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누구인가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셨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존귀한 존재다. 또한 거룩하고 온전한 것은 하나님의 성품이다. 너희는 거룩하라, 온전하라 명령하실 때 하나님도 그러하니 너희도 그러하라고 하셨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으니 성품 또한 닮아가는 것이 마땅한 하나님의 자녀 된 삶이다.
그러나 나는 겉모습에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서는 속에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지 못하고 마귀의 성품을 따라 살아갈 때가 많다. 이는 불명예스런 일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거룩하고 온전하기 위해 해야하는 일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심지어 원수조차도 사랑하는 일이다 보니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고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레위기 19:2
너는 네 형제를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며 이웃을 인하여 죄를 당치 않도록 그를 반드시 책선하라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하라 나는 여호와니라레위기 19:18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태복음 5:43-48
하나님께서 내리신 이 명령은 내 삶에 찔림을 준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한다. 나 혼자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가운데서 밀월을 즐길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때에 발생한다. 시시때때로 원수는 커녕 가장 가까운 사람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의 사랑 없음을 볼 때마다 요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요나는 원수 나라인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로 가서 회개를 촉구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기 싫어서 엉뚱한 배를 타고 도망친다. 하나님은 그런 요나를 물고기 뱃속에 넣어 돌보시기까지 하면서 무사히(?) 니느웨로 돌려 놓으신다. 이런 경험까지 했으면 요나가 이제는 하나님의 명령에 기꺼이 순종할 것 같은데 그는 여전히 뻣뻣하다. 다 돌려면 3일은 걸리는 큰 성읍을 고작 하루 돌면서 외치고 만다. 그런데 갑자기 왕을 비롯한 모든 백성들이 이 외침을 듣고 금식하며 회개하기에 이른다. 이때 요나는 영혼들이 돌이키는 것에 기뻐하기보다 원수들이 구원받는다는 사실에 화가나서 하나님께 따진다.
요나가 심히 싫어하고 노하여
여호와께 기도하여 가로되 여호와여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이러하겠다고 말씀하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러므로 내가 빨리 다시스로 도망하였사오니 주께서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내가 알았음이니이다요나 4:1-2
이말인즉슨 원수들이 멸망받기 바란다는 뜻이다. 요나는 원수 같은 니느웨 사람들이 단지 회개했다고 해서(?) 구원하시는 하나님은 불의하며 자신이 의롭다고 믿었다. 그래서 끝까지 이들이 어떻게 되나 보자는 태도로 니느웨 성읍을 지켜보고 앉는다.
하나님께서는 요나가 지은 초막 위에 박 넝쿨이 열리게 하여 뜨거운 해를 그늘로 가려주신다. 그 다음 날 어떻게 될 줄도 모르고 요나는 이를 심히 기뻐한다. 하나님께서는 곧바로 벌레 하나를 보내어 밤 사이에 이 박 넝쿨을 전부 먹어 치우게 하신다. 그러고는 낮이 되었을 때 뜨거운 바람까지 보내신다. 안 그래도 뜨거운 햇살에 그늘도 없이 노출되는데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오니 요나는 정신을 잃을 지경으로 화를 내며 하나님께 차라리 죽여달라고 떼를 쓴다. 자신이 화내는 것이 죽어도 합당하다고 우기면서 말이다.
하나님이 요나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 박 넝쿨로 인하여 성냄이 어찌 합당하냐 그가 대답하되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찌라도 합당하나이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이 박 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 이만 여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요나 4:9-11
요나가 마지막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무엇을 깨달았는지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 말씀을 읽을 때 마음에 사랑 없이 원수를 정죄하며 스스로를 의롭다 여기는 나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쳐 보였다. 하나님의 사랑은 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판을 이루시는 공의의 사랑이지만, 그 심판이 임하기 전에 어떻게든 회개를 촉구하여 돌이키기 원하시는 자비의 사랑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을 마귀의 성품과 분리해서 바라보시는 것이다. 거듭나서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야 할 하나님의 자녀로 바라보시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하나님을 모를 때 하나님의 원수로 살았다. 심지어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완벽하게 거룩하고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해서 무너지기 일쑤 아닌가? 결국 내가 원수 같이 여기는 사람일지라도 나 자신과 같이 하나님 안에서 함께 빚어져 가야 할 형제 자매다.
여전히 세상 속에서 원수 같이 여겨지는 사람을 마주해야 할 때마다 내 안의 연약함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내 안에 기이한 변화를 일으키고 계신다. 예전 같았으면 끝까지 용서하지 못하고 나만이 의롭다고 믿으면서 상대방을 탓했을 상황인데, 나도 모르게 회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거룩한 척 가식 떠는 회개가 아니라 진심으로 나오는 회개다. 왜냐하면 이 회개의 기도가 상대방의 용서를 구하고 그를 축복하는 기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원래 성품으로는 그런 기도가 절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것을 안다.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로마서 12:17-19
한 번은 시편을 잘못 선포했던 것을 회개했다. 시편에서 원수, 악인 등의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나는 여기에 나를 괴롭게 하는 특정 사람을 대입해서 어떻게 보면 그를 저주하면서 선포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 받은 존귀한 존재이다. 어떤 사람이 악한 말과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가 마귀에게 붙들려 쓰임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편을 선포할 때 내가 저주해야 하는 것은 그들을 붙들고 거짓말로 휘두르며 비웃고 조롱하는 마귀이다.
사람들은 복음을 전하고 함께 천국으로 가야 할 사랑의 대상이다. 마귀들은 자신들이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천국으로 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고 시기 질투한다. 그러니 요나처럼 원수가 회개하는 모습을 보고 화내는 것은 마귀의 성품인 것이다.
오늘도 내 마음에는 없는 사랑이 하나님으로부터 넘치도록 부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기를, 그래서 신실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성품을 본받아 나도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원수 같은 사람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오직 모든 저주는 진정한 원수에게로 돌아갈 것을 선포한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
그러나 각각 자기 차례대로 되리니 먼저는 첫 열매인 그리스도요 다음에는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그에게 붙은 자요
그 후에는 나중이니 저가 모든 정사와 모든 권세와 능력을 멸하시고 나라를 아버지 하나님께 바칠 때라
저가 모든 원수를 그 발아래 둘 때까지 불가불 왕노릇 하시리니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는 사망이니라고린도전서 15: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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