가 하기에는 조금 짜치는 행위이려나요? 아래와 같이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대상: 업계 전문가(VC, 출자자 그룹, 창업지원기관 등) - 보상: 포트폴리오사 제품 패키지(소비재, SW 크레딧 등등) - 조건: 투자 집행 완료 시 지급 - 방식: 1) 소개하는 사람이 창업자 정보를 기재 2) 검토 지원시 소개자와 함께 코드 입력

 

1)은 우선 해당 프로그램 자체를 홍보하는 데 공수가 들 것이고, 간접적인 지원이다보니 창업자에 대한 정보가 누락될 가능성이 있지만, 소개자 풀을 관리하거나 성과를 측정하기 용이할 것 같구요. 2)는 특성상 코드가 이러저리 유출될 테니 성과 측정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직접 소개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2-2. (높은 온도의 소개) 일종의 '키우미집' 프로그램

레벨도 올려주고 알도 낳아주는 키우미집
레벨도 올려주고 알도 낳아주는 키우미집

키우미집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포켓몬스터 게임에 존재하는 시스템인데요. 자신의 포켓몬을 키우미집에 맡기면, 맡겨둔 시간(정확히는 걸음 수)에 비례하여 몬스터의 레벨이 올라갑니다. 중간중간 물어보면 '레벨은 몇이고, 상태가 어떻다'며 상황을 체크할 수도 있죠.

VC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자신의 검토 범위보다 이르다고 생각하면 조금 지켜본 후에 투자하고 싶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을 활용합니다.

  • 느슨한 수직계열화: 대학 창업동아리에 후원하는 경우가 많구요. 큰 VC의 경우 AC에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에 출자를 합니다. 이를 통해 초기 풀에 레이더를 돌립니다.
  • 진짜 수직계열화: 초기투자 조직/펀드를 따로 만듭니다. (KB, 스마일게이트 등) 아니면, 아예 초기 투자만 하는 자회사를 만들어버려요. (DSC-슈미트, 한투파-한투AC 등)

하지만, 이것만으로 흔히 말해 '좋은 딜'을 모두 검토할 수는 없습니다. 전자는 서로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관점의 차이를 좁히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창업동아리에서는 나름 좋은 팀들을 엄선해 VC에 소개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VC의 관점을 100%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100% 만족하기는 어렵습니다.

후자의 경우, 확실히 관점을 align할 수 있겠지만, 커버하는 라운드가 늘어나면 결국 이미 잘 아는 섹터로 시야를 좁혀야 진정한 의미의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구조를 짤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초대형 VC나 금융지주계열 정도뿐이죠.

그렇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는 어떨까요? 

- 시리즈A 투자자가 초기 창업팀을 만났는데, 1-2년 성장하는 거 보고 투자하고 싶음 - 초기 투자사의 '키우미집 프로그램'에 해당 창업팀을 소개함 - 초기 투자사는 1) 직접 투자하거나 2)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투자를 검토 - 두 경우 모두 6-8주 정도마다 시리즈A 투자자에게 간략하게 현황을 공유함 - 이 모든 것은 창업자의 동의 하에 진행함

 

이게 엑셀러레이팅/배치 프로그램하고 뭐가 다르냐고요? 우선 초기 투자사는 다른 KPI에 얽매일 필요없이 '좋은 팀을 먼저 만난다'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후기 투자사와의 관점 차이에서 기인한 스프레드 거래에 가깝죠. 후기 투자사는 '다소 일찍 만난 탓에 놓칠 창업자'를 확실하게 포착하고, 주기적으로 현황을 보며 블랙박스를 해킹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한 번에 복수의 라운드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양 투자사(의 담당자)가 만족스럽다면 꽤나 효율적인 IR일 겁니다. 게다가, 2-1과 2-2를 모두 시행하여 일종의 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겠죠?

 


이렇게 VC의 딜 소싱 업무 중, 인바운드에 대한 개선안을 생각해보았는데요. 그 다음으로는 아웃바운드 딜 소싱에 대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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