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한쪽클럽 멤버들의 글을 읽고 있는데,
어제는 이번달 새로 합류하신 담담 님의 포스팅이
제 마음을 쿵 하고 때리더라고요.
결혼 후 이것저것 계산해본 결과
가장 합리적인 월세살이를 선택했지만,
'안타까운 시선'이 늘 따라붙는다는 말.
그게 어떤 시선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했네요.
월세살이는 여전히 평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즉흥적인 선택도,
무지에서 나온 결정도 아니었다.
(...)
이제는 안다.
전세냐 월세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우리 삶의 리듬과 감당 가능한 무게 안에 있었는지 라는 걸..- 블로그 '오늘도 담담하게'
요즘 비슷한 생각을 해서 더 그런가봅니다.
최근에 자동차를 바꾸기로 했거든요.
"차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좋은 차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중고 경차를 탔는데,
몇 년 전에 아끼던 경차를 처분하고
꽤 가격이 나가는 전기차로 바꾸었답니다.
왜 그랬냐면, 그때는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일단 세금이 아깝다는 마음이 있었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 보니
내연기관차를 타는 게 좀 죄스러웠거든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결정적인 것은 역시
외부인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무언의 시선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입으로는 "대표님 검소하시다"라고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짠한 시선.
"우리 딸이 사장인데"를 시전하려다가
차 앞에서 입을 닫으시던 엄마의 표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술자리에서 누군가
"사장이, 그것도 미혼 여자가 그 나이에 경차 타면
사람들이 쉽게 보고 회사까지 무시해요"라며
진지하게 충고해주었던 경험.
(나름대로 저를 걱정해준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과감하게 리스를 질렀습니다.
말로는 남들 시선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거지요.
그때는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 리스료를 감당할 정도는 됐으니까요.
차를 탈 때마다 '혼자 타기엔 좀 과한데'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건 아닙니다만,
이제 누구도 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엄마도 나름 만족하시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캠핑을 자주 갔으니까
차박에도 꽤 유용했고요.
그렇지만 사업체를 넘기고 시골로 내려와서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후부터는
리스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안이했던 거죠.
수입이 줄어들면 고정지출도 줄이면서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 건데,
그까짓 리스료, 내면 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시골에서는 차가 필요하니까 라고 했지만
사실은 다시 작은 차로 바꾸는 게 왠지
자존심이 상했나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비싼 차로 바꾼 것은
'합리적'인 결론이 아니라
'합리화'에 의한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최근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미니멀리즘 하겠다며?
어울리지도 않는 큰 차로 무슨 미니멀리즘이냐?
그동안 낸 리스료로 주식을 모았으면
벌써 시골집 대출금 반은 갚았겠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다시 나에게 딱 맞는 작은 차로 바꾸자.
남들 시선이 밥 먹여주나.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자.
리스료 부담 없는 차, 편하게 타도 되는 차,
주차하다가 긁을 걱정 없는 차가
나한테는 가장 잘 맞는다.

누군가 무시하면, 뭐 괜찮습니다.
경차 타는 여자가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뭐, 그렇다고 제가 진짜로
우스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딱 하나, 전기차에서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가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하지만,
새 차가 아니라 이미 있는 중고차를 사면
탄소발자국이 그래도 덜 나올 거라고
나름의 합리화를 해봅니다.
물론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니까
어떤 사람은 크고 비싼 차를 타야만
삶의 의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그 차를 타야지요.
그런 결정을 놓고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남이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작은 차를 타거나
월세살이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남이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습니다.
스스로의 인생에 당당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마음을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그렇지만 여전히 귀가 팔랑대는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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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케이크
안전하게 운전 하세요!! 늘 귀가 열려 있는 효진님이 좋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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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꼬
경차에 그런 시선이 따라붙는 줄 처음 알았네요. 경차가 골목 다니기도 수월하고 주차도 편하고 주차료도 감면되고 저는 오히려 좋아보이던데 말이에요. 차는 차일뿐이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한쪽편지
그럼요. 차는 그냥 소모품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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