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Story
저 멀리 누군가
Movie, Merry!
크리스마스 스피릿
More Merry Music
Paris in the Rain

Letter from JEMA✍🏻
[ 저 멀리 누군가 ]
얼마 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러닝을 하러 나갔어요. 꽤 늦은 시간이었던 지라 주로 러닝을 하는 강둑까지 가는 길이 꽤 어두웠어요. 늘 다니던 길인데도 괜히 으스스하더라고요. 듣고 있던 이어폰도 뺀 채로 경계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때 저 멀리 맞은편에서 어떤 형체가 보였어요. 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건지 멀어지고 있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러면서 무서웠어요. 그 자리에 멈춰서 가만히 지켜봤죠. 알고 보니 저와 멀어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랑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걷고 있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놀랐던 거죠. 가슴을 쓸어내리곤 무사히 4km의 러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답니다.
사실 요즘 고민과 걱정, 막막함에 압도되는 느낌을 종종 받고 있어요. 참으로 힘든 밤들이 이어졌죠. 하지만 어김없이 날이 밝고 하루를 시작한 후 가만히 돌이키면 도무지 답이 없을 것 같은 문제들에 명확한 해답은 아니더라도 은근한 힌트들이 떠오르죠. 당장 내 목을 조를 것 같았던 문제들이 덧없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 전에도 같은 고민과 같은 괴로움을 겪었지만 이겨냈더라 하는 자기 위로도 잊지 않아요. 저 멀리 있는 형체가 너무나도 공포스럽게 느껴져도 가만히 바라보면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때 나는 답을 내릴 수 있죠. 도망가야 하는지 아니면 안심하고 그저 가던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말이에요. 이제야 깨달아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노력해 보고 있어요. 저 멀리 아득한 어떤 것이 나를 공포에 몰아넣으려 할 때 잠시 멈춰서 그걸 판단할 시간을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Movie, Merry!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건 아무래도 한 해의 끝도 다가온다는 뜻이겠지요. 숨이 막히던 무더위도 한풀 꺾인 요즘, 잠깐 부는 선선한 바람에 가을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한 해를 돌아본다는 건 과거의 내가 해왔던 선택들을 평가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까? 하는 미래를 꿈꾸는 과정이잖아요. 많은 행복과 작은 반성으로 이루어지는 때도 있겠지만, 사실 엄청난 후회로 괴로울 때도 있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더 나은 다음해를 꿈꾸는 분들에겐 지나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죠. 파랗게 물드는 가을 하늘과 함께 한 해를 돌아볼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를 가지고 왔어요. 바로 <크리스마스 스피릿>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저승에는 아주 특별한 ‘업무’가 시작됩니다. 그 해 가장 구제불능인 인물을 골라 과거·현재·미래의 유령을 보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는 일이죠. 제이콥 말리(패트릭 페이지)가 총괄하는 이 저승 조직에서, 매년 타깃을 골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역할을 맡은 게 바로 ‘현재의 유령’(윌 페럴)이에요. 이번 크리스마스, ‘현재의 유령’이 선택한 타깃은 홍보 컨설턴트 클린트 브릭스(라이언 레이놀즈)입니다. 클린트는 돈만 주면 누구의 나쁜 이미지든 그럴싸하게 포장해 주는 냉소적인 인물로,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라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에요. 말리는 클린트가 이미 ‘구제불능’ 판정을 받았다며 반대하지만, 유령은 강행하겠다고 밀어붙입니다. 클린트에게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누나 캐리가 있고, 캐리의 딸인 조카 렌은 지금 동생 오웬 손에서 자라고 있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렌이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며 삼촌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클린트가 내놓은 건 상대 후보 조슈아의 안 좋은 영상을 몰래 퍼뜨리라는 지극히 그 다운 비열한 전략이었죠. 이 장면을 목격한 ‘현재의 유령’은 클린트야말로 올해 구원해야 할 완벽한 타깃이라 확신하고 본격적으로 그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클린트는 순순히 뉘우치기는커녕 특유의 설득 기술을 역이용해 유령을 당황하게 만들고, 과거의 유령이 보여주는 아픈 어린 시절과 캐리와의 마지막 순간마저 매번 회피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요. 이 팽팽한 심리전 속에서 유령 자신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동료 킴벌리(옥타비아 스펜서)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하면서, ‘현재의 유령’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되죠. 그러던 중 렌이 결국 삼촌의 조언대로 영상을 퍼뜨리려 하고, 이때 ‘미래의 유령’이 나타나 그 영상이 퍼진 뒤 조슈아의 삶이 완전히 무너지는 참혹한 미래를 클린트에게 보여줍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클린트는 ‘현재의 유령’과 함께 렌이 영상을 올리기 전에 막기 위해 다급히 달려가는데요. 과연 클린트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영화 <크리스마스 스피릿>에서 확인하세요!

친절의 파급효과
사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자 IP이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는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즐길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이라 관련 콘텐츠를 챙겨보곤 하는데요, 이 영화를 유독 재밌게 봤어요. 두 가지 요소 때문인데요. 첫째는 당연하죠, 뮤지컬 영화잖아요! 심지어는 넘버들이 꽤 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메시지예요. 한 사람의 인생, 심지어 구제 불능한 악한 인간을 선한 인간으로 만들려는 이유가 한 사람의 변화가 이 세상에 큰 변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믿음 때문이거든요. 저도 늘 생각해요. 다정함의 힘과 일맥상통하는데요, 내가 누군가에게 작더라도 다정함을 표하고, 그 사람이 그 다정함에 힘입어 다른 이에게 또 다른 다정을 나누면 어느 때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는 거예요. 빠르고 예민한 사회에서 다정함을 지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딱 한 사람에게라도 다정함을 보여준다면, 그 사람은 물론 오히려 나도 따뜻함에 뜻 모를 힘이 샘솟을 거예요. 그리고 굳이 무서운 유령들이나 부끄럽고 상처받은 나를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건 덤이고요!

주는 마음에도 쉼이 필요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주고 싶어지잖아요. 시간을 내주고, 마음을 쓰고, 먼저 연락하고, 챙기고. 대단한 걸 바라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주다 보면 문득 지치는 순간이 와요. “내가 뭘 바라고 이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서운하지” 싶다가도, 사실 이 감정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서운하다고 해서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인 건 아니니까요. 영화 <크리스마스 스피릿>에는 이런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나와요. ‘현재의 유령(Present)’이라 불리는 그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한 사람을 골라, 다른 유령들과 함께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오랫동안 이끌어왔어요.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이 다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누구보다 익숙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영화가 흘러가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이 보여요.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변화를 돕는 일에 자신을 다 쏟아붓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계속 뒤로 미뤄왔다는걸요.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누구보다 익숙했던 그가, 정작 자신의 마음은 오래 들여다보지 못했던 거예요. 어쩌면 우리도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는지 몰라요. 아끼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 쏟고, 상대가 힘들 때 먼저 다가가고, 작은 것 하나까지 챙겨주면서도 정작 내 마음이 어떤지는 뒤로 미뤄두는 것. 상대의 서운함에는 그렇게 민감하면서, 내가 서운한 이유에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것.
혹시 지금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으로 서 있진 않나요? 마음을 다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런 챙김을 받아본 적 없는 자리에 너무 오래 서 있었던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속 현재의 유령 역시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돼요. 평생 다른 사람의 변화를 돕는 역할을 해왔지만, 그 역할이 자신의 삶 전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마주하고 결국 자신의 행복을 선택하기로 해요. 그 선택은 이기적인 결정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너무 늦지 않게 스스로를 돌보기로 한 결정에 가까웠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아무 신호도 돌아오지 않는 곳에 마음을 계속 쏟아붓기만 할 필요는 없어요. 누군가를 챙기는 마음도 소중하지만, 그 마음의 일부는 나에게 돌아와도 괜찮아요. 가끔은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락을 기다려도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을 살펴도 돼요. 늘 주는 사람이었던 나에게도, 누군가의 다정함을 받을 자격은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누군가에게 주었던 그 마음을 조금만 나에게도 나눠주세요. 나를 챙기는 건 마음을 덜 쓰는 일이 아니라, 그 마음속에 나 자신도 함께 넣는 일이니까요.

메리캘린더를 쓰는 행위가 루틴이 되고, 크리스마스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도 물론 남아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큼 그렇게 강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던 때 이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내 삶이 힘들어 죽겠는데 설렘이고 다정함이고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고 있던 때였죠. 크리스마스를 위해 일하는 요정들과 끊임없이 들리는 캐럴에 설레기 시작했어요. 메리캘린더가 추구하는 크리스마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가 지닌 가치를 우리가 나누다 보면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과 크리스마스를 통해 다정함과 사랑의 가치를 알리려는 저희의 노력이 맞았구나! 하는 확신도 들게 되었죠.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쉽게 돌을 던지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하는 건 꽤 지치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는 크리스마스를 사랑하고 그걸 나누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살아내는 이 삶이 조금은 더 살 만해질 수도 있지 않겠어요? 사랑하는 구독자님,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의 크리스마스까지.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힘내봅시다! 그럼에도 힘들게 하는 세상이라면 메리캘린더와 함께 당당히 외치자고요! 굿 애프터눈!!
More Merry Music🎧
Lauv - Paris in the Rain
Anywhere with you feels like
Paris in the rain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지던 뜨거운 햇살이 조금씩 잦아들고, 문득 불어오는 바람이나 불쑥 내리는 소나기에 늦여름을 실감하게 되는 8월의 끝에 서있어요. 한낮의 열기가 한 김 식어간 자리에 촉촉한 빗방울이 떨어지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차분해지면서 잊고 지내던 낭만이 피어오르곤 하죠.
Lauv의 Paris in the Rain은 부드러운 빗소리와 감미로운 멜로디가 어우러져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적셔주는 곡이에요. 노래 속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마치 비 내리는 파리같아”라는 다정한 말과 같이, 우리의 삶에 화려한 무언가가 없어도, 마음을 온전히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평범한 골목길조차 가장 영화 같은 순간으로 변할 수 있어요.
혹시 구독자님에게도 복잡한 세상의 소음을 지워주는 나만의 공간이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일상에 마법을 걸어주는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궂은 날씨에 젖어버린 하루일지라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다정한 시선만 있다면 그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계절로 기억되곤 합니다.
마치 한겨울 따뜻한 방 안에서 소담히 내리는 눈을 바라볼 때처럼, 8월의 늦여름 소나기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든 우리만의 크리스마스를 만날 수 있어요.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락, 남은 8월은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익숙한 풍경 속에 숨어있는 작은 낭만들을 찬찬히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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