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꿈에 보고 싶은 사람이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꿈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투영되어 나오는 거라고 했다. 근데 나는 이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의 꿈에 K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을 리가 없다. 누군가는 나에게 내가 K를 그만큼 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테지만, 그건 아니라는 걸 안다.
꿈속에서 K를 만난다면 묻고 싶은 게 많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꼭꼭 숨어버리기 전날,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그날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날을 내가 몇 번이나 곱씹었는지 아는지. 아무도 못 찾게 꼭꼭 숨어버릴만큼 힘들 동안 왜 나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지. 왜 K의 부모님조차 K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 건지. 도대체 K를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건지.
K에게 말하고 싶은 것도 많다. 혼자 있는 게 싫어 늘 K를 부르던 내가 이제 혼자 있는 게 익숙해졌다는 것. 만날 엉엉 울던 울보가 다른 사람이 나의 울음을 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울음을 참을 수 있어졌다는 것. 예전보다는 가끔 K를 생각한다는 것. 그래도 여전히 K가 보고 싶다는 것. 그만큼 달라졌지만 결국 나는 여전하다는 것.
여전한 나를 보면 K가 할 말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냥 웃을 거다, K는. K는 내가 웃을 때도, 울 때도 항상 웃었으니까. 그래서 K가 괜찮지 않은 줄 몰랐으니까. 그런 K도 결국 여전할 테니까.
더 이상 K가 내 꿈에 나올 거라는 기대는 없다. 아니, 이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속에 나오는 K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 있겠지만, 교복을 입은 시간이 점점 멀어지는 난 K의 모습을 보면 또다시 울보가 되어버릴 걸 안다.
이제 내 꿈은 K를 찾아가는 거다. 신을 믿지 않는 내가 사후세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K, 너 딱 하나다. 나만 나이드는 건 억울하니까 너도 그 세계에서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그 세계에선 괜찮지 않으면 나에게 꼭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 세계에선 울고 싶을 땐 울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 세계에서도 여전히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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