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3 서울에서 수집한 #한강의 주조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로컬 브랜드 큐레이터 현입니다.💡

로컬렉션의 세 번째 큐레이션으로 인사드리게 되었는데요. 다각도로 바라보고 분석한 로컬 브랜드들의 현명한 성공 공식을 열심히 전해드릴게요.

지난 5월 진행된 제3회 대한민국 막걸리엑스포(이하 막스포)에 수 만명의 막걸리 애호가들이 운집하였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이처럼 우리 전통의 술 ‘막걸리’는 최근 MZ세대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막걸리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로 연결하는 양조장, 한강주조입니다.

브랜드 탄생 배경

학창 시절 꿈이 ‘무엇이든 사람이 즐기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던 소년은 결국 2018년 겨울, 단절된 우리 술의 부흥과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양조장을 만들게 됩니다. 5년 간의 주얼리 브랜드 회사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본인 브랜드의 카페를 차린 지 5년 후였습니다. 장사도 잘되고 재미도 있었지만,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공간사업의 한계는 그에게 답답함을 주었습니다. 매장 방문 없이도 즐길 수 있고, 사업 영역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확장성을 찾아 헤맸습니다. 이왕이면 브랜드 정체성이 확실하고 우리 뿌리에 기반을 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그의 눈에 전통주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막걸리는 젊은 층에 숙취가 심한 올드한 술에 불과했습니다.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막걸리를 위한 젊은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

전통주라는 소재를 잡은 이상 비전 역시 명확했습니다. 전통문화를 재해석해서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보자. 비전이 명확하니 나아가야 할 길도 분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를 대표하는 양조장을 차리자 결정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사람이 가장 많은 만큼 수요도 가장 많은 서울에는 특산주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울의 성수동에 터를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과거 공업지대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현대의 감각적인 문화공간들의 조화, 과거와 현재가 만나 살아 숨 쉬는 그곳은 브랜드 상징성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술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제품의 원재료를 통해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나는 쌀을 쓰자 찾아보니 딱 하나, '경복궁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침내 진짜 서울을 대표하는 술이 탄생했습니다.

대표상품

한강주조의 첫 제품이자 대표 제품은 바로 ‘나루 생 막걸리’입니다. 사실 나루 생 막걸리의 원료가 되는 ‘경복궁 쌀’은 수라 배, 허브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특산물이기도 한데요. 해당 쌀의 원산지인 서울 강서구는 예로부터 맛 좋기로 유명한 김포 쌀 재배지와 맞붙어 있는 지역으로 높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나루 생 막걸리’는 단맛을 위해 감미료 대신 이러한 쌀의 함유량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대부분의 막걸리 쌀 함유량이 10% 안팎이지만, 나루 막걸리는 20%가 훨씬 넘습니다. 또 쌀 맛이 살아있어 우리 입맛에 익숙한 단맛이 나면서도, 탄산감 없이 부드러운 목 넘김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물론 최상의 맛을 위해 약 1년에 걸친 100여 번의 수정이 동반되었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바로 병의 로고 디자인입니다. 나루터를 형상화한 로고지만, 의미를 모르고 그냥 봐도 괜찮다 정도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너무 많은 의미가 담기면 나중에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게 심플함과 강렬함을 모두 살린 좋은 로고가 탄생했습니다. (궁금해하실 구독자님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동그라미는 해와 달, 세모는 산과 대지, 네모는 나룻배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로컬렉션이 수집한 세 가지 브랜딩 수.ZIP 포인트

💡 브랜드명부터 제품명까지 통일성 있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술을 계속해서 알리는 양조장엔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요? 때로는 긴 설명 없이도 모든 서사를 담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강은 우리 모두에게 단순한 강이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겐 청춘을 머무르게 하고, 누군가에겐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이곳,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이 강줄기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단 하나의 매개체일 것입니다. 브랜드의 목표이자 비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 일상 속 상징물은 그렇게 회사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막걸리 이름인 ‘나루’ 역시 브랜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오래전 나루터는 사람들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넘어 이들이 만나 문화가 교류되고 지속되는 곳이었습니다. 한강주조의 술 역시 이와 비슷한 역할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루’가 되었습니다.

💡 타겟이 좋아하는 채널과의 콜라보레이션

신규 브랜드가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에쿼티(자산)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콜라보레이션이 아닐까요? 한강주조는 이미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패션 매거진 GQ와의 콜라보를 선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GQ만이 가지고 있던 힙한 이미지를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레트로한 이미지로 젊은 층 사이 사랑받는 브랜드 곰표와의 협업 기회 역시 주어졌습니다. 적극적인 어필을 통해 세상에 콜라보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고,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뒤집고 흔들어 마시는 막걸리처럼, 곰표를 뒤집어 만들어낸 표문막걸리라는 제품명이 주는 재미는 덤입니다.

💡 현명한 유통채널 접근으로 광고 기회까지

어쩌면 이 광고로 한강주조를 알게되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광고, 정확히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만든 광고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한강주조는 2020년 네이버가 만든 중소기업 광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는데요. (새로 기획한 광고 콘티가 아닌, 이미 한강주조에서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활용했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사실 한강주조는 제품 출시 후 약 9개월간은 온라인 판매 없이 주점 및 식당에 직접 납품하는 방식으로만 제품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신규 제품인 만큼 각 매장으로부터 손님들의 반응이나 판매량 등을 듣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발효식품인 만큼 사계절 동안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막걸리 특성상. 이 과정을 통해 계절별 품질 관리 방법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후 온라인판매를 시작했다고 해요. 주목할 만한 점은 자사 판매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하였다는 건데요. 왜라는 질문이 의미가 없을 만큼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답니다. 낮은 수수료, 관리되는 페이지를 넘어 무엇보다 사람들의 검색과 직결되는 사이트니까요. 이러한 선택들은 제품의 질을 강화하고 홍보 기회를 제공해 주며 브랜드의 질적 성장을 이끈 셈이죠.

https://vimeo.com/48967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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