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플랫폼이 굳이 왜 팟캐스트를 하죠?

음악 플랫폼들이 팟캐스트에 진출하려는 각기 다른 이유에 대해서

2021.02.22 | 조회 5.1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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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오늘의 뉴스레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 
- 최근에 음악 플랫폼들이 팟캐스트 투자 이유가 궁금하신 분
- 팟캐스트의 수익 모델이 궁금하신 분
- 팟캐스트를 통해 돈 말고 다른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지신 분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입니다. 

요새 '클럽하우스'라는 앱이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입니다. 저도 클럽하우스의 인기에 편승하고 싶습니다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얘기를 했고, 또 딱히 할 말도 없는지라... 그나마 비슷한 소재인 팟캐스트를 주섬주섬 꺼내 보겠습니다. 

팟캐스트도 최근에 핫 한 아이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재택 환경에서 일하면서 들을 수 있다, 광고 전환율이 높아 광고주가 선호한다는 상투적인 이유도 있겠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큰 변동 없던 팟캐스트 시장을 스포티파이가 순식간에 무대를 뒤집어 놓으시면서부터 주목도가 올라간 것 같습니다. 

2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미국 팟캐스트 1등을 차지한 스포티파이의 행보는 전세계 음악 플랫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멜론과 플로가 팟캐스트를 주요 콘텐츠로 내걸며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스포티파이는 뭘 보고 팟캐스트에 베팅한 걸까요? 국내 플랫폼들은 팟캐스트로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스포티파이 : 1조 원 광고 시장의 개척자

팟캐스트의 수익원은 크게 광고, 후원, 유료 구독 세 가지이며, 그 중 광고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청취자 수의 증가에 발맞춰 계속해서 커가고 있는데, 그 규모가 올해 드디어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출처 : eMarketer
출처 : eMarketer

스포티파이는 정확하게 이 1조 원 짜리 시장을 공략합니다. 

그들의 팟캐스트 전략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팟캐스트 콘텐츠를 끌어 모은다. 2.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객을 끌어 모은다. 3. 늘어난 고객에게 광고를 때린다 → 💰

스포티파이는 콘텐츠 확보를 위하여 19년부터 3개의 팟캐스트 제작사(네트워크)를 인수했고, 조 로건, 미쉘 오바마,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과도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팟캐스터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팟캐스트 제작 서비스도 인수했죠. 그렇게 그들은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으며 이용자들을 늘려나가게 되는데, 그 결과 스포티파이는 2020년 애플 팟캐스트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합니다. 와우. 

출처 : Statista
출처 : Statista

유저의 증가는 곧바로 광고 매출의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의 20년 4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2% 성장한 2.8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700억원을 기록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포티파이는 광고 매출을 끌어 올리기 위해 20년 11월에 '메가폰'이라는 회사를 2.35억 달러에 인수합니다. 이 메가폰이란 회사가 뭐하는 곳이냐면, 기업이 팟캐스트 광고를 하려고 할 때 적합한 타겟층에 그 광고를 송출시키고, 광고 결과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팟캐스트 광고 솔루션"이라고 해야 할까요.

스포티파이도 SAI(Streaming Ad Insertion)라고 해서 이전부터 메가폰이 하는 것들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제공 범위가 스포티파이의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에 한정되어 있었죠. 그러나 메가폰 인수 직후 스포티파이는 이 기능을 모든 팟캐스트로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를 하였는데, 이는 더 많은 콘텐츠에 더 많은 광고를 태우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스포티파이의 무한 동력!
스포티파이의 무한 동력!

스포티파이 내에 광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이 유입된다는 것이고, 그 돈은 또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또 이용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고, 광고 단가가 높아지는... 무한으로 돌아가는! 멈추지 않는 플라이휠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전략은 사실 흔한 플랫폼들의 광고 전략과 비슷합니다. MAU 늘려서 거기에 광고 태우고 하는 아주 기본적인 거요. 하지만 다들 아시잖아요. 그 기본적인 것을 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요. 저기 스웨덴에서 "어때요, 참 쉽죠?" 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광고, 그게 뭐죠?

사실 국내 음악 플랫폼의 팟캐스트는 반쪽 짜리입니다. 왜냐하면 스포티파이 플라이휠의 주축인 광고가 국내 음악 플랫폼에는 없거든요. 국내 음악 플랫폼들은 기본적으로 유료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유료 회원이라는 것은 그들에겐 광고를 노출시켜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광고를 할 대상 자체가 없다는 거죠. 

광고가 없는 건 세 가지 문제를 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금전적 유인책이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팟캐스트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콘텐츠를 소싱해오려면 일일이 계약을 따오거나 자체 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콘텐츠 소싱에 대한 모든 비용을 회수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악 플랫폼에는 팟캐스트의 양이 적을 수 밖에 없는데, 실제로 21년 2월 기준 멜론 15개, 플로 13개의 아주 적은 수의 타이틀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 팟캐스트 청취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인다는 것도 무리겠지요. 

국내 음악 플랫폼이 팟캐스트를 사업으로 할 수 없는 이유
국내 음악 플랫폼이 팟캐스트를 사업으로 할 수 없는 이유

저 그림을 보면 느껴지시는 게 있나요? 저는 확실한 하나가 느껴집니다. 지금 구조로는 국내 음악 플랫폼이 팟캐스트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걸요. 

이쯤 돼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봅니다. 멜론과 플로는 매출도 없고, 가입자 확보가 보장되지도 않는 팟캐스트를 왜 하려고 하는 걸까요? 제 답은 "브랜딩"입니다. 

 

멜론 : 팟캐스트, 음악을 듣는 또 다른 방법

멜론은 팟캐스트를 통해 음악 플랫폼으로서의 멜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제목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음악 말고 다른 걸 상상하기 어려운 제목들 (출처 : 멜론)
음악 말고 다른 걸 상상하기 어려운 제목들 (출처 : 멜론)

SOUL BY SEL(알앤비/소울), 인디스웨이(인디 음악), DOL잔치(아이돌 음악)처럼 제목에서부터 음악의 향기가 물씬 풍겨납니다. 내용들도 음악에 대한 설명과 에피소드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진행자들도 대부분 뮤지션들입니다. 

또 중요한 건,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아래의 포맷을 사용하면서 노래를 적극적으로 틀어 준다는 것입니다. 

  • 코너 진행 → 곡 소개 → 관련 곡
  • 코너 진행 → 사연 소개 → 신청 곡

팟캐스트 청취자들이 반 강제적으로 음악을 듣게 만드는 이 포맷은 이야기와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존에 멜론에서 겪을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구조는 팟캐스트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니, 리텐션의 강화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멜론은 소수의 팟캐스트를 직접 제작하면서 거기에 음악을 적극적으로 녹여 냅니다. 이러한 그들의 방식은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폭 넓은 음악 감상이 가능한 플랫폼"이란 브랜딩을 강화하기에 좋은 방법으로 보여집니다. 

참고로 멜론 최고 인기 팟캐스트는 [뽀로로의 볼륨을 높여요]입니다. 오디오 콘텐츠가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게 최고 장점이니까...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대한민국 부모님들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플로 :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플로는 일단 "종합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눈치입니다. 

광고 문구에서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임을 표방합니다 (출처 : 플로)
광고 문구에서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임을 표방합니다 (출처 : 플로)

그래서 그런지 플로는 일단 다 집어 넣었습니다. [비밀보장], [시네마운틴], [책읽아웃], [듣똑라] 등 유명 팟캐스트들을 긁어 모았고,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하기 시작하였으며, 심지어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와의 제휴를 통해 오디오북도 소싱해옵니다. 

이러한 그들의 행보는 시장 후발주자로서, 음악 청취자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청취자들도 가입자로 끌어 들이겠다는 의도로 파악됩니다만... 그들의 의도를 달성하기엔 아직 플로에서 꼭 오디오 콘텐츠를 들어야할 이유를 만들어 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도 많이 부족하고, 오디오 콘텐츠에 맞는 UI 개선도 필요해 보이거든요. 

뭐, 그래도 아직 시작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 플로도 나름대로의 답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마치며

하나의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올 때는 그 뒤에 있는 문화, 그리고 비즈니스까지 같이 들어와야 완결성이 생깁니다. 국내에서도 각자가 나름의 길을 찾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스포티파이가 불러 일으킨 팟캐스트의 붐은 아쉽지만 완결성을 갖추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팟캐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면, 그때는 국내 플랫폼이 어떻게 팟캐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저 또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김루씨의 간단 요약

  1. 스포티파이는 오디오 광고 시장의 진출을 위해 팟캐스트를 활용한다. 
  2. 국내 플랫폼은 광고 수익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팟캐스트를 서비스의 브랜딩, 차별화 포인트 수준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3. (추가) 최근 애플과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전용 유료 이용권을 준비하고 있어서, 팟캐스트 시장에 더 큰 돈이 흐르게 될 것으로 보임. 

 


참고 자료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점유율 (링크)
스포티파이 CCO, 팟캐스트 관련 인터뷰 (링크)
스포티파이 IR (링크) 
스포티파이 SAI (링크)
멜론 스테이션 개편 (링크)
플로, 오디오 컨텐츠 런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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