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미-중 전쟁과 한국 방위산업

원문: <Collateral damage of US–China competition: South Korea’s defence industry>

2026.07.23 |

* 본 아티클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Collateral damage of US–China competition: South Korea’s defence industry> 보고서를 번역 및 편집하였습니다.

 

서론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확대가 한국 방위산업의 공급망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고를 비축하고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지만, 미·중 간 격화되는 경제 패권 전쟁의 여파에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2026년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당시, 언론의 관심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차질을 빚던 핵심 원자재 거래 규제가 완화될지에 쏠렸다.

 

중국은 2023년 8월 이후 핵심 광물에 대해 점차 광범위하고 엄격한 수출 통제를 시행해 왔으며, 이는 민간 산업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제조 분야에도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악관이 발표한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는 "중국이 희토류 및 기타 핵심 광물 공급망 부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언급은 미비했으며, 중국 측 발표문에는 이와 상응하는 공약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국무원은 2026년 6월 15일 제839호 국무원령을 통해 개정 광산자원법을 시행하며, 외국 정부의 '차별적' 규제에 맞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중 간 패권 다툼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제3국들은 예기치 못한 간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한국 방위산업은 핵심 광물의 공급 중단 가능성과 가격 급등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2023년 7월,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이후 수출 통제 대상을 흑연, 안티몬, 디스프프로슘, 텅스텐 등 추가적인 핵심 광물과 희토류뿐만 아니라, 추출·분리·제련 등 광물 가공에 사용되는 기술로까지 확대했다. 이 조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외 적용 가능성까지 포함하며 범위가 더욱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강도 역시 현저히 높아졌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희토류 가공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치가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전투기, 무인 시스템, 미사일, 로봇공학 등 군사 시스템을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이들 광물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베이징의 통제 조치는 한국을 포함한 방위산업 공급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이징의 수출 규제는 첨단 기술 및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통제 대상이 된 주요 물자의 수출량이 대폭 감소했다. 첨단 레이더, 5G 인프라, 미사일 방어 시스템 생산에 필수적인 갈륨은 이러한 난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최대 98%를 차지하고 있는데, 2026년 초 몇 달 동안 중국의 미가공 갈륨 총수출량은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진 부품, 탄두,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금속인 텅스텐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전 세계 공급량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나 수출 통제로 인해 해외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방위산업의 타격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 역시 이러한 무역 차질의 영향을 받았다. 텅스텐의 경우 출하가 지속되긴 했으나, 중국의 대한국 미가공 갈륨 수출량은 2025년에 97%나 폭락했다. 미가공 게르마늄 수출은 수출 허가제 도입 이전에도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가공된 게르마늄의 수출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표 1

첨부 이미지

 

2025년 4월, 한국 정부는 통제 대상인 핵심 원자재의 재고를 6개월분 이상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아직까지 대규모 공급 부족 사태가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수출업체들이 수출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정치적 이유로 이 절차에 6~7주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하류 방위산업 및 첨단 기술 분야의 공급망 차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더라도, 이들 광물의 가격 급등은 한국 방위산업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 여파로 게르마늄 가격은 지난 5년간 거의 두 배로 뛰었다. 2026년 4월, 중국 외 지역의 갈륨 가격은 kg당 1,850달러를 기록하며 수출 통제가 도입된 2023년 7월의 283달러 대비 약 550% 급등했다. 게르마늄 가격 역시 2023년 7월 약 1,400달러에서 2026년 6월 미국 및 유럽 시장 기준 6,100달러 이상으로 올라 336%의 상승 폭을 보였다. 텅스텐 상승세 또한 가파른데, 중국이 2025년 2월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가격이 약 557% 폭등했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은 방산 수출국으로서 한국이 가진 핵심 강점인 만큼, 부품 공급 지연과 지속적인 가격 폭등은 방위산업 전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대응책 및 전망

한국은 핵심 광물 재고를 확충하는 등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2025년 한국 정부는 주요 금속의 비축량을 늘리고 공급망 위기 발생 시 비축물자의 긴급 방출을 신속화하기 위해 '국가 금속 비축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같은 해 추경 예산에서는 핵심 광물 비축 예산을 2,147억 원(약 1억 5,100만 달러) 증액했다.

 

국내 핵심 광물 공급 역량 자체를 강화하는 작업도 시작되었다. 고려아연은 2014년 안티몬 사업에 진출하여 방위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이 통제 광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고려아연은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목표로 게르마늄 및 갈륨 신규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은 중국에 대한 글로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텅스텐 생산을 재개하고 있으며, 생산물량 중 일부는 미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리사이클링(재활용)을 통한 핵심 광물 수급 비중을 기존 2%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하에 관련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확대되는 한국의 생산 역량은 미국과 유럽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미국으로 안티몬 수출을 시작하며, 안티몬 수입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던 미국의 공급 압박을 완화했다. 또한 록히드마틴과 장기 게르마늄 공급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국제 협력 역시 심화하고 있다. 한국은 안전하고 다변화되며 책임 있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2022년 6월 출범한 다자 협의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의 의장국을 2024년 7월부터 1년간 맡은 바 있다. 이어 MSP의 후속으로 출범한 '자원 지경학적 참여 포럼(FORGE)'의 의장국직도 2026년 6월까지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유망하다 할지라도 당장 다가온 핵심 원자재 공급 위험을 즉각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지속되고 중국이 핵심 광물 지배력을 무기화하는 한, 엔진과 탄두, 미사일 생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핵심 광물 수급과 방위산업 전반에 걸친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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