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409] 교생 실습 2주차를 지나며

오늘은 5월 11일 금요일. 모교에서의 교생 실습 2주차를 마친 날이다. 나는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근처에 돈사가 있어 습한 날엔 똥냄새가 나고, 새벽까지 룸메와 떠들다보면 닭 우는 소리가 들리고, 전교생이 300명 남짓인 까닭에 1교시에 누군가 넘어지면 3교시에 그 사실을 전교생이 알게 되는 학교였다. 원래 모교로 교생을 나갈 계획은 없었다. 대학교에서 배정해주는 학교로 실습을 가고 싶었다. 수업을 한 두 번만 해도 되고, 아이들이 중국어 수업에 큰 기대가 없고, 정말 아무 탈도 없이 무난히 지나갈 수 있는 학교로.

그러나 다짐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의 제안으로 쉽게 허물어졌다. 친구와 같이 모교로 가면 재미는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쉽게 실습을 신청했다. 실습을 위해 집을 한 달이나 비우고 본가에서 또 한 달 동안 가족들과 부대끼며 지낼 생각에 살짝 아찔하긴 했지만 실습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습 하루 전, 불현듯 잠깐 오셨던 교생 선생님께 수업시간에 중국어와 관련된 질문 공세를 해댔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교수님께 여쭤보고 알려주겠다며 당황하던 선생님의 표정까지도… 어리석은 고딩 유영아. 대체 왜 그랬니. 네가 교생쌤이 될 줄 몰랐던거니.

내가 걱정을 하던 말던 다음날은 밝아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으나, 긴장했던 마음이 민망해질 정도로 학생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수요일부터 중간고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담당 교과 선생님께서 바쁘신 탓에 현재 진도 상황이나 학생들의 수준 등 그 어떤 안내도 받을 수 없었다. 교생쌤들과 좀 친해지고, 루미큐브도 좀 하고, 괜히 교과서도 뒤적여봤지만.. 별 소득없이 1주차는 지나갔다. 다른 교생쌤들은 금요일 종례 시간에 학생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지만, 2학년 담임을 맡은 나는 2학년 학생들의 빠른 귀가로 인해 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지난 1주차와 다르게 화요일부터 시작된 2주차는 말그대로 폭풍 같이 지나갔다. 학생들과의 인사를 시작으로, 상담 일정을 수합하고, 수업 참관도 가고, 원어민 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수업 지도안과 세안을 작성하고… 교생실에서 할 게 없어 빈둥거리던 언제와는 너무 다르잖아!! 내가 담당하게 된 2학년 중국어과 친구들은 정말 활기차다. 정말 귀엽다. 1,2,3학년 중에 가장 수업 태도가 좋다. 콩깍지가 씌인 것 같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이 아이들과 교생 생활을 함께 해서 정말 기쁘고 다행이다.

교사에 대한 꿈을 오래동안 가지고 있었으나 대학교에 와서는 그 확신이 사라졌다. 교육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교생실습을 하며 이 고민에 대한 정답을 조금은 얻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아직도 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교사는 생각만큼 편한 직업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게 된 24명의 아이들의 삶에 내가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내 작은 말과 행동이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 잡아 다시끔 꺼내 볼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한 번 교사가 되기를 마음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남은 2주 역시 벅차고 행복할 것만 같다. 비록 6시 반에 기상해야 하지만 내일은 아이들과 어떤 것들을 나누게 될까. 오랜만에 내일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