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광고주의 요구 사항과 업계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영업 담당자분들과 함께 광고주 미팅에 동석했습니다. 가벼운 잡담과 농담 사이 오가는 말들 속에서 어떤 치열함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광고 상품을 제안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는 대화의 안배, 광고주 회사와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웃음 속에 포장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 짧은 시간 동안 세일즈 팀분들이 광고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쏟아부었을 고민과 노력에 속으로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하고 그래?” 종종 세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유난 떤다고 말합니다. ‘유난하다' 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언행이나 상태가 두드러지게 남과 다른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보통의 인생, 적당히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유난한 사람들은 모난 돌이라며 정 맞기 쉽습니다. 뜻하는 바를 해내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사람들을 선을 넘는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적당히 대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설거지조차 하다가 귀찮으면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로 끈기가 부족했습니다. 친구들을 사귀고 IT 업계에서 일하며 운 좋게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끓어오르는 간절함과 불타오르는 에너지로 새로운 문을 열고 나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도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경험을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조금이나마 사람 구실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 치열함에는 항상 번아웃이라는 그림자가 도사리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경쟁과 높은 업무 강도에 지친 사람들은 쉼과 웰니스에 주목합니다. 주 50시간 넘게 일하다 보면 문득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일하고 있나 스스로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강도가 문제일까, 방향이 문제일까. 무엇을 위한 치열함인가, 무엇을 향한 치열함인가. 야근하는 밤에 종종 고민해보게 됩니다.
저는 유난한 사람들이 좋습니다. 굳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사람들, 이미 80점, 90점은 되는 것 같은데 120점, 150점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애정이 갑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려보면 치열함의 모습은 각기 참 다릅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갈아 넣는 것이 치열함의 필수 조건은 아니더라고요. 열정의 근원에는 항상 사랑과 헌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지속 가능한 사랑과 헌신의 방법론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번 더 두드리면 열린다
치열함을 생각하면 피나는 노력과 고통을 인내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10,000시간의 법칙’처럼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들도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생각만 해도 벌써 의욕이 꺾입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이 99도에서 100도가 되어야 끓기 시작하듯, 변화는 생각보다 종이 한 장 차이에서 일어나더라고요.
동료와 함께 컨퍼런스에 간 일이 있습니다. 꼭 듣고 싶었던 세션이 있었는데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들어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컸지만 어쩔 수 없으니 다른 세션이라도 들어야지 하던 찰나, 함께 간 동료가 스태프 한 분을 찾아가 사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션 하나 들으러 왔는데 두 명만 더 들여보내주면 안 되겠냐고요. 저는 속으로 ‘그런다고 들여보내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스태프가 의자 두 개와 함께 저희를 들여보내주었습니다. 노크를 한 번 더 했을 뿐인데 문이 쉽게 열리는 경험이었습니다.
한 발짝 더 가보는 연습 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사람에게 세상이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비용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간절하게 부탁해봤는데 안 된다고 하면 잠깐 무안할 뿐입니다. POS 서비스 PM으로 이직을 준비할 때, 식당 사장님들께 POS를 한 번만 보여달라고 부탁드리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이상한 눈빛으로 보셨지만, 취업 준비생이 안타까웠는지 편하게 보라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그 경험을 면접에서 좋은 무기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의 부끄러움만 참으면 새로운 기회가 열립니다.
두드리면 문이 열리는 이유는 기꺼이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첫 회사인 광고대행사 면접을 준비할 때, 광고와 마케팅에 문외한이었던 저는 다짜고짜 회사 사보를 달달 외웠더랬습니다. 덕분에 마케팅 캠페인 사례도 많이 익힐 수 있었지만, 사보에서 봤던 팀장님과 상무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아두고 가면 좀 더 자신감 있게 면접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면접에서 광고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잘하지 못했지만, 치기 어린 노력을 알아봐주신 덕분에 커리어를 시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다. 노력을 알아봐주고 기회를 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위치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여도,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근육이 있는 사람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마운 분들께 좋은 기회를 받았던 것처럼, 저도 눈을 크게 뜨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응원하고 작게나마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단 한 번만 더 두드리면 열릴 문 앞에 뒤돌아서지 않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랑과 헌신이 담긴 간절함
아내는 티켓팅에 진심입니다. 주변에 여기저기 부탁도 해보고,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저나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보러갈 콘서트나 뮤지컬 티켓은 어떻게든 얻기 위해 애를 씁니다. 간절하게 티켓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만 누리기 아쉬운 좋은 경험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끝에 표를 구하면 세상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합니다.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가. 치열함은 대개 탁월함과 맞닿아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좀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더 나은 성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서 나옵니다. 더 좋은 성과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과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탁월한 서비스와 제품은 고객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탁월한 리더는 팀원들에게 일을 하는 기쁨과 안정감을 줍니다. 탁월한 성과는 대개 어떤 타인을 위한 일 이 됩니다.
나의 이익과 성공을 위한 치열함은 오래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 커리어의 성장이나 연봉 인상을 바라보며 일하다 보면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일을 한다는 건 내 평일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붇는 일이니까요. 월급을 받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돈 때문에 내 시간을 쓴다는 것은 공허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결국 내 삶을 치열하게 살아낼 때 그 목적과 방향은 어떤 타인을 향해 있을 때 지속 가능한 것 같습니다.
브런치에 연재되던 슬램덩크 캐릭터에 대한 리뷰 중 <슬램덩크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라는 이달재에 대한 글을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화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캐릭터인 달재에 대해 글은 “성격이 아닌 일관된 삶의 태도로서의 다정함”을 가진 인물로 평가합니다.
마음이 박살나더라도 그것을 그러모아서 다시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공간을 기어코 만들어내는 단단함. 피해자와 약자 옆에 기꺼이 다가설 수 있는 용감함.
<슬램덩크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 중에서
이달재의 다정함은 그리 눈에 띄지 않지만, 자신만의 페이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며 삶을 움직이는 엔진입니다. 저 역시 내 삶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누군가에게 꾸준히 다정한 사람이 되는 데 쓰고 싶습니다. 내가 슈퍼스타처럼 빛나는 일보다 팀의 승리와 성공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자 합니다.
별것 아닌 일로 동료들을 조금이나마 기쁘게 할 수 있을 때면 저도 덩달아 즐겁습니다. 주간 업무 보고에 고생한 팀원들의 이름을 적어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고마운 동료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작은 행동들. 이런 사소한 한 걸음이 오히려 나를 더 기쁘게 하고, 다음 날을 향해 다시 힘차게 나아갈 마음을 만들어줍니다. 타인을 향한 간절함과 조금은 유난스러운 마음이 결국 나의 행복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일하는 마음 🌿
❶ 치열함이란 한 걸음 더 나아가보는 힘이다.
❷ 한 번만 더 두드려보면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다.
❸ 활짝 열리는 기회의 문 뒤에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❹ 타인을 생각하는 간절함과 유난스러움이 더 오래갈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나요? 이번 주에 일을 하며 찾은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음 주에도 새로운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뉴스레터는 매주 토요일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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