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아티클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After Iran: A Scenario for Renewed Trump-Kim Summitry>를 번역 및 편집하였습니다.
이란 그 이후: 트럼프-김정은 정상외교 재개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한국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외교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를 강조라도 하듯, 이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과 함께 산책하는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는 첫 임기 중이던 2018년과 2019년에 싱가포르, 베트남,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났으며, 그 결과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에 관한 단 하나의 공동성명을 도출한 바 있다.
정책 전문가들 사이의 지배적인 시각은 외교 재개를 향한 트럼프의 열망을 북한 지도자가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독특한 동인(動因)들이 맞물리며 양측의 외교 재개를 다시 한번 촉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Q1: 북한 지도자는 왜 트럼프와의 추가 정상회담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김정은이 '현상 유지'가 아닌 '현상 타파' 지향적인 인물이라는 점과 맞닿아 있다.
만약 그가 현상 타파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핵심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려 들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실패로 끝난 트럼프 첫 임기 때의 정상외교가 김정은에게 수치심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와의 향후 만남을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2018~2019년 마지막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강하게 추구했던 제재 완화 역시 오늘날 평양을 움직이는 핵심 동기로 보기는 어렵다. 러시아가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설치 근거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UNSCR) 1874호의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 대북 제재 체제를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유엔 제재에 동참했던 모스크바의 입장은 이제 북한과의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 및 군사 지원으로 대체되었다. 이는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탄약, 병력, 미사일, 노동력을 공급한 데 따른 보상이다.
중국 역시 제재 이행 수준을 대폭 낮추고 무역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2026년 6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인프라, 관광, 농업, 보건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푸틴과 시진핑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것을 얻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와의 추가 회담이 수반하는 리스크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분석이 놓치고 있는 지점은 평양의 외교 정책 사고를 추동하는 것이 현상 유지가 아닌 현상 타파일 가능성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존재한다. 예컨대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날 당시의 행보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경제를 파탄 낸 3년 반 동안의 록다운 이후, 많은 이들은 북한 지도부가 중국과의 무역 회복 및 재개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약과 병력이 절실해진 러시아의 상황에서 기회를 엿보았고, 푸틴에게 군사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이는 결국 수십억 달러의 수익과 새로운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이어졌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외교 재개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만나고 싶다는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 표명을 차치하고라도, 북한은 모든 협상의 전제 조건인 트럼프의 '비핵화' 의지가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카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비핵화 목표를 지지하다가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평양은 '이란 핵합의' 사례를 통해, 현재 미국이 실질적 합의 전망 없이 후속 협상 약속만 곁들인 거창하지만 모호한 성명서를 주요 성과물로 삼는 '포스트 외교(post-diplomacy)'의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얻은 또 다른 교훈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과 군사력 사용 성향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접촉 유지'라는 점이다.
만약 김정은이 진정한 현상 타파주의자라면, 그는 잠재적으로 집권 여당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직후의 시점을 노려 트럼프와 회담을 추진하고, 2018년 첫 만남에서 도출된 싱가포르 선언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려 할 수 있다.
두 정상은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을 피하고 이를 향후 6개월간 실무진이 논의하도록 미뤄둘 공산이 크다. 대신 김정은은 노벨 평화상을 향한 트럼프의 이력 쌓기 욕구를 자극하며, 평화협정 체결, 한미 연합훈련 중단,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 등으로 대화를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시적 성과들이 겉보기엔 작아 보일지 모르나, 미국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인정을 받아내려는 북한의 오랜 숙원에는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Q2: 북한에게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평양의 사고를 진정으로 지배하는 것이 현상 타파주의라면, 이는 일본과의 관계 재개라는 추가적인 야심을 자극할 수 있다.
북한은 타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파격적인 행보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적 이단아이자, 국방 분야의 매파, 그리고 강력한 대중적 지지의 수혜자로 보고 있다. 외교 재개의 최적기는 다름 아닌 타카이치와 같은 부류, 즉 비둘기파가 아닌 매파 지도자가 집권했을 때다.
이는 잠재적으로 "닉슨만이 중국에 갈 수 있다(강경 보수만이 적국과 타협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은 기회를 창출한다.
북한 인사들은 필자에게 타카이치의 정치적 멘토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경멸을 표출한 바 있다.
아베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김정일 간의 외교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놓고는, 정작 본인이 총리가 되자 강경파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타카이치는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상징한다.
동시에 그녀가 북한과 접촉하더라도, 아베와의 끈끈한 유대 관계 덕분에 일본 내 우파 진영의 반발로부터 스스로를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회담의 전제조건이었던 납치 문제(1970년대 일본인 납치 및 생사 확인 문제) 해결이라는 오랜 입장으로부터 조용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2002년 평양선언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기 위해 타카이치와의 회담을 모색할 수 있으며, 이는 관계 정상화 합의금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를 끌어오는 결과를 낳을 잠재력이 있다.
배상금 및 납치 문제와 관련해 두 지도자는 실무 협상팀에 세부 사항 조율을 위임할 수 있다.
이러한 외교전을 통해 평양이 노리는 궁극적 목표는 '핵무기 보유국' 자격으로 역대 어떤 북한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미국 및 일본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동시에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평양을 움직이는 동력이 도쿄를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을 수 있다. 타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외교가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오직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에만 신경 쓰는 상황에서, 그녀는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위협을 줄일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Q3: 이것이 남북 간 대화의 기회를 촉진할 것인가?
이러한 현상 타파적 사고의 연장선에서, 북한은 외교적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접촉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북한은 2024년에 한국과의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평화적 공존에 동참하기보다는, 서울을 철저히 배제한 채 워싱턴 및 도쿄와만 접촉하는 현상 타파적 외교 전략이 북한에게는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이는 동맹국들을 분열시키고 남한을 고립시킬 수 있다. 1990년대 냉전 종식 당시, 한국이 모스크바 및 베이징과 수교에 성공하며 북한을 고립시켰던 행보와 결코 다르지 않은 전략이다.
Q4: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접촉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는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국은 북미 외교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 입장에서 오늘날의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이 시나리오에서 중국을 움직이는 핵심 동인은 베이징이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과 푸틴-김정은 간의 밀착 모두를 상대로 헤지 전략을 구사하길 원하는지 여부다.
베이징은 통상적으로 한반도 내 자국의 기득권을 훼손할 수 있는 북미 간 접촉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2018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첫 만남 이전까지 시진핑은 김정은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으며, 이 작은 공산주의 형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굳게 확신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가 본격화되자, 시진핑은 중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김정은과 다섯 차례나 회담을 가졌다. 이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패턴이 아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외교가 실패로 돌아간 뒤 시진핑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김정은과의 만남을 중단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협력을 둘러싸고 북-러 정상외교가 시작되자, 시진핑은 김정은과 두 차례 만났다. 그중 한 번은 2026년 들어 시진핑이 유일하게 해외 순방에 나섰던 6월 평양 방문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지정학적 역학 구도를 고려할 때, 중국은 트럼프-김정은 외교의 재개를 오히려 배후에서 촉진할 수 있다.
이는 베이징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길 원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 날로 커지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교묘하게 희석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필자에게 베이징이 모스크바와 평양 간 협력의 궤도를 결코 지지하지 않으나, 이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중국과 양국 모두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돕는 것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훨씬 더 은밀하고 섬세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나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지도자는 북한 문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후 시진핑의 평양 답방 과정에서 중국이 북미 외교 재개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암투가 결실을 맺는다면 요란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표면적인 긴장 완화는 이뤄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결과물도 비핵화나 평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합의의 알맹이보다 포장지가 더 중요한 '포스트 외교' 시대에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아마도 여기까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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