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 인터뷰에 종종 이런 말 등장한다. "Yes I think I am lucky to be born white" 백인으로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고. 거기에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났으면 할 말 다했네, 행운아야. 비슷한 구절을 미국 배우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 자서전 Greenlights에서도 읽었던거 같어. 기억하기로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젊었을때 아프리카 어느나라를 혼자 여행하고 있었다. 야외 캠핑 중에 현지인을 만나 가벼운 몸싸움이 붙었는데 서로 악수하고 헤어진 이후 지금까지 형 동생하며 교류하고 있다"고. 와 정말 부럽더라. 내가 앙골라 출장 갔던 2021년, 그나마 치안이 좋다던 수도 루안다(Luanda)에 두어 달 있었는데 숙소인 콘도 영내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전용 차량으로 이동하며, 아시아인이 100m거리라도 혼자 다니면 가방이며 신발이며 바로 탈탈 털리니 집콕만 하라고 거듭 주의 받은 적 있거든요. 내가 만일 사석에서 맥코너히를 만나면 아프리카에 관해 무슨 할 얘기가 있겠어요. What an amazing country, lots of fun이라고 말할 그에게 나는 such a boring trip, nothing exciting으로 받아치며 쓴 맛을 다시겠지요. What if, only if, I were a white man.
이와 비슷하게, 내가 경험한 마이너리티로의 신분 자각은 주로 타국에서 일어났었다. 호주의 어느 축제에서 도로 한편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 나도 껴서 이벤트를 기다리던 때 옆 사람에게 들었던 Fuck Off (You go back to your country의 뉘앙스)라든가, 두바이 주재할 때 영국인에게 들었던 인종별 선호도에 현지인(알라가 내려보낸 천사들) 1등, 아랍 형제국 2등, 백인 3등, 인도인 4등, 아시아인 5등, 필리핀 꼴등으로 매겨지는 서열이라든가, 세어보면 비슷한 차별적 사례 좀 있었다고.
차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인종 말고도 주요한 가늠자로 다뤄지는 것이 성별이잖아요. 나는 과거 30년간 대한민국 남자였고, 거기서는 큰 차별 못 느꼈지만 매년 발표되는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에 내가 간과했던 의미심장한 데이터가 다시 보이길래 이코노의 차트를 빌려 같이 한번 분석해 보기로 합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남조선은 조사대상 29개국 중 당당히 28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어제 BTS공연 넷플릭스로 잠깐 봤더니 거의 다 소녀들이더라. 외국인도 많던데 얘들아 미안, South Korea는 춤추고 노래하는 나라 아니란다. 니네들 여기와서 회사 생활 해보면 화들짝 놀랄것이야. 아래 표를 더 보시게.

왼쪽부터 (윗줄 빨간색은 영국, 점선은 OECD평균, 아랫줄 빨간색은 한국),
- 여성 임원 비율: 한국 19.4%로 뒤에서 3위
- 여성 관리자 비율: 한국 17.5%로 뒤에서 3위
- 성별 임금차: 한국 29%로 꼴등
관련도는 약간 적을 수 있겠으나 이러한 통계로 스트레스받는 예비 엄마들이 애기 못 낳겠어요, 하며 출산율 낮추고 있습니다만 의외로 아래 지표만 보면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출산휴가도 많이 받고, 보육원 보내는데 돈도 안 든다네?

왼쪽부터 (아랫줄 빨간색은 영국, 점선은 OECD평균, 윗줄 빨간색은 한국),
- 유급휴가(여): 47.6주로 OECD 평균 31주를 크게 상회함
- 유급휴가(남): 41주로 OECD평균 8주를 크게 상회함
- 보육원 비용: 월급의 8%로 OECD평균 14%보다 훨씬 부담 없는 상황
명목 통계와 체감 수치는 많이 다른 것 같지요? 여성 육아 휴직의 경우도 그렇겠지만 내 인생 통틀어 남자가 육아 휴가로 41주 다 받아간 경우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어, 한 다음 주까지 쉬고 다시 나갈라고요~ 하는게 일반적이지 않어, 남자의 경우?
제 권리 오롯이 다 못 누리고 사는 불쌍한 대한민국 여성(남성 too)들아, 여기에 그래도 희망을 드리는 지표가 있으니 위안을 삼아 주시길. 이번엔 주제를 좀 틀어 스웨덴의 University of Gothenburg에서 발표한 민주화 지수 2026 통계입니다. 먼저 아래 첫 번째 표는 전체 순위로, 한국은 22등. 표의 회색은 2015년 결과. 한국과 세이셸의 경우 파란색으로 되어 있지요? 10년간 민주화의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뜻이고요, 반대로 주황색, 즉 포르투갈, 폴란드, 이태리는 독재화로의 퇴보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시아만 놓고 보면요, 우리나라 밑으로 일본과 대만이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고작 22위야,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통계 자료를 자세히 보니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에서 사는 국민의 수를 세어보면 전세계의 7%로, 얼마 안됩니다.

슬프게도, 2005년과 비교했을 때 자유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수보다 독재국가에서 사는 사람들의 수가 월등히 늘어났어요.

독재국가라 해서 정은이 정권처럼 눈 가리고 입 틀어막는 하드코어가 있는가 하면, 실질적 1당 독재인 인민행동당(People Action Party)의 로렌스 황이 다스리는 싱가폴처럼 너희들 침뱉지 말고 약(drug)하지 말고 불필요한 언동 삼가하면 고소득 저세율을 보장해 주마 스타일의 국가도 있으니까 엄마 아빠 사장님 어르신 말씀에 토 달지 않고 잘 따르는 우리 아시아인들에게는 소득증대 우선의 독재라면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겠어요. 참고로 아래 표는 싱가폴 순위로, 대략 전세계 중위권에 속합니다.

민주화 순위의 상위권 국가는 대부분 유럽인데, 그들은 우리 아시아인들과 다르게 자기 주장이 뚜렸하지. I, I, I 그 I languge (나 나 나)를 존중해주지 않으면 바로 불만이 접수됩니다. 얼른 생각나는 일화로, 2019년 홍콩에 한 달 반 프로젝트 때문에 머물렀을 때 호주인을 엔지니어로 채용하여 고객사에서 같이 일했는데 간부급 미팅에 자신도 들어가야 한다고 박박 우기는거야. 만일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면 공손히 물어봤겠지. 저, 제가 주로 일을 했으니 미팅에 들어가면 보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이런식으로. Anglo-Saxon 영어에는 이런 표현 없습니다. 대신 I, I think I am going to take part in the meeting. 마침표. 그런점에서 봤을 때, 권리 주장과 자기 표현에 익숙한 서양 사람들은 조금만 불편하다하면 피켓들고 삽자루들고 트랙터끌고나와 데모하니 그 국민들 다스리느라 자연히 민주화 정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만 이건 민주화 과정을 도식화하여 논란의 소지가 좀 있겠네요.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서양세계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라는 이 아이디어가 문화와 민족성 다른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제대로 뿌리내려 그 국민이 전세계의 오직 7%만이 향유가능한 선진적 정치체계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이 점은 우리가 충분히 자랑해도 될 만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한편 우리가 늘 부러워했던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트럼프 2기 집권후 민주주의 선봉자로서의 미국 위상은 아래 표가 보여주듯, 1965년 상태로 빠꾸했습니다. 상태가 악화되면 제 2의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분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래프에서 수직낙하하는 빨간색을 보며 예전 회사 VP였던 소냐(Sonya)가 떠올라 일화를 소개합니다. 2021년 바이든 정권때였어. 본사로 출장갔을때, 레즈비언인 소냐가 DEI를 한참 강조했었지요. Diversity 다양성, Equity 공정성, Inclusion 포용성은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동력인 것이야! 하면서.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단어 뭐였더라 생각해 내느라 한참을 헤맸고, 트럼프가 이 글 보거든 삭제하라 하지않을까, 눈치보면서 글 쓰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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