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몇 달 전 블로그에 '편집자의 업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최근에 흥미로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출판편집자를 장래희망으로 삼고 있다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인터뷰 요청이에요.
이 학생이 본 포스팅은 아래의 것...
제목은 "출판편집자는 뭐하는 사람인가".
음.. 썩 품격 있는 제목은 아니었군요.
몇 년 전에도 국문과 대학생들이
제 블로그를 보고 이런 식으로
직업 인터뷰 요청에 응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고등학생 예비후배님이라니.
뿌듯함이랄까, 아니면 책임감이랄까,
아무튼 그런 감정이 올라옵니다.

사실 무조건 좋기만 하진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놈의 출판업계가
사양 of 사양산업이라,
어린 친구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거든요.
사회생활을 해본 어른들은 알잖아요.
꿈만으로 세상을 살기는 어렵다는 걸.
돈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현실적 문제가
생각보다 무겁더라는 걸.
저 역시 이 일이 좋아서 하고 있지만
금전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일단
한숨부터 나오는 게 사실이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희망도 느낍니다.
이 어린 친구가 생각보다 출판업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알아보려 한다는 게
질문에서부터 느껴졌거든요.
"요즘 뤼튼 혹은 제타와 같은 AI를 활용한 참여형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기술 및 앞으로 등장할 과학기술로 인해 출판 업계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실 것 같나요?"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였고, 매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이러한 웹상에서의 일을 출판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며 실물책과 웹상에서의 책의 출판은 어떤 식으로 다른가요?"
와우.. 질문 수준 높은 거 봐라..
요즘 친구들은 확실히 저희 때보다
똑똑하다는 걸 느낍니다.
이 나라의 미래가 엉망인 것 같다가도
이런 친구들을 보면 또 희망이 느껴지네요.
질문에 답을 하면서,
뭔가 근사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서 책을 만들자고
다시 한 번 결심하기도 했고요.
가끔은 어린 친구들에게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아참, 제가 어떤 답을 했는지 궁금하신가요?
그건 내일 편지를 통해 알려드릴게요.
(콘텐츠 하나 거저먹기 시전중)
...
새삼 초심이 뭐였는지 생각하게 된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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