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은 밖이다. 글을 쓰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은 책상 혹은 식탁 혹은 엎드린 채 이루어진다. 오늘은 아기와 산책을 하다가 글 쓸 시간이 주어져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길 왼편에는 산책길이, 오른편에는 드문드문 가게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모두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자꾸 지나가서 있다가 없어진 듯 보이는 곳. 유모차를 세우고 계단에 걸터앉아 쓸까 하다가 수풀 뒤 벤치에 자리 잡은 행인이 이쪽을 흘끔거려 지나치기를 몇 번. 정자가 나타나 일단 자리를 잡았다. 자꾸 사람들이 오가서 왠지 신경이 쓰이기는 하다만. 돌아가기에는 마음이 들떴고 더 가자니 상가가 있어 머뭇거리게 된다. 나름 적절한 장소를 찾긴 했는데 오래 머무를 곳은 아닌 느낌. 왜인지 유모차를 계속 움직여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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