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가 풀어낸 팬덤 형성 방정식

빅히트와 유니버설의 파트너십에서 보는 빅히트의 마케팅과 비즈니스

2021.03.08 | 조회 2.5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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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오늘의 뉴스레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 
- 빅히트(현 하이브)가 BTS 외에 어떤 BM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
- 빅히트의 팬 비즈니스가 궁금하신 분
- BTS가 기존의 K-Pop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신 분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입니다. 

2월에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런칭했고, 소셜 오디오 네트워크 클럽하우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최고의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가 28년 만에 해체(왜죠ㅠㅠㅠㅠ)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빅히트와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하 UMG)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씩 꼭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로생각하고... UMG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면, 소니 뮤직, 워너 뮤직과 더불어 세계 3대 메이저 레이블로 손꼽히는 회사로, 전 세계 음악 30% 이상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우리 동네를 넘어선, 우리 지구 음악 대장입니다. 소속 아티스트로는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켄드릭 라마, 마룬5 등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스타가 있죠. 

빅히트와 UMG의 제휴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양사가 JV를 세워서 K-Pop 스타일의 보이그룹을 데뷔시킨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위버스와 베뉴라이브 등 빅히트 소유의 플랫폼에 UMG 소속 아티스트들이 입점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아 또 누구 데뷔하겠네', '위버스 돈 좀 벌겠네' 정도로 흘려듣고 있었습니다만... 영상 중간에 나오는 이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K-Pop은 음악, 퍼포먼스, 패션, 뮤직비디오, 팬과의 소통이 결합된 풀 프로덕션입니다.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CEO

사람들에게 K-Pop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빠른 비트의 댄스 음악에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 화려한 무대의상과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뮤직비디오라는 대답은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것들은 흔히 얘기하는 "앨범 활동"의 범주에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팬과의 소통"은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팬과의 소통은 앨범 활동보다는 "마케팅 전략"을 뜻하기 때문이죠. 

 

BTS는 철저한 고객 분석의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K-Pop은 총 3개 세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을 처음 한국에 들여온 서태지와 아이들이 1세대, SM, YG, JYP 중심으로 아시아 한류 붐을 일으킨 때가 2세대, 그리고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의 BTS 시대가 3세대죠. 

그리고 2세대에서 3세대로 성장한 원동력을 빅히트의 마케팅 전략에서 찾습니다. 

전문가들은 빅히트가 이전 세대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적극적인 팬과의 소통을 꼽습니다. 과거의 아이돌들을 떠올려보면 '신비주의' 느낌이 있었죠. 심지어 방송에 나와서도 말하는 멤버만 하지, 나머지 멤버들은 거의 묵언 수행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BTS는 활동기, 비활동기를 가리지 않고 연습 과정, 백스테이지, 심지어 식사 메뉴같이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를 SNS에 올려서 소통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을 기획사에 의한 '제품'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어필하였고, 그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다는 거죠.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 생각엔 이런 것은 마케팅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H.O.T의 데뷔가 1996년인데, 그 시절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걸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처해 있는 환경 자체가 다르니 마케팅 활동의 방향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활동 방향성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입니다. 

이전 세대의 아이돌에 대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대표 프로듀서의 인사이트나 취향을 따랐습니다. 다시 말해 프로듀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가에 따라서 가수들의 활동 방향성이 결정되었던 거죠. 

과거 SM 아이돌들의 헤어스타일이 멋있었던 이유 (출처 : KBS)
과거 SM 아이돌들의 헤어스타일이 멋있었던 이유 (출처 : KBS)

하지만 빅히트는 의사결정의 기준을 고객에서 찾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준 글로벌 CEO는 방탄소년단 데뷔 전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번역) 우리는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돌은 뭐지? 우리가 속한 비즈니스는 뭐지? 팬은 누구이고, 어떤 성격이지? 우리는 성공을 위한 공식을 알아내고 싶었던 거죠.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CEO

이 말을 조금 마케팅스러운 말로 바꿔보면 이렇습니다. 

팬은 누구고 어떤 성격이지? → 고객 분석 아이돌은 뭐지? → 타겟에 맞는 제품 포지셔닝 우리가 속한 비즈니스는 뭐지? → 경쟁사 분석을 통한 차별화 전략

그들은 이런 마케팅적 접근 방식을 철저하게 따랐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그들의 고객을 "기술의 발전으로 더 쉽게 모일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 외로워진 사람들"이라고 정의했고, 그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그들을 돕고, 영감을 주며, 치유해주는 그룹으로 포지셔닝하죠(이름도 그들을 지켜주겠단 의미의 "방탄"소년단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방탄의 활동을 보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왜 다른 가수들보다 팬들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갔는지, 왜 가사가 많은 힙합 장르를 선택해서 메시지 전달에 집중을 했는지, 왜 방탄 세계관의 내용이 아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뤘는지, 왜 UN 연설문이 자신을 사랑하라는 내용이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결과적으로 빅히트는 그들이 원하던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낸 것 같습니다. 그 성공 공식이 뭔지 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성공 공식이 "아이돌이라면 이런 음악에 이런 춤을 춰야 해"가 아니라, "팬들의 마음은 이런 식으로 읽어낼 수 있어"라는 거죠. 

 

빅히트는 팬과의 소통을 사업으로 만들어 낸다. 

빅히트는 그들의 관심법을 자사 아티스트를 위해서만 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시스템화하여 외부의 아티스트들도 팬덤을 모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죠. 

자사 아티스트 띄우기도 바쁜데 왜 그런 걸 하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잘 돌아간다면 90%에 가까운 방탄소년단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고, 또 트렌드에 민감하여 성패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콘텐츠 비즈니스 대비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위버스로 대표되는 빅히트의 플랫폼 비즈니스의 작동 원리는 이렇습니다. 

  1. 플랫폼에서 활동할 아티스트를 확보한다. 
  2.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팬들을 끌어모은다. 
  3. 팬덤이 견고해지면 굿즈, 유료 콘텐츠, 멤버십, 티켓 등을 판매한다. 
빅히트가 원하는 팬덤 플랫폼 플라이휠
빅히트가 원하는 팬덤 플랫폼 플라이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실 아티스트의 확보입니다. 아무리 빅히트가 성공 공식을 알고 있어도 적용할 대상이 없으면 의미가 없고, 팬들은 내 가수가 없는데 그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실제로 BTS가 빠진 V-라이브는 그 이용자와 이용시간이 감소하고 있거든요(링크).

그렇다면 아티스트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사의 아티스트(BTS, TXT, 세븐틴 등)를 입점시키는 방법, 다른 하나는 유사 업체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을 끌어오는 방법(V-라이브를 그래서 3천억에 인수했죠), 마지막으로 많은 스타를 확보한 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그들을 입점시키는 방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UMG는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일 것입니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를 보유하고 있고, 또 그 스타들이 글로벌 스타이기에 플랫폼을 글로벌 레벨로 끌어 올리기 용이하기 때문이죠. 

 

UMG도 아미가 갖고 싶다. 

UMG 입장에서도 빅히트와의 제휴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음악 소비가 온라인으로 크게 옮겨감에 따라 온라인 팬 커뮤니티, 온라인 공연 생중계 플랫폼에 입점하고 투자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위버스를 보고 있자니, 본인들도 거기에 탑승하고 싶었겠죠. 

쭉쭉 성장하고 있는 위버스 (출처 : 빅히트 투자설명서)
쭉쭉 성장하고 있는 위버스 (출처 : 빅히트 투자설명서)

거기에 더해서 UMG는 이런 테스트를 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K-Pop의 팬덤 형성 방식이 K-Pop 아이돌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K-Pop 아이돌 팬층과 비슷한 1020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방식일까?

K-Pop의 팬덤 문화는 미국에는 없던 무언가죠. 음원 총공이라든가, 음반을 엄청 산다든가, 전광판을 사서 광고를 한다든가 하는 건 확실히 '메이드 인 코리아'입니다. 누군가는 건전한 음악 청취 문화를 해친다고 말할 순 있겠으나,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보다 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헌신적인 팬덤의 형성이 음악보다는 팬과의 소통과 팬덤 형성에 뿌리를 둔다면, 그 방식을 차용하여 K-Pop 아이돌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도 이와 유사한 팬덤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UMG는 New Hope Club, Gracie Abrams, Alexander 23, YUNGBLUD(예정)를 위버스에 입점시킵니다. 이 네 팀은 K-Pop 아이돌과 비슷하게 1020 여성들이 주된 팬인데, 우선 아이돌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로 테스트를 해보고 향후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려는 의도로 파악됩니다. 

이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팬들의 마음을 잘 읽어낼 수 있는 빅히트도 그들의 성공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테니, 높은 확률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이해로부터.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제품에 녹여내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의 창립자 필 나이트도 현재의 나이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제품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반영하려는 '마케팅 중심' 전략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사람들도 이런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서인지, 가수가 음악만 잘해선 안 되고 SNS도 하고, 유튜브도 좀 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행동들은 활동 일정 게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앞서 논의했듯이 진정한 마케팅은 "어디에서 뭘 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팬들은 어떤 사람이지"에서부터 시작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루씨의 간단 요약

  1. 빅히트(현 하이브)는 마케팅 중심 전략을 바탕으로 BTS의 팬덤을 형성했음. 
  2. 빅히트는 이 노하우를 위버스를 통해서 비즈니스화 시킴. 
  3. 위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더 많은 아티스트 확보가 필요함. 
  4. 빅히트는 유니버설과의 협약을 통해 글로벌 아티스트를 확보하고, 위버스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대할 것임. 

 


참고 자료

HBR, 빅히트 케이스 스터디 (링크1)(링크2)(유료)
빅히트 투자 설명서 (링크)
해외에 수출된 한국 팬클럽 문화 (링크)
나이키 마케팅 관련 필나이트 인터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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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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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랑이

    0
    about 3 years 전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ㄴ 답글 (1)

© 2024 음악파는 김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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