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윅은 매주 일요일, 한주간 생각해 볼 만한 철학적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 심리철학, 윤리학, 미학 기타 현대 영미 철학의 주제들을 두루 다루며, 대중매체나 교양서를 통해 알려진 철학이 아닌 오늘의 철학자들이 고민하고 논쟁하는 진짜 철학을 다룹니다. 철학자의 이름이나 이론을 어렵게 나열하는 대신,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의 표현을 빌리면 "철학적 문제가 일으키는 혼란"을 직접 경험해 보실 수 있도록,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정답이 아닌 오로지 철학적 '질문'만을 일상 언어로 쓰인 충분한 설명과 함께 보내드립니다. 물론,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문헌 안내도 함께합니다 :)
야, 너두 철학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은 어렵고 딱딱하게, 혹은 생소하고 막연하게, 혹은 말장난처럼 느껴집니다. 철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에 철학을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철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내게 초록색으로 보이는 저 잔디가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빨간색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또 내게 빨간색으로 보이는 저 소방차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초록색이라고 생각하는 그 색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릴 적에는 누구든 한 번쯤 해볼 법한 이런 상상이 심리철학(philosophy of mind)에서 '전도된 감각질 논변(inverted qualia argument)'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 또한 의식(consciousness)이 물리적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사고실험이라는 사실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철학의 '철'자도 모르던 중학생 때 이미 아주 중요한 철학적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면, 구독자님도 그간 철학을 하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철학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루드윅은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적인 존재인 인간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충동이 있고, 바로 이 호기심으로부터 철학은 시작됩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이자 수학자, 논리학자이기도 했던 버트런드 러셀 경 또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한 바 있지요:
러셀 경의 목숨을 지킨 것은 수학을 알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수학"을 "철학"으로 바꾸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이처럼 철학적 탐구의 가장 큰 원동력은 아리송한 철학적 문제들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은 철학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직접 대면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토머스 네이글 또한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서문에서 책의 집필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글의 책에는 철학자의 이름이나 어려운 이론적 설명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네이글은 이 짧은 책에서 실재, 인식, 타인의 마음, 마음과 몸의 관계, 언어의 의미, 자유의지, 도덕, 정의, 삶과 죽음 등 철학의 핵심 주제들을 두루 다루지만,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오로지 '질문'만을 던집니다. 이로써 독자로 하여금 철학적 문제들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스스로 철학에 입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지요.
일주일이 궁금한 철학, Ludwig
루드윅 또한 네이글의 방식을 따라 철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루드윅은 매주 하나씩, 일주일을 고민할 철학적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그 질문들이란 예컨대 이런 것들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언어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영혼은 어떤가? 마음은 영혼인가, 아니면 그저 뇌에 불과한가? 우리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도덕의 본성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철학자의 이름이나 어려운 이론은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명료한 일상 언어로 쓰인 친절한 배경 설명만을 곁들입니다.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뉴스레터의 말미에 관련 철학자와 이론, 더 읽어볼 만한 문헌의 소개를 간략히 덧붙입니다.)
루드윅은 현대 영미철학 또는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hy)의 전통에서 논의된 중요한 철학적 문제들을 형이상학, 언어철학, 인식론, 심리철학, 윤리학, 미학 등의 영역별로 선정하고, 학계에서 검증된 서적과 논문을 참조하여 뉴스레터를 작성하여 보내드립니다. 오늘의 학계에서 논의되는 철학, 그러면서도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철학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소개하고, 이로써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궁극적으로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철학에 입문하게 하는 것이 루드윅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철학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지적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철학서를 표방하는 대중 서적들은 대체로 과거의 철학자의 이름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철학'사(史)'적 서술 방식을 취하거나, 철학을 "인생의 지혜"라든지 "삶의 원칙" 따위를 논하는 처세술 정도로 취급하곤 합니다. 이런 방식은 철학자들이 오늘날 탐구하는 철학과는 동떨어진 것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적인 흥미를 자극하지도 못하고 (중세철학까지도 못 가서 책 덮은 기억 많으시죠?) 철학이 고문서를 뒤적이는 고루한 학문 또는 아무 말이나 잡다하게 주워섬기는 이상한 학문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루드윅은 그러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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