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뉴스레터도 AI와 함께 씁니다. 한 편을 발행하려면 한국어 뉴스레터, 영어판, 한국어 링크드인 홍보글, 영어 홍보글까지 네 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 언어를 혼자 돌리면서 AI를 안 쓴다는 건 제게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 8월 20일, LinkedIn CPO 하리 스리니바산이 'AI 슬롭 같음' 신고 버튼이 2주 만에 100만 명에게 쓰였고, AI 슬롭으로 분류된 게시물의 노출이 40%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저처럼 AI를 매일 쓰는 사람은 이 소식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한참을 들여다본 끝에, 저는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1. AI를 안 쓰는 선택지는 이미 없습니다
Q. 그래도 AI 없이 직접 쓰는 게 안전하지 않나요?
현실을 먼저 보겠습니다. Metricool이 8월 19일 발표한 700명 이상 대상 조사에서, 소셜미디어 업무에 AI를 쓰는 사람은 95%, 매일 쓰는 사람은 75%였습니다. AI 도구를 4개 넘게 쓰는 사람은 1년 만에 14%에서 37%로 늘었습니다(출처: Metricool, 2026).
쓰는 영역도 달라졌습니다. 전략 설계에 AI를 쓰는 비율은 39%에서 62%로, 트렌드 조사는 36%에서 61%로, 성과 분석은 32%에서 59%로 뛰었습니다. 문장 다듬는 도구였던 AI가 기획부터 분석까지 맡는 운영체제가 됐습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당연한 흐름입니다. 링크드인 하나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뉴스레터, 스레드, 유튜브, 인스타그램까지 플랫폼마다 문법이 다르고, 각 플랫폼은 매주 새 기능을 내놓습니다. 저만 해도 링크드인 분석 화면을 매주 열어보고, 알고리즘 리포트를 챙겨 읽고, 뉴스레터를 두 언어로 냅니다. 이 양을 사람 손으로만 감당하면 결국 발행 주기가 무너집니다.
AI를 쓸지 말지는 이미 답이 나왔습니다. 남은 질문은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절대 안 맡기느냐입니다.
2. 링크드인이 잡는 건 AI가 아니라 '사라진 작성자'입니다
Q. 그럼 40% 감소는 AI로 쓴 글 전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인가요?
아닙니다. 스리니바산은 AI로 문장을 교정하거나 번역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링크드인이 정의하는 AI 슬롭은 특정 경험, 관점, 통찰 없이 그럴듯한 문장만 나열한 콘텐츠입니다. 신고 한 건이 곧바로 노출을 떨어뜨리지도 않습니다. 여러 신호를 함께 보고, 특정인을 겨냥한 신고를 걸러내는 안전장치도 두었다고 설명했습니다(출처: LinkedIn CPO Hari Srinivasan, 2026).
맥락을 더 보면 방향이 선명합니다. 7월 30일 신고 버튼과 함께 새 분류기를 도입했고, AI로 글을 손봐주던 '게시물 향상' 기능은 없앴습니다. 그보다 앞서 올해 초에는 "X가 아니라 Y다" 같은 AI 상투 구문의 도달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출처: Engadget, 2026). 신고가 많이 쌓인 작성자에게는 분석 화면에서 경고 안내도 보냅니다.
여기서 한국 작성자에게 중요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이 영어 글을 AI로 번역하고 교정합니다. 링크드인은 영어가 매끄러운지보다 번역을 거치면서 글쓴이의 상황과 판단이 증발했는지를 봅니다. 사실 저도 영어판을 만들 때 자주 겪는 일입니다. 한국어 원문에서는 살아 있던 "저는 이렇게 판단했습니다"가 영어로 넘어가면서 "One should consider"로 바뀌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AI로 쓴 글이 문제가 아닙니다. AI 때문에 작성자가 사라진 글이 문제입니다.
3. 남겨야 하는 것은 딱 세 가지입니다
Q. 그러면 글에서 무엇이 남아 있어야 '내 글'인가요?
저는 발행 전에 세 가지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직접 겪은 구체적인 상황, 그때 내린 판단과 이유, 그리고 결과를 보여주는 숫자나 후속 변화입니다. 이 셋은 AI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8월 4일 올린 Stripe Community Meetup 후기는 노출 10,903회, 프로필 방문 49명을 만들었습니다. 그 글에서 AI가 대신 써줄 수 없었던 부분은 세 군데였습니다. 행사 전에 제가 적어간 한 줄 "BIGO Live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찾는다", 그날 들은 두 이야기가 결국 같은 말이라는 제 해석, 그리고 그 글을 본 사람 중 CEO가 5%였다는 분석 화면 수치입니다. 나머지 문장 구조와 영어판은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 글은 제 글입니다.
반대로 이 셋이 빠지면 아무리 매끄러워도 남의 글입니다. 행사에서 들은 말을 정확히 옮기기만 하면 주최 측 홍보물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도구가 상향 평준화될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맥락을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그 행사에서 들었는데, 글쓰기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인용과 자료는 AI가 모아도 됩니다. 상황, 판단, 숫자는 내가 넣어야 합니다.
4.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가 진짜 성과입니다
Q. AI를 쓰면 시간이 남는데, 그게 성과 아닌가요?
같은 Metricool 조사에서 가장 불편했던 숫자가 이것입니다. 응답자의 54%는 AI의 효과를 '절약한 시간'으로만 측정했습니다. 콘텐츠 품질을 측정하는 비율은 6%, 실제 게시물 성과를 보는 비율은 4%였습니다. 그리고 AI 콘텐츠가 일반 콘텐츠보다 성과가 낮다고 답한 비율은 5%에서 14%로 늘었습니다(출처: Metricool, 2026).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조사라 한국 시장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사용량과 성과 검증 사이의 간격은 분명합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런 그림이 됩니다. 다들 시간을 아꼈고, 아낀 시간이 글을 더 좋게 만들었는지는 거의 아무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링크드인의 40% 감소는 그 확인하지 않은 글이 어디로 갔는지 보여주는 숫자일 수 있습니다.
저는 AI로 아낀 시간을 두 곳에 씁니다. 하나는 3번에서 말한 상황, 판단, 숫자를 글에 넣는 데. 다른 하나는 발행 후 분석 화면을 열어 누가 봤는지 확인하는 데. 글 쓰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글 읽은 사람을 보는 시간이 늘어야 손익이 맞습니다.
AI가 절약한 시간은 재료입니다. 그 시간을 내 시야로 바꿔 글에 넣어야 성과가 됩니다.
다음 글을 올리기 전에
세 가지만 점검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 글에서 AI가 만들 수 없는 문장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아는 상황, 내가 내린 판단, 내가 확인한 숫자 말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서 "저는"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까? 그리고 AI로 아낀 시간을 이번 주에 어디에 쓰셨습니까?
세 번째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올린 글의 분석 화면을 한 번 열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여러분은 AI에게 절대 맡기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요?
참고 자료
One more follow-up on AI slop (LinkedIn CPO Hari Srinivasan, 2026년 8월 20일): https://www.linkedin.com/posts/hsrinivasan1_one-more-follow-up-on-ai-slop-first-share-7495960468897968128-edtg/
LinkedIn says its AI slop button is working (Engadget): https://www.engadget.com/2241857/linkedin-says-its-ai-slop-button-is-working/
LinkedIn says 1M people have reported AI slop (Social Media Today): https://www.socialmediatoday.com/news/linkedin-says-1m-people-have-reported-ai-slop/828465/
Metricool 2026 State of AI in Social Media Study (2026년 8월 19일): https://metricool.com/press-release-state-of-ai-in-social-media-study/
행사 후기 게시물의 노출·프로필 방문·독자 구성 수치: 해당 게시물의 LinkedIn Single Post Analytics (2026년 8월 4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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