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지난 주말, 오랜만에 한쪽클럽 멤버들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즐겁게 수다를 떨었는데요.
5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싶었던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 블로그의 첫 번째 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얼마 전에 올려주셨던 굿오쩡이 님의
블로그 글을 보고 생각났던 주제예요.
그때 저도 "내 블로그 첫 글은 뭐지" 하며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요.
날짜는 무려 20년이 훌쩍 넘은 2004년 8월 19일,
블로그라는 게 조금씩 인기를 끌던 때라
내 글을 모아두자는 목적으로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 글을 실제로 쓴 건 2003년 5월,
아직 팔팔한 대학생 시절이군요.
오글거림 때문에 비공개해놨었지만,
주말에 그만 한쪽클럽 멤버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말해버렸기 때문에
잠깐 공개로 돌려놓겠습니다.
아주... 패기가 넘칩니다, 그냥.
매우 부끄럽네요...
사실 이 글의 백미(?)는 본문이 아니라
아래에 붙은 뒷이야기입니다.
현재 잇콘출판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프랭크 님과의 첫만남 에피소드거든요.
(미안해요, 프랭크 님...
혼자 부끄러울 수는 없었어요...)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함께
출판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세상이, 인연이 참 재미있습니다.
옛날 글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오글거리는 글을 썼나 싶고,
문장과 표현은 왜 이렇게 거친가 싶은데
한편으로는 또 그 안에서 펄떡거리는
싱싱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신기합니다.
내가 이랬다니!
나에게도 이렇게 허세와 패기가 넘치는
어린 시절이 있었다니!
예전에는 과거의 제 모습이 무조건
숨기고만 싶은 흑역사였는데,
요즘은 그래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럽지만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늙은 걸까요? 아니면 성숙해진 걸까요?
뭐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변화라고 믿습니다.
흑역사도 역사죠.
배울 건 배우고, 고칠 건 고치게 해주는.
패기 넘쳤던 과거를 떠올리며
순수함은 잘 되살려 보고,
순진함은 잘 고쳐보겠습니다.
당신의 첫 번째 글은 무엇인가요?
한 번 찾아보시면서 과거를 떠올리고
빙긋이 미소짓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쑥스러운
임효진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