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이사를 오며 인형을 버렸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베리베리 다이스키'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삶은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에는 대가가 따른다.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랑하는 것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은
내가 느꼈던 행복의 크기의 몇 배가 되어 찾아온다.
12살에 가장 아끼는 인형을 잃어버렸다.
지금도 그 강아지인형이 아른거리는 걸 보면
상실의 여운은 생각보다 깊고 긴 것 같다.
17살에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골든 리트리버
Jazmine과의 이별을 맞이했다.
그날은 인생에서 가장 많이 운 날 중 하루였다.
나는 어린 마음에
아무것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사랑하게 될 것들이 없기를 바랐다.
시작하지 않으면
당연히 끝도 없으며
슬퍼할 추억도 없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랑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온다.
너는
흘러가듯
수족냉증이라고 말한 나에게
세 달치 발핫팩을 선물했다.
다 쓰면
겨울마다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의 세 번째 발핫팩 묶음이 다 떨어갈즈음
그와 이별을 맞이했다.
다행히도
비겁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게될수록
이별도 함께 준비했었다.
북두칠성을 보며
네가 나에게 영원을 약속할 때
눈물이 났다.
행복해서라기보다는
헤어지면
이 순간이
나를 가장 아프게할 것 같아
눈물이 났다.
달콤한 순간들은
늘 쓰디쓴 아픔이 되어 돌아오는 법이다.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북두칠성이,
그 밤이
문득 문득 나를 아프게 한다.
이별과 이별의 후유증은 예상대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다.
정현주 작가의 에세이 '그래도 사랑'에서는
사랑이란 본래 알 수 없는 것이고,
내 마음마저도 모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사랑은 무엇일까 그 답도 없는 잘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자고 말한다.
그랬다.
나는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어떤지
고민해볼 겨를도 없이
너를 사랑하게 됐다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했다.
그와의 이별 후에
나는 더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게 많아질수록
나를 힘들게하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너를 사랑했던 내 마음은
나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고,
다른 것들을 사랑할 용기를 얻었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사랑할 것이고,
많이 울 작정이다!
그러니까
너도
마음껏
사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대놓고 너를 그리워하는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보는 널 꼭 안으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언젠가 너로 인해' 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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