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삼켰다>고 표현하긴 했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삼켰다는 표현보다는 갖고 태어났다는 말이 정확하다는 것을. 나와 32년째 함께하는 이 날카로운 비늘은 엄마 뱃속에서, 혹은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 비늘의 첫 목소리를 들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전생 직전까지 간다.
2. 겨우 찾아낸 첫 기억은 8살 무렵. 초등학교 쉬는 시간. 우리 반 담임을 찾아와 한참 대화를 나누던 옆 반 담임이 불쑥 말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어른들 말을 뭘 그렇게 골똘히 듣니? 어린 애가.> 다소 공격적인 어투였던 그 말을 들은 순간 속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어렸던 나는 그게 무엇인지도, 그 움직임이 뭔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다만 간지럽고 불편했던 것만 기억 난다. 그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게 된 건 그 불편함을 끌어안은 채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더 지난, 이십 대 중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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