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미국과 이란의 숨겨진 협상 전략

원문: <Why the United States and Iran Keep Fighting While They Negotiate>

2026.07.25 |

* 본 아티클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Why the United States and Iran Keep Fighting While They Negotiate>를 번역 및 편집하였습니다.


 

이란과 미국은 무력 충돌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겪고 있다. 어느 한쪽이 포문을 열 때마다 평론가들은 협상이 물 건너갔다고 단언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양측 모두에게 대화와 전투를 병행하는 이른바 '대화 속 전투(talk-fight)' 전략은 자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거대 전략의 창시자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장"이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폭력과 외교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목표를 향해 동원되는 도구일 뿐이다.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란의 항만 시설을 타격하며, 다시 이란이 쿠웨이트나 카타르 등 걸프만 인접국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련의 행위는 폭력을 매개로 한 고도의 정치적 교섭이다. 이들은 협상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화 속 전투'는 직관에 반하는 협상 방식이다. 전통적인 협상 관점은 대략 이러하다. 외교관들은 교전 당사자들의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주에서 수개월을 쏟아붓는다. 무력 충돌을 멈춰야만 분쟁의 영구적 종식을 논의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제 조건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느라 아까운 수개월이 허비된다. 악명 높은 사례로, 베트남전 당시 교전 당사국들은 파리 평화 회담의 테이블 모양을 두고 무려 10주 동안이나 논쟁을 벌였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와중에 누군가 총성을 울리면, 휴전을 향한 지루하고 더딘 발걸음을 처음부터 다시 떼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진행이 더딜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매우 취약하다.

 

대부분의 경우, 양측 모두 휴전을 수용할 동기가 부족하다. 전장에서 승기를 잡은 쪽은 그 기세를 낭비하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수세에 몰린 쪽은 협상에서 유리한 이른바 '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투를 지속하려 한다. 하지만 그 우위라는 것은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실제로 도래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기적적으로 휴전이 성사된다 해도, 판을 뒤엎으려는 이들이 갑자기 모든 주도권을 쥐게 된다. 협상을 방해하려는 불량 행위자, 제3자의 개입, 혹은 사소한 의사소통의 오류나 실수 하나만으로도 무력 충돌은 재개될 수 있다. 간신히 억누른 폭력이라는 불안정한 토대 위에 협상을 구축하는 것은, 스스로 붕괴와 위기를 자초하는 격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대화 속 전투'이며, 이는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정치는 전쟁과 대화라는 두 가지 수단을 통해 동시에 진행된다. 당사국들은 외교관을 통해 대화하는 동시에, 폭력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폭력은 정치적 의지와 불만을 과시하고,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위치 선점의 수단이다. 반면 대화는 무력 충돌의 '진정한 종식'을 위한 합의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로 이 '대화 속 전투'를 기본 전략으로 채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을 향한 이란의 적대 행위에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미국의 결연한 의지와 군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우월한 화력을 앞세워 이란의 굴복과 양보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반면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며,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 이란은 이러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최대한 유리한 협상 조건을 얻어내려 한다. 더욱이 이란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협상 파트너로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은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버티는 인내심을 갖췄고, 자국민의 고통을 묵살할 수 있는 막강한 내부 통제력을 지녔으며, 과거 협상에서 승리한 전적도 있다. 결국 양측 모두에게 무력 충돌은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는 소통의 방식이다.

 

물론 이 접근법에도 위험은 따른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폭력은 평화보다 훨씬 끔찍한 재앙임이 분명하다. 이번 사태의 경우 사상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희생자의 상당수가 민간인이었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는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불확실성이라는 발작을 겪고 있다. 전쟁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지는 몰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재앙일 뿐이다.

 

당사국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란은 미국의 인내심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의도치 않게 미국의 치명적인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교량이나 하르그 섬의 석유 시설 등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군사 인접 시설을 타격할 의향이 있음을 거듭 밝혔다.

 

이는 향후 수년간 이란의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짓밟을 수 있는 조치다. 미국 역시 지속적인 공격에 대한 이란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이란 정권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외적으로 '승리했다'는 인식이라도 심어주어야만 한다.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입든 말든 이란에게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포괄적인 제재 덕분에, 어차피 이란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란은 미국이 이 분쟁에 막대한 자금과 무기를 쏟아붓기를 내심 기대하며, 미국이 지칠 때까지 버티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들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기고 있다.

 

평론가들은 또 다른 위험 요소로 '확전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대개 심하게 과장되어 있다. 물론 '대화 속 전투' 국면에서도 양측이 확전을 택할 여지는 있지만, 협상조차 없이 격렬한 전투만 오가던 상황에 비하면 그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전투를 벌일 동기가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확전을 억제해야 할 강력한 동기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해 공작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이 분쟁의 당사국들은 협상 테이블 안팎을 가리지 않고 우위를 점하려 치열하게 다툴 것이며, 양측 모두 폭력을 정당한 외교 수단으로 믿고 있다. 걸프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한 평화를 안겨주고 글로벌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가장 빠른 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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