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023 마지막 일주일

첫 학업-취업 in Canada / New Year Resolution ✈

2023.12.30 | 조회 6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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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s To Discover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김

우선 구독해줘서

2023년의 마지막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 난 미뤄놨던 욕조 청소로 한 주를 시작했고, 다음을 준비하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어.

두번째 편지에는 어떤 얘기를 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예전에 썼던 SNS를 찾아보다가 이 즈음이면 다들 한 해 계획을 생각해볼 것 같아서 모든게 새로웠던 첫 대학 생활 얘기를 해보려고 해.

첫 번째 학교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조지브라운 컬리지였어. 10년 전부터 요즘까지도 이민 목적으로 유학하겠다고 하면 빠지지 않는 학교야. 다운타운에 있어서 일자리가 많으니 기회도 많고, 이동하기도 편해. 근처 다른 학교로는 세네카, 센테니얼, 험버, 나이아가라 정도 있을 텐데 나는 조지브라운이 굿초이스였다고 생각해. 일단 교통이 편리해서 쓰리잡을 하기도 했었어. 다른 학교였으면 단기간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거야. 또한, 한국에서도 번화가 인근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도시 한복판에서 생활한다는 게 훨씬 수월하기도 했어. 해외 생활이나 새로운 변화를 고려할 때는 현재 나에게 익숙한 환경과 겹치는 점이 있을지 생각해 보는것도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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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을 했었기 때문에 틈틈히 학교 행사를 참여하는것 자체가 좋았어.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정신없던 일상이었지만 발룬티어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던 것 같아. 여러 이벤트가 있지만 Taste of Toronto 라는 연간 행사가 있어. 내가 참여했던 날의 화창한 날씨와 에너제틱한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나. 당시엔 뭘 위해 이렇게 바쁘게 지낼까 스스로도 의문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촉(gut feeling)을 따라갔던 게 옳은 선택이었어.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학업에 소홀했던 거 말고는 전반적으로 좋은 시간이었어. 돈을 벌려고 공부를 놓기 시작했던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어. 청소년기 때는 돈이 중요하다는 걸 막연히 생각만 했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시간, 체력이 일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최근에 다시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나 봐. 이 시간은 이 순간뿐이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뭔가 어려워도 재밌게 해보려고 해. 그리고 진짜 재밌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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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어서 딱히 학교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않았는데 유독 많이 기댔던 교수님과의 사진이야. 여성으로, 동양인으로, 동성애자로, 이민자로, 언어가 서툰 학생으로 힘들어할 때 뭐가 힘든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하는 고민을 이미 알고 있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교수님께는 비슷한 고민을 했던 학생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싶어. 그건 내 고민이 다른 사람들도 흔히 가지는 고민이었다는 뜻인데 저 때는 거기까지 생각 못 하고 내 어려움만 크게 보였어. 타인의 중병보다 내 감기가 더 아프다잖아.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 내가 사는 거고,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끄면 되는데 내가 만들어둔 비교의 방에서 내가 나를 끝없이 쫓아다녔어. 사실 나의 특별함을 찾는 것 보다 그때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진짜 내 모습이었던 건데 그땐 그저 내 힘듦이 얼마나 퀴어한지가 중요했었어. 표현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 참다가 터지는 형태로 교수님을 찾아가곤 했었는데 항상 든든한 조언을 해주셨었어. 나는 네가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는 너를 그렇게 생각하냐 묻고는 어려움을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그것보다 더 크게 성장하라고, 할 수 있다고 하셨어. 때때로 버겁고 억울한 날도 있었지만 언제까지 울고 있을 순 없으니까 내가 할 일을 해야지.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무사히 졸업했고 좋은 곳에 바로 취업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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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픈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경험을 얘기해볼게. 오픈키친이었고 각 파트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있었을 정도로 환경이 좋았어. 새로운 메뉴를 프레젠테이션할 때면 신생아를 보는 것처럼 두근두근했었어. 계획한 대로 구현될지, 어떤 질감일지,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그 모든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어. 사진 보면 알겠지만 이 업계도 좋은 자리일수록 남성이 많고, 엄격한 규율이 작동해. 겉으로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알아서 지켜야 하는 선이 있고, 서열이 있고, 위계가 있고, 말 그대로 힘이 세야 하지. 지나다니는 공간을 보면 2명이 왔다 갔다 하기도 빠듯해. 한 명이라도 덩치가 있으면 왜소한 쪽이 굽혀야 해. 불과 칼이 매초 움직일 때는 비켜줄 수 있냐고 물어볼 시간이 없거든. 성인 남성 2명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도저히 내 자리를 확보할 수가 없었어. 처음엔 뭐가 문젠지 모르고, 언어도 서툴러서 이리저리 많이 치였지. 다른 사람 기다리느라 제시간에 완성되어야 할 내 일을 끝내지 못하는 거야. 그럴 때 변명이 길어진다거나, 다른 사람 탓할 수 없어. 못하면 내가 못 한 거지 다른 사정은 중요하지 않아. (가 업계 문화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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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땀, 눈물을 모두 쏟아낸 나의 Crudo 파트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어. 누구보다 더 많이, 더 일찍, 더 열심히 일하려고 했고, 내 힘으로 인정받고 나니 내가 뭐 된 것 같은 기분에 취했었어. 나,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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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오픈하고 나서 업계, 평론가들에게 좋은 성적을 거뒀고 자축도 하면서 그저 하루하루가 재밌었어. 이민하기 위한 경력 1년을 채우는 중이었고, 계획한 대로 상황이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었어. 그 오만에 답이라도 하듯 이후에 왔던 폭풍은 위로 올라간 만큼 아래도 열려있다는 걸 가르쳐줬어. 

2년 전만 해도 다시 하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14시간 근무, 3시간 수면 후 다시 출근, 3주 연속근무 이런 살인적인 일정은 진심으로 즐겼기 때문에 가능한 거더라. 원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거야. 이렇게 워커홀릭이 될 수 있는 것도, 될 때까지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는데 그 말에 완전히 공감해. 스스로 고삐가 쥐어지지 않을 때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불안했어. 분명 적당히 했다는 걸 알면서도 과하게 해야 기어이 성에 차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뭔가 덜 한 것 같고.. 극한으로 몰지 않으면 않는 대로 그 불안에 또 빠져들고 답이 없는 악순환이었어.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제는 나를 많이 알게 됐고, 취하거나 들뜨지 않고 즐기는 방법도 알게 됐어. 나의 한계를 안다는 건 그래서 중요한가 봐. 구독하는 친구들도 자기 자신과 더 친해지는 한 해 보내길 바랄게! 


Adieu 2023!

난 올해 본격적으로 차를 마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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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신 먼슬리 캘린더야.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서 많이 마시지 못한 달은 기억할만한 의미 있던 영수증이나, 다른 것들로 채웠어.

다들 계절성 우울증 겪어? 나는 유독 4월이 힘들어. 매년 4월에는 모든 루틴이 다 무너지고 슬럼프가 와. 그래서 되게 무서운 달이기도 해. 여백이 많은걸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힘들어 했구나 싶기도 하고, 백지는 아니라는게 다행스럽기도 해. 나는 어릴 때부터 충동성 조절이 잘 안되고 익숙한것에서 벗어나려는 기질이 있어서 뭔갈 꾸준히 한다는 것에 아주 많은 품이 들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1년을 잘 마친 내가 자랑스럽네 ✌

친구들도 내년에는 더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랄게! 

하다 접은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qJt8UnC-kDs
하다 접은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qJt8UnC-kDs

커피를 줄이고 싶어서 방법을 찾다가 차의 세계에 빠졌어. 내가 좋아하는 블루밍 티(Blooming Tea)는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채우면 꽃봉오리가 서서히 펴지는데 꽃 하나를 만날 때마다 눈도, 혀도 즐거워. 이 습관으로 얻고 싶었던 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얻은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인듯 해.

혹자는 뭐든 70%만 준비되면 일단 출발하라 하던데 나는 '이게 되네..?' 싶으면 그다음은 따라오더라고. 블루밍티의 첫 모금이 그랬고, 첫 편지가 그랬고, 내 인생의 첫 번째 2024년 1월 1일도 그럴 거야. 친구들의 출발은 어떤 모습이야?

 


새해 목표 New Year Resolution ✈

최근에 목표를 타인과 공유하는것보다 혼자 간직하는게 더 좋다는 말을 봤어. 다들 어떻게 생각해? 나는.. 큰 방향성은 공유하되 세부 사항은 굳이 꺼내지 않는 편이야. 변동성이 높은 계획들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서 그런가 봐. 스스로 탐구하고, 실험하고, 평가하는게 재미있어서 혼자 노는게 좋아. 이 과정에서 딱히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것도 모든 계획을 노출하지 않는 이유인 듯 해.

나는 1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돼! 개강이 2주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설렘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 캐나다 대학들은 보통 9월에 학기 시작하고 5월부터 여름 방학을 가지는데, 1월 학기는 Fast-track 이라서 여름방학 없이 1년 내내 3학기의 학사 일정을 소화하고 익년 1월이 마지막(4번째)학기야. 2년 짜리 프로그램을 1년 4개월 만에 마칠 수 있어. 문과생(한국에서 영문과 입학까지 했지만 게르만족의 이동이 기억의 마지막이야..첫 단원이지..)이자 수포자인데 엔지니어링 과목들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야. 차곡차곡 준비해왔으니 잘 해낼 수 있길 바라고 있어. 같이 공부할 친구들은 여기( https://www.instagram.com/ekim_yourstodiscover/ )서 만나자!

학업을 잘 해내는 것 외의 개인적인 목표는 30분 글쓰기를 세웠어. 그동안은 시간을 정해두고 글쓰기를 하지 않았는데, 꾸준히 오래 하려면 계획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을 잘 분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친구들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무리 공들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도 현실은 내 생각처럼 풀리지 않고, 내 힘이 모자랄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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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재.진 해보자고-!! 지나고 나면 다 이야깃거리가 될 테니까!

새로운 한 해가 꿈과 기회로 가득하기를 바라며, 행운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응원의 에너지를 이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 보낼게.

 

All your dreams come true, Happy New Year!

Study with me #F2ISTY

X @kim_e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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