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의 인생을 산다는 것

HOT DEBUT !

2023.12.23 | 조회 589 |
0
|
Yours To Discover의 프로필 이미지

Yours To Discover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김

축구선수 지소연 - KBS 다큐3일 (2010.10.31)
축구선수 지소연 - KBS 다큐3일 (2010.10.31)

Greeting

안녕하세요. 2011년 캐나다에 도착 후 목표했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민 1세대 레즈비언 이김(EKIM)입니다. 나는 누군지,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으로 가득했던 10대의 시간을 보냈고, 20대에는 다들 그렇듯 도전하며 치이며 여러 길을 헤맸고, 인제야 제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낼 만큼 안정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지났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퍼스트 펭귄(먹잇감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리더)들에게 결과적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 살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기도, 지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묵묵히 쌓아가고 있을 당신에게 진심으로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Timeline

2009-2010. 삼성 에버랜드 + 각종 알바로 기초자금 확보

2011. 캐나다 도착! with 학생비자

2012. 첫번째 (Hospitality) 대학 입학

2014. 졸업 후 취업

2016. 경력 쌓은 후 이민(EE) 시도

2017. 비자 만료(PGWP)로 한국 귀국

2018. 기존 전공 + 다양한 조직 근무

2019. 캐나다 재입국 with 방문자비자

2020. 현 배우자와 동성 결혼

2022. 영주권 획득! 후 두번째 (Healthcare) 대학 시작

2024. 세번째 (Engineering) 대학 시작  


실패가 두렵지 않을 정도로 실패하기

지나온 시간을 이력서처럼 늘어놓으니 쑥스럽기도 한데 친구한테 얘기하듯 말해볼게!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한 줄로 쓰인 타임라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난 정말 많은 준비와 실패를 했어.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수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도 시리아부터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까지 국제 정세에 영향 받아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나다 이민 정책까지 감당할 순 없더라. 내가 이민을 처음 준비했던 2010년대 초반 CEC 이민 요건은 현지 대학 졸업+1년 경력+영어 점수만 필요했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경력을 만든 후 서류를 접수할 2010년대 중반 상황은 전혀 달랐지. 얼마 남지 않은 비자를 보면서 기가 차는 타이밍에 화도 나고, 왜 열심히 했던 나한테 이런 불운이 찾아오는 건지 억울함에 매몰되기도 했어.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잃을 만큼 힘들어했었는데 지금 보면 그 시간 또한 나한테 필요했더라. 과거 미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때 한 번에 성공했더라면...'이라는 미련이 없어. 이민이라는 여정이 나한테 유난히 어려웠지만 그 모든 과정을 현재 배우자와 함께했고,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같이 이겨내며 따듯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가고 있어. 모든 게 쉬웠다면 이런 하루는 절대로 갖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하루하루가 만족스러운가 봐. 

 

어릴 때는 무서운 게 많았어.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해내지 못하는 것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도, 누군가에게 잊히는 것도, 끝없는 외로움도 말이야. 실패를 무서워하면서 나를 더 큰 공포에 밀어 넣기만 했어. 이거 안 하면, 못하면 어떡할까? 그냥 여기서 그만둘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을 지속할 이유를 못 찾는 결론에 닿더라. 다친 상처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격이었는데 어렸던 나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밖에 못 다뤘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는 건 이 세상도, 뭣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게 보였어. 사실 나는 기억하는 삶의 모든 순간에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었는데 나 자신조차도 결과만으로 평가하고 비난하고 미워하고 있더라. 불쌍했어. 그동안 살면서 각각의 일들에서 변명을 찾기 위한 자기연민은 꽤 익숙했지만, 그 순간의 연민이란 뭐랄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찾을 수가 없더라고. 문제의 원인을 모르니 해결법도 알 수 없잖아. 그 현실을 인지하고 난 후에야 내가 얼마나 깊은 우물에 빠져있는지 깨달았어. 그다음부턴 오히려 실패가 무섭지 않더라. 난 지금까지 계속 배워왔던 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00번을 틀려야 하면 최대한 빨리 틀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야. 스스로 할 만큼 했다 싶으면 과감하게 그만두기도 할 거야.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의 해결법을 찾을 거란 확신을 얻었어.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게, 먹잇감을 위해 첫 번째로 뛰어드는 게 더는 무섭지 않아.

 

나는 내 지난 시간과 경험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해. 그건 돈이 없어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뜻이더라. 내가 스스로 만드는 도전, 용기, 꿈이지. 그 마음을 지키고 노력하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기 때문에 만약 네가 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있다면 친구가 되고 싶어. 우린 각자 유일한 존재지만, 서로가 필요하잖아.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않는 듯 해도 혼자는 아니야. 이 세상 어디든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확신하며 보내는 이 글이 너에게 닿기를.


지소연 에세이 <너의 꿈이 될게>
지소연 에세이 <너의 꿈이 될게>

2023년을 보내며

지소연 선수는 아직도 축구가 좋다고 해. 평생 한 가지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난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거야.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는 게 나한테 위로가 돼. 자신의 안정권(comfort zone)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면 누가 뭐래도 오래 할 수 있잖아. 재밌으니까! 나는 노력하지 않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시간을 쏟아 이길 수 있는 승부라면 승률이 높아. 악바리는 자신 있거든. 그러니 당장은 막막해 보여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쌓아보자. 나에게 2023년은 많은 걸 도전하고 얻은 1년이라 한 해를 복기할 때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져.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최대한 진심으로 전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이 편지가 그 다리 역할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의 더 큰 사람이 되는 거 보여줄게. 가보자고!

첨부 이미지

 

Study with me #F2ISTY

X @kim_e_kim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Yours To Discover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Yours To Discover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김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