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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찾습니다

<기억의 장소>에 대하여, 목요지기 J가 쓰다

2024.04.04 | 조회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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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트가 사라졌다. 그 텐트는 그냥 텐트가 아니었다. 은재와 한강에서 축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날, 우연히 발견한 텐트였다. 빨리 가져가자는 은재의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첫차를 기다리며 모시고 온 텐트였다. 은재는 다음 날 몸살로 응급실에 실려 갔으면서도 밤을 새워 그 텐트를 가져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취방 옥상에 텐트를 설치했다. 조명으로 텐트를 꾸미는 걸 시작으로 하나, 둘 소품이 늘어났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천장에 걸어 놓았고, 은재가 좋아하는 달을 보기 위해 망원경도 설치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두 층 아래 안락한 방을 놔두고 텐트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다정하게 영화를 보았고, 또 어느 날은 싸웠다. 자주 웃었고, 가끔 울었다. 종종 친구들이 왔고, 멀쩡한 집을 내버려 두고 여기에서 잠을 자는 우리를 의아해했다. 우리는 여기가 좋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단지 좋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호한 이 감정을 친구들을 이해시킬 멋진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텐트였다. 그런 텐트가 사라졌다는 건, 우리의 세계가 무너진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옥상과 주변을 샅샅이 찾아도 텐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비아저씨도 모른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며 찾던 우리는 결국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주 오랜만에 침대에 누웠다. 나를 감싸는 느낌에 이질감이 들었다. 돌아다니며 쌓인 피로에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절대로 잠이 들지 않았다. 텐트보다 푹신했고, 조용했고, 아늑했다. 이제 절대로 그런 곳에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자?”

 감은 눈으로 은재에게 물었다.

 “아니.”

 은재도 곧바로 대답했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는 게 위로가 되었다. 은재는 나에게 언젠가 자신은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은재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잠을 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텐트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텐트를 찾진 못했다. 사라진 텐트와 남겨진 우리. 아니, 텐트에게 우리가 사라진 것일까?

 여전히 그 텐트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바람에 날려 어딘가로 떠나갔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그때의 우리처럼 텐트를 주워갔는지. 그러면 그때의 누군가도 우리처럼 이 텐트를 애타게 찾았던 것인지. 그때는 멋쩍은 웃음과 좋다는 말로 대신했던 텐트에서 살았던 이유를 이제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눕고 싶을 때 언제라도 있을 것 같아서, 우리 방은 사방이 막혀 있는데 텐트는 사방이 뚫려 있어서. 그 후로 어떤 곳도 우리의 텐트가 되진 못했다. 여전히 그 텐트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는 광경을 속절없이 마주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는 텐트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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