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것이 없는 이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어떤 문제적 상황이 있을 때마다 무슨 말씀이 덕을 끼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나는 그만큼 지혜롭지도 않고 육신이나 마음이 힘든 일은 짐짓 피하고 싶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신실하게 도와주시는 분이신 것을 믿는다. 내가 진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 싶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쭤보면 하나님은 때에 맞게 반드시 알려주신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말씀대로 행하지 않아 덕을 끼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깨어지고 나의 평판이나 성과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하시는 분이시다. 그 상황이 지나간 후에라도 모든 것을 통로 삼아 그 답을 알게 해주신다. 알고 보면 내가 입었다고 생각한 손해보다 상대방의 영혼이 입은 손해가 더 클 수도 있다. 하나님을 알고 복음이 전해질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놓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는 하나님의 사람답게 말씀대로 행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떤 분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인생은 망할래야 망할 수 없는 인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는데, 정말 공감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에서다. 그래서 내 기도를 절대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시고 올바른 길을 알려주시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신실하심이 너무나 감사하다. 구원을 약속받은 자는 말 그대로 망할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자기에게 간구하는 모든 자 곧 진실하게 간구하는 모든 자에게 가까이 하시는도다
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의 소원을 이루시며 또 저희 부르짖음을 들으사 구원하시리로다시편 145:18-19
한 번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면서 점장님에게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서 선물로 드린 적이 있다. 딱히 잘못을 한 건 아니지만 도의적으로 미안했기 때문이다. 일을 맡겨주실 때 최소 6개월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건강 문제로 두 달만 하고 그만두게 된 것이다. 평소에도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 소소하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성격과 함께, 특히나 사회 생활에서는 최선을 다해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신념이 합쳐져서 꽤나 비싼 디저트를 선물로 드렸다.
이전 같았으면 선물을 드리고 가벼운 인사가 오가며 끝났을 상황인데 내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남았다. 사실은 디저트를 사러 갈 때부터 나도 모르게 내 마음에 기도가 시작됐었다. 선물 자체는 좋아 보이는 행동일 수 있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이 일이 기뻐하시는 일인지를 여쭤보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응답하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겠다고 마음 먹고 나왔으니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냥 사버렸다.
문제는 선물을 드리고 났는데 이상하게 옹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과하게 비싼 것을 드렸나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끝난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몸이 회복되고 났을 때서야 비로소 기도 중에 응답을 받게 되었다. 기도의 응답은 항상 말씀으로 확증되는데, 그때 묵상했던 말씀이 예수님께서 하신 이 말씀이다.
또 자기를 청한 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점심이나 저녁이나 베풀거든 벗이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한 이웃을 청하지 말라 두렵건대 그 사람들이 너를 도로 청하여 네게 갚음이 될까 하라
잔치를 배설하거든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병신들과 저는 자들과 소경들을 청하라
그리하면 저희가 갚을 것이 없는고로 네게 복이 되리니 이는 의인들의 부활시에 네가 갚음을 받겠음이니라 하시더라누가복음 14:12-14
나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베풀 때 그 상대가 어떤 상대이냐보다도, 나의 중심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난하고 몸이 아파서 물리적으로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만 베풀라는 뜻이 아니다. 갚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 때는 보통 아까워하지도 않고 돌려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베푸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그로 인해 성경적인 덕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의 중심에 돌려받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며 베풀면 불편함이 남고 덕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일을 일찍 그만둔다는 사실로 인해서 업장에 손해를 끼치는 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더 솔직히는 내 평판이 손해 입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 마음에 지레 선수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선물을 사러 갔던 것이다. 이 중심이 드러나고 나니까 회개와 함께 점장님에 대한 뒤늦은 축복의 기도가 나오게 됐다. 그만 두고 나면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상대에게, 나는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내 평판을 더 중요시했던 것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돌려받을 생각으로 베푸는 게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만큼 베풀었으니 너도 이만큼은 내게 돌려줘야지, 하는 태도가 내 안에 정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을 모를 때는 그런 태도가 별로 문제 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 기준에서 그것은 상식적인 기브 앤 테이크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혜가 어떤 은혜인지 알면, 특히나 내가 받은 만큼 절대로 하나님께 갚아드릴 수 없는 은혜라는 것을 알면 문제가 된다. 예수님께서 큰 빚을 탕감받은 자가 적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모습을 비유로 말씀하신 것을 기억해 보자.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신 사람들을 내게 갚을 것이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이만큼이나 몰지각한 태도라는 것이다.
이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회계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주인이 명하여 그 몸과 처와 자식들과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게 하라 한대
그 종이 엎드리어 절하며 가로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높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
그 종이 나가서 제게 백 데나리온 빚 진 동관 하나를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가로되 빚을 갚으라 하매마태복음 18:23-28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갚을 능력이 조금도 없는 나에게 영혼의 구원을 베푸시고는, 내가 돌려 받을 생각 없이 베푼 아주 작은 선행에 빚졌다고 하시고 갚아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이런 하나님 앞에서 내게 진 네 빚을 갚으라며 다른 사람의 목을 쥐고 흔드는 나의 모습을 하나님은 회개하고 돌이키기 바라셨던 것이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주시리라
잠언 19:17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얻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 영광을 얻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마태복음 6:1-4
결국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 때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아까워하지 않고 돌려받을 생각 없이 베풀어야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 그래서 그의 영혼으로 하여금 내가 아닌 하나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직도 말씀대로 완벽한 삶을 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갚을 것이 없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값 없이 베풀어 주시며,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어주시고 영혼의 구원을 약속하며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감사함으로 나아간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 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게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나를 청종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을 것이며 너희 마음이 기름진 것으로 즐거움을 얻으리라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 영혼이 살리라 내가 너희에게 영원한 언약을 세우리니 곧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니라이사야 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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