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Life Interest를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변화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러한 변화를 만드는 데 저희의 이야기가 작은 물결을 일으킬 수 있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오늘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 하나를 만났습니다. 시간은 흘러도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럼에도 이유 모르게 얼굴이 어두워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고, 그러자 친구의 입에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답답한 문제들이 잔뜩 터져나왔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싶으면서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보통 우리는 질문을 합니다. 잘 모르니까요. 어떤 문제인지, 누가 엮여있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문제의 원인을 좁혀나가면서 동시의 친구의 멘탈 모델을 복사하여 이해해보려고 할 것입니다. 정말 잘 모르니까요. 그리고 알아야 뭐라도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불편한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그게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슬프게도 우리의 이러한 행동은 친구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는 것의 함정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늘상 마주하는 ‘모른다’의 공포
모른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수업이나 강연 끝무렵을 떠올려봅시다. 발표를 마치며 연사가 꺼낸 “혹시 질문 있으실까요?”라는 한 마디에 순식간에 발표장에 정적이 흐르던 것을.
물론 정말 질문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이를테면 완벽한 수학 증명 발표를 들었다면, 딱히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 시원찮은 느낌을 홀로 삭히며 발표장을 떠나곤 합니다.
우리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을 궁금한 것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궁금하지만 모르는 상태라는 걸 인지하고 드러내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부족함을 느끼면 확신이 떨어집니다. 확신이 떨어지면 행동하지 않게 됩니다. 이내 부족함을 표출하는 것이 부끄러워지고, 심지어 남에게 폐가 되거나 조롱을 받을까봐 눈치를 보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나기
다시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수많은 질문 세례를 통해 친구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내가 제시하는 해결법이나 선택지를, 친구는 어떻게 느낄까요? 매우 높은 확률로 이럴 겁니다. ‘이미 해봤는데’. 뭘 해도 부처님 손바닥 안인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시작은, 보통 한 쪽만 바라보던 고개를 살짝 돌릴 수 있을 때 실마리를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라는 말에는 사실 강력한 힘이 숨어있습니다. 나는 상대를 잘 모르지만, 그렇기에 상대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각도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잘 몰랐기 때문에 상대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재밌지 않은가요?
몰랐기에 알게 된 기회들
생각해보면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만든 이야기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퀀트로 유명한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를 세운 짐 사이먼스는 원래 금융에 문외한인 수학자였고,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브라이언 체스키 역시, 원래 직업은 호텔이나 숙박업과는 거리가 먼 산업디자이너였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모르는 상태일 때 쉽게 확신하지 않습니다. 모를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겸손해지고 작은 가능성에도 열려있게 됩니다. 아는 지식으로 생각을 쳐내거나 무분별한 형용사로 꾸며내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 처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게 되고, 그 순간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곤 합니다.
짐 사이먼스는 금융을 몰랐지만 확률 기반 모델링과 예측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내었고, 브라이언 체스키는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숙소를 알아보다 에어비앤비의 시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짐 사이먼스가 금융권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면. 브라이언 체스키가 호텔리어였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가장 먼저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요.
모른다면 유리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입이 실수를 하면 (정상적인 회사라면) 다들 괜찮다고 말하며 이것저것 알려줍니다. 그러나 3년차가 실수를 하면 ‘아는 사람이 왜 그러냐’라며 욕을 한 바가지 먹을 것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모르는 것이 그렇게 불리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것이 가져다주는 힘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무언가를 모를 때 내가 유리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을 바꿔봅시다. 아마 지금까지 생각치도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들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돌아보면 스티브 잡스의 연설로 유명해진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에 숨겨진 힘을 깨달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르니까 새로운 것에 열려있을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계속 갈망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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