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 식상한 말이
내 가사가 될 줄 몰랐어
얼마 안됐네 지나온 날이
다 알아도 그립더라고
이 노래 중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너가 아닌 사람에게 널 원하고
그 사람은 다음에 오는 사랑에게 나침반이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얼마나 좋아했냐면
대학교 시절 모든 교양 수업 발표에서 한 번씩은 인용을 했을 정도.
이전 사랑은 다음 사랑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나는 이 문장을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첫째, 이전 사랑은 다음에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내 이야기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스무살에 만난 과선배는 나쁜 남자였다.
굉장히 외향적이고,
술을 정말 좋아했던 오빠는
늘 내 속을 썩였다.
그 오빠와 헤어지고
다음에 만난 남자친구(편지의 주인공)는
그 오빠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문과인 그 오빠와는 다르게 뼈속까지 이과인 사람이었고,
내향적이라 술자리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향적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문과남자보다 이과남자가 좋다는 것도 아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이 나의 연애관을 만들고, 다음 연애를 만든다.
그 오빠는 나에게 다음 연애 상대의 방향을 제시해준 셈이다.
내향적이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나는 이과이고, 내향적이며, 술을 싫어하는 남자를 찾게 됐다.
하나 추가된 것은
그에게 느꼈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남자를 찾았다.
결과적으론 그 사람을 오래 만나진 못했지만
확실한 건.
이전 사랑은 다음에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
나의 낡은 사랑의 방식
'이전 사랑은 다음 사랑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내가 해석한 이 문장의 두번째 의미는.
이전 사랑의 방식이 다음 사랑의 방식의 나침반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방식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친한 언니는 연하 남자친구를 거의 아들처럼 챙겨줬었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아기처럼 대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변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사랑의 방식은 낡았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내 스무살의 사랑을 고집한다.
매일 만나야하고, 연락이 잘 되는 그런 풋내기 연애 방식.
그러나 지금 내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사랑의 방식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할 남자는
내 일과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싶을 사람이어야할텐데
나에게 가장 많이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지금은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유가 없는 지금, 나는 내 사랑의 방식이 벅차다.
사람들은
이전 사랑에서
괴로웠던 부분을
보완해 그 다음 사랑에 적용한다.
(가령, 연락이나.. 만남 횟수.. 등등)
또, 이전 사랑이 좋았다면
그 다음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려한다.
(일종의 관성인가?)
사랑을 하지 않는 나의 사랑은 계속 낡아간다.
네가 아닌 사람에게 널 원하고
나는 그간
왜 너와 헤어진 이후로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없는지 의문이었다.
비로소 알게되었다.
모든 사람에게서 너를 찾고 있었기 때문.
너와 닮아서
만나기 시작하고,
너와 달라서
끝을 냈다.
너와의 사랑이 끝난 후
계속 너를 찾았다.
그러다 듣게 된
오반의 '어떻게 지내'
너가 아닌 사람에게 널 원하고
네가 아닌 사람에게 널 원하는 내 습관을 고칠 수는 있을까.
그 나쁜 습관을 마주한 오늘
적어도 나는 새로운 사랑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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