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에 이민 관련기사가 떴는데 때마침 여기 도쿄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하다 제 3국으로 떠난 형님이 오랜만에 왔길래 기사와 사연을 묶어 묶어 전해드립니다.
먼저 탄식하는 키위들을 취재한 이코노의 기사부터. Kiwi = New Zealand 사람들을 일컫는 속어입니다. (참고로 호주사람은 Aussie) 코로나때 정책 잘 펴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잠깐 받았던 뉴질랜드 총리 Jacinda Ardern, 이 분 기억나나요?

2023년 10월까지 총리 맡은 후, 미국 하버드로 유학 갔더래요.
학업 마치고 돌아와 지금 어디 사는지 알아요?
시드니요.
이게 무슨 뉘앙스냐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임기 마치고 유학 좀 갔다가 아 나 헬조선 싫어 옆에나라 일본 가서 살래~ 이런 분위기란 말이지요. 일국의 대통령도 등진 이 나라 뉴질랜드. 일부 유튜브 짤 보면 대규모 엑소더스 시작, 이 나라 멸망, 이런 소리들도 나오던데(거짓말 아님. 중국어 유튜브 보면 新西兰 崩溃: 신시란 붕괴. 여기서 신시란은 신이 새로울 신, 하여 New이고 시란은 Zealand를 중국어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니 시란입니다 ㅎㅎ). 자 좀 더 기사를 읽어봅시다.
이코노에서 조사한 서양 31개국 (미영독프 유럽 대양주 등 주로 서양국가)의 최근 20년간 타국으로의 이민 출국자 수 통계입니다. 코로나때 잠시 주춤하더니 그 후로 평균 20%가까이 올라갔군요.

대표적인 이민 출국(emigrant: 밖으로 나가는 이민은 첫 스펠링이 e임) 국가들:
- 캐나다: 34% 증가 - 그 빠진 자리를 채우며 생겨나고 있는 Indian town들
- 뉴질랜드: 29% 증가 - 그 빠진 자리를 채우며 생겨나고 있는 China town들
- 스웨덴: 60% 증가 - 아랍 이민자들하고 같이 못 살겠나봐
- 미국: 대략 3백만명 출국 - 트럼프가 내쫓은 사람들도 상당수 되지요
위의 통계는 자국민+거주 비자 받은 사람들의 합산 통계인데 자국민 이탈만 보면 뉴질랜드는 2019년에 비해 무려 74% 이탈 증가했답니다. 상황이 안 좋긴 하군요.
그럼 이들은 어디로 가느냐? 두바이처럼 세금 덜 내는 곳, 또는 여전히 미국으로 갑니다. AI 를 위시한 첨단 기업들은 대부분이 미국에 있으니까요. 한편 유럽에는 네덜란드가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고요, 영국은 통계가 제대로 잘 안 잡히는데 Hampstead(North London)엔 헐리우드 스타들이 모여들고 있다고도 합니다.
오케이, 돈과 산업이 사람을 부른다. 이것 말고도 또 출국 이민을 부추기는 큰 요인이 있으니 '나 트럼프 싫어 떠날래요' 가 상당수 있고요. 비슷하게 영국의 Keir Starmer, 또는 작년에 사퇴한 캐나다 훈남 트뤼도 (Justin Trudeau) 총리들의 사회주의적 나눠주기 정책이 싫어 떠나는 부자들도 꽤 있다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주로 떠나는 사람들은, 다 그렇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배워 생각 깊고 돈 많은 사람들이란 말이죠. 내 주위에도 비슷한 상황들 일어나더라고. 일본에서 지내온 지난 16년, 일본 좋아 아직 남은 사람도 몇 있지만 30대 시절에 교류했던 엘리트 지인들은 하나같이 다 떠났지. 제일 처음 2011년 3월 11일 츠나미 닥치고 나서 특히 독신들 위주로 한차례 썰물 빠지듯이 사람들이 떠났고, 그 후 몇년간 아베 신조의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스테로이드 맞은 듯이 잠깐 부흥했던 때가 있었지만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듣고 있나 코리아!), 여기에 반도체와 피지컬 AI등으로 대표되는 하이테크 산업으로의 이행이 한/중/대만 등 주변국가에 약간 뒤처지면서 이제 왕년의 매력을 상실한 일본은, 물론 아직도 G7 국가급의 저력은 있지만 20년 전 유럽과 미국의 브레인들이 한 번쯤 일하고 싶어하던 동양의 대표도시 타이틀을 역사의 뒤안길에 남겨 두고, 이젠 은퇴자들이 남 간섭 안 받고 소소한 행복 누리며 살면 딱 좋을 정도의 조용하고 차분한 황혼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씁쓸한 마당에, 마침 저랑 2011년 블룸버그에서 같이 일하다가 지금도 같은 회사를 다니시지만 홍콩을 거쳐 작년에 뉴욕 본사 입성한 형님이 일본에 오셨기에 이 분 사연을, 이번 뉴스레터 2부 순서로 알려드릴려 합니다. 이야기 좀 재밌게 해 드릴려고 제가 본인 소견의 양념 좀 쳤어요, for your information.
이 분 처음 알게 된 게 아까 말씀드린 2011년 블룸버그 도쿄 오피스에서였지요. 저보다 일곱살 윕니다. 딸이 둘 있어요. 당시 중학생 초등학생. 저는 2010년에 일본 들어왔고 형님은 이미 NTT 관련 회사에서 몇 년 일하시다가 블룸버그로 막 이직한 상태였고요. 내가 물었지. 일본엔 왜 왔어요, 나처럼 와이프 일본인?
아니래요. 한국에서 사업하다 완전 망해 쫓기듯이 가족 데리고 월경(越境)하여 도쿄에 터 잡은게 몇 년 전이래요. 이 형님이 나처럼 욕도 잘하고 좀 호방한 성격인지라 에이~ 뻥 좀 치시나보다 했는데 같은 얘기를 십 년 넘게 들었으니 이젠 의심 안합니다. 한국에서 공학 박사였고요, 내로라하는 프로그래머였답니다. 그런데 사업에는 운이 없었나 봐요. 그래, 속된 말로 동전 한 푼 없이 ㅂㅇ두 쪽만 들고 도쿄로 넘어왔는데 가족은 먹여 살려야 할 것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NTT에 들어갔는데 문화가 이게 일본 문화가 이런 분 한테는 잘 안 맞지. 하여 몇 년 고심끝에 본인 스스로 블룸버그 채용 공고에 연락했고 운 좋게 입사하게 되었답니다.
블룸버그가 돈 만지는 회사이니 연봉이 낮지는 않았을 텐데 형님 집 가보면, 도쿄사는 누구라도 다들 그렇듯이, 열 몇평 되는 공간, 방 두개로 한 방엔 형님 부부가, 한 방에 남매가 티격태격하며 살고 있는 것이죠. 내가 알기로 이 집이 아직도 월세로 살고 있을거에요. 그러니 돈은 별로 못 모았어. 하지만 회사안에선 형님, 점차 실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간 1년에 한두 번씩 만나 얘기 들어보면 생활도 점차 안정되어 가는 것 같더라고.
그러더니 형님이 2022년인가, 블룸버그 홍콩 지점으로 간다는거야. 정말 지인이라고는 거의 이 분 하나 남았는데 가신다하니 아쉬웠지만 본인 커리어로서는 승진이겠거니 생각하여 건승을 기원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가, 동경 한 번 들어오셨기에 다시 만나 물어보니 거기 홍콩에서도 아주 좁은 곳에 살고 있다네. 애들은 여기서 학교 나오고 직장 잡았으니 도쿄에 놔 두고, 형수랑 둘만 홍콩 갔는데 집이 스튜디오야. 생각해보슈, 코로나 막 풀려서 일주일에 한 며칠은 재택한다는데 하루 종일, 일할 방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침대에 책상에 부엌이 다 딸린 스튜디오에서 둘이 있어집니까? 그래서 형수는 못 견디고 동경으로 돌아가 일년에 두 세달만 오고, 형님은 애들 학비 내줘야지, 동경 집세 내야지, 하니 스튜디오에서 더 큰데로 못 가고 있는 상황이었던거 같어요.
이력서상에는 그래도 보기 좋잖아. 블룸버그 도쿄~ 와! 이번엔 (약간 한 물간 느낌 들긴 하지만) 아태 금융 중심지 홍콩으로 와우! 그러더니 거기서도 또 능력 인정받아 작년 말에 드디어 블룸버그 뉴욕 본사 입성하셨대요. 2025년 당시 형님 나이 58세. 여러분, Be ambitious! 꿈은 이루어집니다... 환갑 직전에.
뉴욕 물가가 싸지는 않지요. 홍콩보다는 약간 업그레이드 되어서 이번엔 one bed unit(즉 방이 따로 하나 있고 거실도 있다는 뜻) 한달에 4000불인가 내지만 어떻게 월급으로 커버가 되는 모양인거 같아요. 어제 같이 저녁 먹고 있는데 마침 한국 출장간 형님 딸이 아빠 보고싶다고 전화 왔더라고. 애들 잘 키웠어 형~ 하고 축하해 줬습니다. 큰 따님인데 게이오 대학(우리나라로 치면 연세대 수준) 법대 나와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답니다. 딸 바보인 형님은 이미 이 큰 따님을 위해 뉴욕 생활 넥스트 플랜을 세워 놨더라고요, 딸 불러 여기서 law school 다니라 해야겠다면서. 그래 내가 또 물었지. 와 그믄 또 학비 상당히 나갈텐데, 형 인제 은퇴 안해요? 본인 왈, 안 해, 난 70까지 일할거야.
여러분들도 화이팅. 존버의 자세로 앞만 보며 달리다 보면 인생 고비 맞아 한 번 크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볕드는 날 옵니다. Never give up!
마지막으로, 이 분이랑 나랑 찍은 사진 공유하고 싶어 찾아보는데 어디 있었는데 모르겠네. 대신 본인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올립니다. 형수가 엄청난 미인이야. And final words to him: All The Best Bro,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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