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지예요. 어느덧 2월이 되었네요. 여러분은 안녕히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본가 이사 준비와 더불어 이것저것 주변과 마음을 정리정돈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을 준비하며 쓴 글 한 편을 보내 드리려고 해요. 저도, 주연도, 편지를 주고받은 지형도 각자 바쁜 날들을 보내는 중이라 메일을 보내는 주기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지만, 무언가가 정해지기 전까진 이렇게 비정기적으로라도 글을 띄우려고 해요. 변함없이 읽어 주실 거죠? 그럼, 오늘도 한 줄기 따스함이 깃드는 하루 되시기를 바라요. 총총.
‘새 인간 새 마음 새 뜻’이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김복희 시인의 시집 『내가 사랑하는 새 인간』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전에 써 두었던 동명의 시를 낼까 고민하다가, 애인의 “에세이도 재미있겠다”라는 말 한마디에 마음을 고쳐먹고 글을 쓰는 중이다. 그렇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나를 궁금해하면 대부분 신이 나서 나를 다 까발리고 싶어 하는 타입이다. 이런 걸 소심한 관종, 혹은 내적 관종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간략하게 소개 아닌 소개를 해 보았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새 인간 새 마음 새 뜻’이라고 할 때의 ‘새로움’의 기준과 정의는 무엇일까, 에서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타인을 설득할 만한 기준을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논문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여러분이 에세이라고 포장해 주실 글을 쓰고 있다.
새로움. 일 년 전과 다른 것일 수도, 이전에 아예 없던 것일 수도,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다. 어제 읽은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 음악을 듣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상태에 머무는 일. (황유원 – 아르보 페르트 센터 中) ] 그 구절을 이렇게 고쳐 말하고 싶다. 새로운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것을 새롭게 만드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
그러니까, 나를 새로운 인간으로 만드는 것, 새로운 마음을 먹게 만드는 것, 새 뜻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는 언제나 사랑. 그리고 순간의 다정함이다. 이 둘은 내 삶의 원동력이기도 한데, 동력의 근원이 있다는 것은 그로 인해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순간순간의 상태가 같지 않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새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원동력이라는 건 무언가를 계속해서 새롭게 만드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재미있겠다”라고 말해 준 덕분에 나는 새로운 글을 쓰고 있다. 만약 어떤 의미로든 좋아하는 감정이 없는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더라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 글은 온전히 사랑에 기반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너무 지나친 비약 같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나. 그리고 나는 뼛속까지 INFP이기 때문에 상상과 비약에 재능이 있는 편이다.
사랑과 다정은 어떻게 삶 속의 ‘새’들에 관여하는가. 사랑은 새의 탄생을 돕고, 다정은 새를 키운다. 즉, 새의 생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불러 일으키는 변화는 언제나 기껍고 설렌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오늘, 새로운 나, 새로운 마음, 새로운 뜻을 가르쳐 주는 마음을 어찌 반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달력을 한 장 넘긴 2023년, 나를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 줄 사랑과 다정함이 끊이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바라 본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나의 새는 날지 않는다
고요한 발자국에서는
이상 온도가 감지된다
빙하가 녹고
벌거벗은 고드름에는
암석 같은 활어活語 ─ 나의 구주
직설적인 안녕과
안녕만을 조음할 뿐인
나의 새 인간
그러나 사랑이라는 낯섦을
발음하기 위해서는
은유가 필요하지 않겠니*
*김복희,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안도현, 「양철 지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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