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다곤 신상
나는 20대 후반에 회심하고 신앙의 여정을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간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으며 기쁨과 감사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분명히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피조물이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크고 첫째 되는 계명으로 나를 처음 찾아오셨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
출애굽기 20:3
이로부터 나의 모든 가치관이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고 그 가치관에 따라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여전히 부족하고 어리석은 나이지만 때에 따라 필요한 말씀을 주시며 나를 빚어가고 계시는 하나님을 나는 믿는다. 만약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삶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정확히 그 같은 삶을 살았던 나의 이야기가 하나님을 증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태 신앙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는 삶을 살았다. 기독교적인 가정 교육을 받았고 교회 생활에 익숙하긴 했지만 정작 나의 개인적인 신앙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세상의 지식들이 내 안에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교회로부터 멀어졌다. 마침내 고등학교에 입학하였을 때부터 공부를 핑계로 교회를 안 가기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 나는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등 온갖 것들에 심취해서 졸업하면 방송이나 예술계에서 종사하며 무언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만 보면 자유롭고 행복하기만 했어야 할 것 같은데, 내면은 굉장히 비참했다. 그 당시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삶의 의미를 모르겠고 할 수만 있다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었다. 위로를 얻고 싶었던 인간 관계에서는 회의감만 들었다. 세상에는 부조리만 가득해서 희망이 없어 보였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런 부조리를 직접 겪은 일은 딱히 없는데도 공허와 공포, 그로 인한 우울 증세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열심히는 살았다. 내 힘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기술을 닦아서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나의 의를 세우고 전파하며 살아가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당시에는 왜 나는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고 무엇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것이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 때문이었다는 것은 하나님을 만난 이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들어가 있을 때조차 하나님께서는 신실하게 나를 보호하셨던 것이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내가 교회를 떠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돌이키려고 노력하는 가족들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외국에 나갔다. 그곳에서 정착하여 평생을 살려고 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타지에서 지내는 외로움도 별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한동안은 일을 배우고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보냈다. 그렇게 반 년이 지나고 나니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시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때 시도하는 모든 일들이 다 허사로 돌아갔다. 설상가상으로 역대급 무더위가 지속되는 한여름이었고 매일같이 야근을 하며 집과 회사만을 왔다갔다하는 생활에 번아웃이 와버렸다. 그때부터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나를 화나게 했던 그 질문이 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왜 나는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고 무엇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는가?
결국 비자의 기한인 1년이 차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다면 다니던 회사에서 비자를 연장받을 수도 있었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이 한국으로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렇게 20대 후반의 나이에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이때 나는 어떻게든 빠르게 상황을 해결해 보겠다고 독기가 잔뜩 올라 있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나의 소속을 찾고 의미있는 성취를 이뤄야만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이 틈을 타서 나를 교회에 데리고 나가려는 엄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일을 구하고 독립하기 전까지는 아무 말 없이 따르고 분쟁을 피하기로 마음 먹었다. 독립한 후에는 나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교회에 가지 않을 것이며, 종교 같은 것은 가지지도 않을 것이니 엄마에게 나를 포기하라고 단언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렇게 마지못해 교회에 끌려 다닌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온 지 몇 달 안 된 때였다. 꿈에서 나는 우리 집 한 가운데 있는 큰 책장을 보고 있었다. 이 책장에는 우리 가족들의 책이 다 함께 모여 있는데 내 책들은 밑 부분에 꽂혀 있었다. 하나님의 엄위하신 명령이 들렸다. 내 책들이 하나님 보시기에 가증하니 전부 버리라는 명령이었다. 나는 평소에 영적인 꿈을 전혀 꾼 적이 없고 환상을 보는 은사도 없다. 하지만 꿈에서 그 명령을 듣는 순간 하나님이신 것을 바로 알았다. 어린 시절부터 종종 꿈에서 귀신 장난질에 시달린 적이 있었는데 귀신 따위와 비교되지 않는 하나님의 크고 두려우신 음성을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꿈에 보았던 책들을 모두 버렸다. 감사한 것은 하나님의 두려우심을 알고 순종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하나님께서 곧바로 평안을 주셨다. 그래서 기쁨으로 그 책들을 버릴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하나님의 두려우심은 곧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를 책망하심으로써 생명에 이르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너희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너희에게 만나지겠고 너희를 포로된 중에서 다시 돌아오게 하되 내가 쫓아 보내었던 열방과 모든 곳에서 모아 사로잡혀 떠나게 하던 본 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셨느니라예레미야 29:11-14
무엇보다도 나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나에게 이 사건은 창조주와 피조물로서의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 삶의 문제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모르면서도 어떻게든 해결은 내 스스로 할 것이라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하나님이 나의 창조주이시며 내 존재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근본이시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이며 희망 없는 나라는 존재를 신뢰하며 인본주의의 늪에 빠져 죽어있던 나를 건지시고 새 생명을 허락해 주셨다. 나는 하나님을 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였는데 그런 나를 위해 이미 2천 년 전에 예수님을 보내셔서 나의 죄를 대속하여 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창세 전부터 나를 택하셔서 이 모든 일들을 하나님의 계획하신 때에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이 놀랍고 말할 수 없이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치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 5:6-8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으로 우리에게 복 주시되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 사함을 받았으니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으로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셨으니 곧 그 기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자의 뜻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우리로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그 안에서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의 기업에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구속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 하심이라에베소서 1:3-14
이후 하나님께서는 신속하게 내 삶의 우상들을 제거하시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꽂고 세상 음악에 심취해 있던 나였는데 하나님은 이를 곧바로 끊으셨다.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끊겠다고 결단한 것도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얼마 뒤에는 기도 중 하나님의 궤를 빼앗은 블레셋 사람들이 다곤 신전에 궤를 두었을 때 다곤 신상의 머리와 손목이 잘리고 넘어져 있던 장면을 떠오르게 하셨다. 내 방에 남아있던 수많은 책, 그림, 인형, 음악 CD, 영화/드라마 DVD 등을 전부 버리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내게 전해졌다. 오랜 시간 열심으로 모아왔기 때문에 그 양이 엄청났지만 처음 순종할 때처럼 기쁨으로 버렸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것들이 모두 가증한 우상 단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상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은 우상이 함께 서 있을 수 없다. 반대로 우상을 섬기는 것은 곧 하나님을 거부하고 미워하는 일이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애굽기 20:4-6
눈에 보이는 우상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우상, 그리고 살면서 내가 지은 모든 죄들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은 지금까지도 나를 가르치시고 때마다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시며 신실하게 인도하고 계신다. 이제 나는 삶에서 다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만을 붙들고 하나님께만 붙들려서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것을 나도 미워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나도 기뻐하며 살아가기 원한다. 그렇게 하나님과 마음이 일치된 자가 되어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받으시기 원하시는 찬양과 영광을 영원히 올려드리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하나님은 모든 찬양과 영광을 홀로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쳐 가로되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에게 있도다 하니
모든 천사가 보좌와 장로들과 네 생물의 주위에 섰다가 보좌 앞에 엎드려 얼굴을 대고 하나님께 경배하여
가로되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능력과 힘이 우리 하나님께 세세토록 있을찌로다 아멘 하더라요한계시록 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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