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의 일과 리더의 일은 다른 레이어다. 그래서 실무를 잘해서 인정받아 리더가 되었다 하더라도, 계속 실무만 붙들고 있다간 이전과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무자는 개인의 성과로 평가받지만 리더는 팀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팀의 성과를 좋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기본은 '팀 얼라인먼트'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 방향을 잘 잡으면 되었던 외발 자전거 운전에서 4개의 바퀴가 한 몸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자동차 운전으로 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4개의 타이어가 정렬이 잘 안 맞으면, 즉 휠 얼라인먼트가 틀어지면 핸들이 똑바르더라도 차는 비뚤게 간다. 그래서 리더는 얼라인을 계속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차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핸들의 방향도 정해야 하며,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리더가 4개의 바퀴 중 한 바퀴(실무자)로서 열심히 구르기도 해야 한다.

실무자일 때는 자신의 바퀴만 잘 굴려도 되었는데 이제는 다른 바퀴는 잘 굴러가고 있는지, 4개의 바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된다.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펑크 난 바퀴를 직접 수리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리더는 어렵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렇다고 리더가 계속 혼란에 빠져있기만 한다면, 가장 큰 피해는 팀 구성원들이 받게 된다. 새삼 나의 부족한 리더십으로 그간 고생했던 구성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역량이 부족했던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팀 얼라인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리더 액션이 있었는데, 첫 번째가 바로 비전과 목표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나의 경우 신사업, 신조직 TF를 많이 맡았기 때문에 비전과 목표가 팀원들이 일을 하는 데 있어 특히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비전과 목표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은 적어보면 굉장히 단순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변화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리고 정리한다. 필요하면 PPT로 서툴게 그리기도 하고, 리더의 머릿속의 그림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비전은 꿈꾸는 미래의 모습, 목표는 그 비전을 달성했을 때 측정가능한 수치로 표현한다. 비전은 다소 추상적이더라도 설렘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목표보다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월 100개씩 정비소 제휴해야 한다’ 보다는 ‘올해 안에 전국 모든 시/군/구 운전자가 마이클 정비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 그래서 ‘진정한 국민서비스로 거듭나보자!’와 같은 다소 막연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청사진이, 정교한 시뮬레이션 수치보다 동료들의 마음을 훨씬 더 잘 움직였다. 동료들의 마음이 동하는 점 하나를 찍어야 다음 이야기로 이어나갈 수 있다.
비전 다음이 목표다. 전국 어디서든 마이클 정비소를 이용하려면 각 지역마다 이만큼씩, 그래서 총 100개의 추가 제휴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수치 기반의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달성 전략을 함께 논의하며 수립해 간다.
이러한 팀의 노력이 어떻게 전사 목표에 기여하는지를 연결하여 설명하는 지도 중요하다. 자칫 팀과 회사가 따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큼의 제휴가 결국 어떻게 매출 등 전사 핵심 지표 증대에 기여할지 연결시키는 것까지가 리더의 역할이다.
경험상 리더의 머릿속과 팀원의 머릿속을 100% 일치시키기는 정말 어렵다. 가장 사랑하는 부모나 애인, 자식과도 머릿속을 100% 일치시킬 수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신설팀이면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그래서 초기 비전과 목표는 60%만 이해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해상도를 높인다. 어차피 얼라인은 시작 후에 계속 만져줘야 하고, 처음부터 완벽한 얼라인을 목표로 시작하기엔 우리는 시간이 없을뿐더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리더 본인이 세운 비전과 목표에 스스로 얼마나 가슴 뛰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느냐는 것이다. 팀원들은 리더가 그냥 위에서 찍은 목표를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정말로 달성하고 싶고 함께 되게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한지 귀신같이 알아챈다.
어쩌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정성 일지도 모르겠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갈마동한대만
본인이 바퀴일 때 어떤 sincerity에 따라 움직였고, 또 다시 어떤 sincerity를 팀원들에게 제시하였는지가 궁금하네요. 조직이 커지면 다양한 팀과 리더들이 조직 내에 존재하게 되며 비전(sincerity)도 함께 evolve 할 것 같은데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스타트업 리더노트
재밌게 봐주셔서 그리고 또 좋은 질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고민을 해 보았는데요. 저는 말씀하신 sincerity를 '이유'라고 해석하고 답글을 달아봅니다. 사람들이 여기서 일 해야 하는 이유 내지는 동기. 사람마다 이유나 동기가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누구는 더 나은 이직이나 성장을 위한 커리어 경험, 누구는 조직 내 인정을 통한 보상이나 승진, 누구는 그냥 탈 없이 조용히 다니며 안정적인 월급이 중요한 사람 등. 저는 스타트업 8년간 크게 실무자 - 리더 - C레벨이라는 역할을 수행했는데요. 각 포지션 마다 동기도 변했던 것 같습니다. 실무자일 때를 돌아보면 인정욕구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하면 과정도 결과도 다르구나'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리더가 되고 나서는 조금 바뀌었던 것 같아요. 서비스가 커질수록 '이거 진짜 잘 되겠는데? 각 잡고 제대로 해보자'같은 동기도 있었고, 리더로서 저의 경험, 성향, 역량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좋은 영향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또 그러한 팀원들로 부터 '덕분'이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여기서 계속 일 하고 싶다. 계속 하려면 회사가 잘 되어야겠네? 회사가 성장하려면 내가 뭘 더 해야하지?' 와 같은 선순환도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바퀴가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저랑 비슷한 바퀴라고 생각되는 동료들은 저의 성장 과정, 그 안의 고민들, 시행착오에 대해 최대한 솔직하게 공유해주려 노력했습니다. 비슷한 결의 동료라 그런지 이런 이야기들이 그들을 동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반면 다른 결의 sincerity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도 회사도 한계가 있는지라 우리가 해주지 못하는 것까지 해줄 수 있다고 허황되게 이야기하는 건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퀴가 빠지고 교체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만, 남은 바퀴들의 얼라이닝은 점점 더 뾰족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비전은 변한적은 없고, 조직이 비전을 이해하는 농도가 시간이 갈수록 더 짙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도 그동안 증명해온 것들이 생기다보니 비전을 더욱더 정확하게, 자신감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유능한 동료들을 모실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답변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제가 이해한 바를 토대로 경험을 끄집어 내 보았습니다. 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질문 부탁드립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