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각자의 취향과 취미를 소개하는 ‘취향배틀클럽’이라는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무려 사슴벌레를 가져갔는데요. 예상치 못하게 살아있는 곤충을 접하게 되실 참여자님들의 반응이 걱정되었지만 감사하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저에게 취향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또 이번 도전에 큰 용기가 되어준 곤충 취미에 한 번 더 감사함을 느낍니다.

오늘 레터에선 이번 도전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취향의 에너지와 취향 비즈니스에 영감이 될 인사이트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이번 도전의 시작, ‘돌고돌아 성북천’

몇 주 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성북구를 기반으로 하는 ‘돌고돌아 성북천’인데요. 그런데 단순한 지역 소식통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작당꾼’이라 부르는 두 운영자님은 ‘돌돌성’을 자신들을 포함해 성북의 다양한 ‘작당꾼’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모의하고 펼치는 무대로 만들고 계셨습니다. 지난 9월엔 한 땀 한 땀 모은 성북구 기반 창작가님들의 작품과 책, 팝업 전시 공간이자 다양한 자체 행사를 진행하는 동네 작당소 ’라운지돌돌’도 오픈했죠.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떨어진 감을 줍는 ‘성북천 감다줍 동아리’ 프로젝트였습니다. 작명 센스와 기획부터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여기에 ‘감다줍’ 게임까지 손수 개발해 런칭하시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수준의 진심과 감도, 기획력에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펼치며 강력하며 제약 없는 취향 비즈니스를 만들어가시는 모습에선 경이로움까지 느껴졌습니다.
한눈에 반한 ‘취향배틀클럽’

이렇게 흥미롭게 ‘돌돌성’을 지켜보던 와중 ‘취향배틀클럽’이라는 걸 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취미와 취향을 가진 12명이 모여 각자의 취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요.
돌돌성 커뮤니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데다 ‘취향’을 다루는 자리라니.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6살 때부터 취향의 가치를 알게 해준 곤충 취미를 소개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신청하게 되었죠.
어떻게 하면 사슴벌레 취향을 잘 알릴 수 있을까?

그다음 문제는 곤충 취미를 어떻게 잘 소개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아무리 다양한 취향에 열려있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살아있는 벌레를 마주치신다면 당황스럽고 무서우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저에게 취향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자 지금까지도 많은 영감과 용기가 되어주는 곤충 취미의 의미를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사슴벌레 친구들을 대중의 시선에 맞게 스토리텔링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한 마리 한 마리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예쁜 장식과 함께 사람 냄새가 나는 포인트를 더한다면 아무리 곤충이라도 궁금증을 느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획의 자동화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자 날 잡고 고민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치북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전시 구성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손글씨를 써 보면 어떨까? 등등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책상 앞에 앉아 기획하지 않아도, AI의 도움이 없어도 일상을 보내며 저절로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기획의 자동화’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부작 해보았습니다
평일 간 일상을 보내며 기획의 자동화를 거친 저는 금요일부터 전시를 준비하며 사부작거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각 사슴벌레들엔 하나씩 설명 문구를 준비해두었는데요. 이로써 저의 사슴벌레들은 각각 ‘우상에게 선물 받은 왕사슴벌레’와 ‘제주 출신 넓적사슴벌레’, ‘알부터 키운 톱사슴벌레 형제’와 ‘이번 여름 매주 강원도에 다녀온 이유’가 되었습니다.

마침 집에 있던 [한국 사슴벌레 생태도감] 책엔 각 종을 모두 라벨링해두어 쉽게 펼쳐보실 수 있도록 했고, 표지엔 손글씨와 그림을 그려넣어 사람 냄새를 더했습니다.

케이지엔 깔끔한 분위기와 좋은 향을 더해줄 편백나무 바닥재를 넣어주었는데요. 특별히 제주도 넓적사슴벌레의 케이지는 전복 껍데기와 한라봉 키링 장식도 해두었습니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피규어도 챙겼죠.
D-Day

대망의 취향배틀클럽 당일.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성북동 소재의 ‘라운지돌돌’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처음 진열해 둘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발표 시간엔 사슴벌레를 좋아하는 이유와 저에게 사슴벌레가 소중한 이유, 마니아들이 사슴벌레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등을 최대한 다채롭고 흥미롭게 설명드려 보았습니다. 데려온 사슴벌레 친구들을 각각 소개해 드리는 시간도 가졌죠.
각자 자신만의 취향을 향유하며 취향의 가치를 알아낸 사람들은 제 생각보다 훨씬 에너지 넘쳤으며 열려 계셨습니다. 낯설기만 하셨을 사슴벌레 취미를 왜, 어떻게 향유하고 있는지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궁금해해주시는 모습에 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모두가 반짝였던 취향가들
제 취향을 소개하는 자리도 기대됐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취향가님들의 취향 이야기도 궁금했습니다. 역시 다채로운 취향들이 등장했는데요.

일본과 국내의 목욕탕 투어 이야기를 인스타툰으로 소개하는 ‘목욕탕 덕후’부터 백패킹과 트레킹, 맥주 양조와 DJ를 넘나드는 취미취향부자, 빈티지 아이템을 수집하는 예비 부부님과 치이카와 캐릭터, 다꾸, 일본 밴드 스핏츠, 일기 덕후님들,
식당을 빌려 토마토 수프를 만들며 손님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준 이야기, 직접 멋진 가구를 제작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꾸미는 이야기와 베이킹 도구 수집가, 한가득 굿즈를 가져오신 빠더너스 덕후님까지.
분야와 관계없이 진심으로 취향을 향유하며 취향의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선 모두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취향배틀의 우승자
목적 없이 순수하게 각자의 취향을 나누는 자리였지만 취향배틀이라는 타이틀답게 마지막엔 각자 인상 깊었던 취향에 투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렇게 다채로운 취향 중에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취향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사슴벌레였습니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온 자리였는데 곤충 취미가 이렇게 인상 깊은 취향으로 다뤄질 수 있다니. 선뜻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취향에 대한 진심과 노력을 이해해 주신 것 같아 너무나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실제로 투표해 주셨던 이유 역시 낯선 존재를 최대한 대중의 시선에서 흥미롭게 전달하려 한 노력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취향가들의 프리토킹

배틀 종료 후엔 호스트님의 디제잉 아래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장이 펼쳐졌는데요. 각자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취향가님들이셨기에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취향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프로젝트로 발전시켜나가시는 과정엔 모두 강력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의 사슴벌레 취향과 매거진 이야기, 그리고 취향 비즈니스 코치로서의 여정도 많이 물어봐주신 덕분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저의 모든 도전 활동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죠.
돌돌성과 라운지돌돌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 두 운영자님들께 궁금한 점도 많이 여쭈어볼 수 있었는데요. 한계를 두지 않고 다채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신 모습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멋진 취향 창업가님들과 공간, 커뮤니티가 제가 사랑하는 동네 성북에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취향의 에너지
이렇게 온몸으로 취향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취향의 가치와 취향 비즈니스의 인사이트를 정말 많이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중 꼭 나누고 싶은 4가지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진실된 취향은 큰 용기가 된다
다른 멋진 분들과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자리가 늘 궁금했으면서도 그동안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었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며 알리고 싶은 분야였기에 두려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큰 용기를 내어 볼 수 있었습니다.
날 잡고 고민하지 않아도, 미리 연습하거나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표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진실된 제 취향과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실된 취향은 큰 용기가 되며 자연스러운 도전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진실된 이야기는 늘 감동을 준다
사람들은 분야 그 자체보다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열정에 감동한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독특한 취향임에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저의 이야기를 섞어 대중의 시선에서 스토리텔링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다른 취향가님들의 다채로운 취향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그 안에 담겨있던 이야기와 진심이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진실된 마음과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3. 덕업일치의 방법은 무한하다
특정한 분야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벌이는 과정 자체가 브랜드가 된 취향 창업가님들을 만나뵈며 취향 비즈니스의 다양한 형태를 실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꼭 직접 창업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회를 통해 취향을 업으로서 발전시킨 취향가님들도 뵐 수 있었는데요.
취향을 업으로 발전시키는 데엔 수많은 형태와 방법이 있으며, 진심으로 취향을 향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다양한 기회로 이어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 오프라인의 힘
취향 비즈니스 코치로서 처음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얼굴을 뵙고 이야기를 나눴던 만큼 응원과 관심에도 훨씬 깊은 진심이 담겼습니다.
나를 알리는 일을 꼭 온라인 안에서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더라도 그 뒤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오프라인 모임을 찾아가고 직접 마련하며, 비슷한 여정을 걷고 있는 도전가님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 보려고 합니다.

이번 도전을 통해 진실된 취향은 큰 용기가 되며, 용기내어 도전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성과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동네 성북구에 이런 멋진 커뮤니티와 도전의 기회가 있었다니, 참 복받은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진실된 이야기와 함께 한 발짝 나아가 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뿌듯한 경험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취향 창업가들의 주간 회고모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내 취향으로 나만의 일을 꾸려가고 있는 취향 창업가들의 회고 모임 ‘취향살이 연구회(가제)’를 준비하고 있어요.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각자의 비즈니스 여정과 고민, 영감을 나누고 응원하며 취향까지 자랑해 볼 수 있는 멋진 장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이메일을 등록해 주시면 가장 빠르게 모임 오픈 소식을 보내드릴게요. 문의와 커피챗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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